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에 ‘독도(獨島)’를 끼우다
손가락에 ‘독도(獨島)’를 끼우다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4.01.28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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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라이브러리] ‘독도반지’ 만드는 액세서리 디자이너 김문연

소통라이브러리는 우리 사회의 소통문화를 새롭게 만들자는 취지에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자유롭게 협력하는 코너로, 이종혁 광운대 교수와 함께 진행합니다. 대중에게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그들만의 방식으로 소통문화를 창출하고 이끌어가는 숨겨진 인물들이 인터뷰의 주인공입니다.

[더피알=강미혜 기자] 독도(獨島)가 주얼리로 다시 태어났다. ‘독도는 우리땅’이라고 굳이 소리치지 않아도 손가락 사이에서 그 명제가 자유로이 움직인다. ‘독도반지’를 만드는 서른살의 젊은 액세서리 디자이너 김문연씨. 입이 아닌 손으로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만드는 그를 만났다.

▲ 김문연씨가 독도를 본따 만든 독도반지(오른쪽)

최근 독도 관련 한일 간 잡음이 끊이질 않는다. ‘독도는 한국땅’이라는 사실에 대해 일본정부는 국제사회를 향한 전방위 홍보전으로 맞서고 있다. 독도 홍보동영상 제작, 독도 일기예보 추진, 자국민 대상 독도 여론조사에 이어 최근엔 독도가 일본 고유 영토라는 주장을 교과서 제작지침에 명시하는 등 방법도 다양하다. 국내 언론은 연일 ‘도발’ ‘망언’ ‘침탈’ 등의 표현을 써가며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일본정부를 비판하기에 여념이 없다.

하지만 냉정하게 돌아보면 독도가 왜 한국땅인지, 독도가 왜 중요한지를 아는 우리 국민은 그리 많지 않다. 일본의 주장에 대한 감정적 대응이나 동요만 난무하다. 정작 우리 국민을 상대로 한 독도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방증일 터.

김문연 작가는 이런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껴 독도반지를 만들게 됐다. 우리 국민부터 우리 역사를 잘 알고, 우리 영토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독도반지 제작이야말로 공예를 업으로 하는 그가 가장 잘, 자신 있게, 그리고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 김문연 디자이너.
겉모습이나 인상은 왠지 사회에 ‘안티’한 분일 것 같아 보이는데요.(웃음) 독도를 주제로 반지까지 만들 정도니 참 애국자이십니다.
사실 쬐끔 안티한 삶을 살기도 했습니다.(웃음) 사춘기 때 부모님이 이혼하시면서 방황을 많이 했어요. 이혼가정에 대한 사회적 편견, 가부장적 시스템 등 대한민국이란 나라에서 태어난 것 자체가 싫었거든요. 그러다 삼수해서 겨우 들어간 대학에서 공예를 배우면서 관점이 달라졌습니다. 개안(開眼)을 했다랄까.(웃음) 한국문화나 전통문양 등을 접하며 대한민국이 이렇게 아름다운 나라였구나 하는 사실을 새삼 알게 됐습니다. 한 마디로 꽂힌 거죠. 그때부터 특별히 의도한 건 아닌데 과제나 개인작품에 우리문화나 역사, 인물들이 들어가기 시작하더라고요.

독도반지 외 어떤 다른 작품들이 있나요?
독도를 주제로 해선 열쇠고리도 있고요. 또 김구 선생이나 안중근 의사, 유관순 열사와 같이 평소 존경하는 인물들을 팔찌, 목걸이, 가방 등의 액세서리 디자인에 접목하고 있습니다. 네이밍도 정직하게 ‘안중근팔찌’ ‘김구목걸이’ 등으로 해요. 그래야 설명 안 해도 느낌이 팍 오니까요.

한국적 주제를 형상화한 액세서리를 통해 우리역사, 우리문화를 말하고 싶은 건가요?
그렇습니다. 거창하게 해외를 겨냥하거나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기보다 저보다 어린 친구들, 청소년들에게 메시지를 전하고 싶습니다. 과거 저처럼 우리문화가 어떤지도, 한국적 아름다움이 뭔지도 모르는 아이들이 많잖아요. 그런 친구들에게 안중근, 김구 같은 분의 숭고한 희생이 있었기에 우리가 지금 이렇게나마 살고 있다 하고 작품으로 얘기하고 싶어요. ‘꼰대’ 같다 할 수도 있겠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작은 일이 작은 변화를 일으키는 씨앗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액세서리는 몸에 늘 갖고 다니니깐 하루에 한 번씩은 꼭 보게 되잖아요. 자주 보면 더 자주 생각하게 되지 않겠어요? 물론 그 전에 일단 팔려야 하겠지만요.(웃음)

