편의점만큼 만만한 ‘아트마켓’이 온다
편의점만큼 만만한 ‘아트마켓’이 온다
  • 이슬기 기자 (wonderkey@the-pr.co.kr)
  • 승인 2014.01.24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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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소통] '갤러리 보는' 기획…아트마켓 ‘생필작(生必作)’

[더피알=이슬기 기자] 보통 사람들에게 갤러리는 멀고도 멀다. 물리적 거리보다 마음의 거리를 더 그렇다. 미술품을 산다는 것에 대한 편견은 말해 입 아프다. 여기, 옷이나 인테리어 물품처럼, 내방에 걸고 싶은 작품을 판매하겠다는 이들이 있다. ‘생필품(生必品)’이 아닌 ‘생필작(生必作)’을 위한 미술시장이 열린다.

“제가 졸업전시를 할 때 초대했던 친구의 얘기가 기억에 남았었어요. 이십대 중반이었는데, 저 때문에 난생 처음 갤러리에 와봤다더군요. 작품을 하면서도 어떻게 하면 미술작품이 보통사람들과 가까워질 수 있을까 늘 생각해왔죠.”

아트마켓 ‘생필작’을 준비한 ‘갤러리 보는’의 조현진 기획자의 말이다. ‘갤러리 보는’은 인근의 ‘그문화 갤러리’ ‘갤러리JJ’와 함께 <당인리 AS project>를 진행하고 있다. 애초에 미술이 ‘큰 규모의 미술관, 고가의 작품’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내 집 옆 작은 갤러리, 내 방에 걸어놓는 한 점에서부터 시작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된 기획으로 당인리는 이 갤러리들이 위치한 합정동의 옛 지명이다. 자신의 색깔이 뚜렷한 인근 카페들도 동참해 부대행사도 다양한 페스티벌이다.

세 갤러리가 따로 또 같이 진행하는 이번 아트마켓은 두 개의 파트로 각각 한 달여간의 기간 동안 진행된다. 첫 번째 파트는 일반 아트마켓 형태로 100만원 미만의 작품을 전시, 판매한다. 두 번째 파트에서 각 갤러리들의 특성이 도드라지는데, 갤러리JJ는 온가족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그문화 갤러리는 작가들이 직접 자신의 작품을 배틀형식으로 소개하는 작가PT대회 등을 열었다.

“‘생필작’은 말 그대로 생필품의 하나로서 작품을 접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됐어요. 마트나 편의점에 드나드는 것처럼 작품을 감상하고, 마음에 들면 구입해 집에 두고 오래오래 즐길 수 있는, 그런 문화가 우리 일상에 자리 잡았으면 하는 마음이죠. 작품도 인테리어의 일종이라고 생각하시면 편하지 않을까요.”

가격은 5만원 이하, 고고한 이미지 탈피
구입을 하려면 가격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일, 생필작에 나오는 작품들은 ‘5만원 이하’다. 마음에 드는 작품을 소장해보는 경험을 갖기에 부담 없는 조건이다. 또한 기존의 고고한 갤러리의 이미지도 탈피했다. 갤러리가 옷가게나 편의점 같이 가볍게 들릴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큐레이터도 가게의 아르바이트생과 같이 친근한 모습으로 다가간다. 갤러리의 문턱을 최대한 낮추겠다는 시도다. 관객은 자신의 마음에 들어오는 작품을 찾기만 하면 되겠다. 그럼 어떤 작품이 좋은 작품일까?

“작품을 감상하는데 정해진 방법은 없어요. 저는 대학 때 추상화를 좋아했었는데, 제가 멋대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는 게 좋았거든요. 일단은 작품을 보고 자신에게 익숙한 이미지를 대입해서 느끼는 게 좋은 것 같아요. 그러다보면 전혀 엉뚱할 때도 있고, 작가의 의도와 맞을 때도 있어요. 그냥 이미지를 느끼시면 되요. 좀 나아간다면, 좋은 작품은 작가의 태도를 담은 것이라고 보거든요. 작품이 완성되는 과정, 그걸 한 작가의 태도가 느껴지는 작품이 힘이 있죠. 그런 것들을 느끼고 자신을 비춰보는 즐거움을 함께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다양한 이벤트와 부대행사가 함께하는 아트 페스티벌 <당인리 AS project>는 2월 26일까지 계속된다. 행사세부정보는 갤러리 보는 사이트(gallerybn.com)나 전화(02-334-0710) 문의로 얻을 수 있다.
 
 

INTERVIEW 조현진 ‘갤러리 보는’ 기획자

“예술이 일상에 가까워지길”

지난해 갤러리를 시작한 현진 씨는 대학에서 판화를 전공한 미술학도다. 어린 시절부터 공부나 성적, 운동 등에는 소질도 관심도 없었던 그녀가 유일하게 잘하고 싶은 분야가 미술이었다. 처음으로 학교 선생님과 맞선 일도 미술시간에 일어났다. 손목까지 그리라는 대로 했건만, ‘팔뚝’까지 그리지 않고 공백을 두었다고 감점을 당한 데에 화가 났던 것.

대학에서도 미술에 대한 애착은 계속됐는데, 작가의 태도를 강조하는 교수님들께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작업 자체의 즐거움을 느끼는 방법을 배웠다. 그리고 즐겁게 완성한 작품이 보는 사람들에게도 사랑을 받는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작가로서의 자세를 다졌다.

갤러리가 보통 사람들도 쉽게 들를 수 있는, 일상에 녹아드는 장소가 되길 바라며 ‘보는’이라는 이름을 지었다. 갤러리 보는에서 소개하는 작품들도 이런 의도와 멀지 않아 신선한 작가들의 작품을 부담 없이 만나볼 수 있다.

기획자로서 보통 사람들의 발길을 붙드는 데에 중요한 것 중 하나가 기획명이라고 생각한다. 전시명이 어려우면 어려운 것에 관심 있는 이들만 오지만 쉽고 보통 사람들의 관심사에 가까우면 어려운 것에 관심 있는 이들도 들게 된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좋은 기회에 소박한 ‘갤러리 보는’을 운영하고 전시를 기획하면서 작가로서 막연했던 부분도 해소되는 기분이다. 다른 작가들의 부지런한 태도에 자극을 받기도 하고 작품을 보면서 영감을 얻기도 한다. 스스로 이 또한 더 진지하게 작품을 구상하는 과정이라고 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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