수익성은 어떻습니까? 언뜻 생각해봐도 독도반지나 안중근팔찌 같은 걸 찾는 이들이 많지 않을 것 같은데요.
네, 생각하신대로 안타깝게도….(웃음) 거의 안 팔려요. 판매목적으로 만들었는데 판매가 잘 안 돼 생산 활동을 접은 작품도 있어요. 그래도 독도반지 같은 경우 직업군인인 분이 꼭 갖고 싶다며 작업실로까지 찾아와서 사간 적도 있습니다. 그나저나 그 분은 지금 잘 끼고 있으시려나 모르겠네요~(웃음)

▲ 김문연씨는 독도를 비롯해 안중근 의사, 김구 선생, 유관순 열사 등 한국적 주제를 모티브로 다양한 액세서리를 제작한다. (사진제공=김문연)

작품의 좋은 취지를 알릴 홍보나 마케팅적 감각이 필요하실 듯합니다.
그런가요? 사실 파는 데에 영 젬병이긴 해요. 만드는 건 며칠씩 밤을 새도 재밌는데 파는 건 생각만 해도 귀찮아요. <더피알> 보고 공부 좀 해야겠습니다.(웃음)

일단 재료비라도 벌어야 작품활동을 계속 할 수 있을 텐데요. 나이 서른에 돈 안 되는 일 붙잡고 있다고 가족들이 핍박하진 않나요? 주변에서 뭐라고들 하는지?
일반적인 모양의 액세서리를 만들라고들 얘기하죠. 지금처럼 의미를 담기보다 요즘 사람들이 좋아하는 심플하고 깨끗한 식으로. 그래야 팔린다고요. 근데 그런 건 제가 별로예요. 해봤는데 맘이 동하질 않아요. 재미도 없고. 하고 싶은 작품 하면서 먹고는 살아야 하니까 디자인회사에 취직도 해봤는데 역시나 안 맞더라고요. 돈 버는 일을 하기보다 아직은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은가 봐요. 철이 덜 든 거겠죠.(웃음)

최근 독도 문제로 한일 간 신경전이 대단합니다. 정부는 물론 민간 차원에서도 독도 홍보활동이 그 어느때보다 활발하고요. 이에 대한 개인적 견해는 어떠신가요?
저는 무슨 일이든 나부터, 안에서부터 잘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바깥에서 아무리 잘 하려고 애쓰면 뭐해요, 내 식구들이 안 받혀주면 헛짓하는 거죠. 독도홍보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해외에 독도는 한국땅이라는 사실을 널리 알리는 것 이상으로 국내 홍보에도 더 힘써야 할 것 같아요. 우리나라 사람들 독도는 우리땅이라고들 하는데 대부분 그 이유는 잘 몰라요. 막연히 역사책에 나와 있다 정도? 이런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하지 않을까요? 말해놓고 보니 너무 주제 넘는 얘길 한 건 아닌가 싶어 쑥스럽네요.


독도를 비롯한 우리역사·문화에 대한 국내홍보, 즉 인식제고의 중요성을 말씀하셨는데요. 그 과정에서 작가님도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재능기부 형태로 참여하는 식으로 말이죠.
물론입니다. 앞으로 어디에서 연락이 올지 모르겠지만… 공익적 목적이나 좋은 뜻에 제 도움이 필요하다고 하시면 저는 언제든 콜입니다.(웃음)

현재 구상 중인 작품을 소개해주세요.

지금 만들고 있는 게 몇 가지 있긴 합니다. 반지인데… 마틴 루터 킹 목사,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마이클잭슨 등이 주인공이에요. 안중근 의사나 김구 선생 보다는 대중적 인물이면서도 콘텐츠적 가치, 메시지를 갖고 있는 사람이 누굴까 생각해 봤더니 이 분들이 머릿속에 딱 떠오르더라고요. 작품활동과 판매촉진을 위한 나름의 합의점이라고나 할까요?(웃음) 더구나 세 분 모두 세계평화를 주창하셨잖아요. 좀 유치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어요. 이런 개인적 바람을 반지에 담아내고 싶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일단 서른살까진 방황할 겁니다. 방황하다 보면 길이 열리고 답이 나올 것 같아요.

설 지나면 곧 서른 한 살인데요?
그러니까 방황의 끝물에 있는 청춘에게 너무 디테일한 답을 요구하지 마세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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