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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불우이웃돕기, 불우한 브랜드 만든다
잘못된 불우이웃돕기, 불우한 브랜드 만든다
  • 김지헌 세종대 교수 admin@the-pr.co.kr
  • 승인 2014.02.06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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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헌의 브랜딩 인사이트

[더피알=김지헌] 연초 어김없이 많은 기업들이 불우이웃돕기 행사를 후원하면서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노력하고 있다. 임직원들이 직접 손을 걷어 부치고 사랑의 연탄배달을 하는가 하면, 굿네이버스 등의 비영리단체와의 협약을 통해 기부운동의 확산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특히 소비자가 기업 또는 제품 브랜드의 이름을 걸고 행해지는 기부활동에 직접 참여할 경우, 브랜드와 관련된 ‘따뜻한 온정’의 연상이 기억 속에 강력하게 자리잡음으로써 브랜드의 자산 가치를 높이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무분별한 타사의 기부활동 모방이나 잘못된 소비자 가치분석은 기부활동이 오히려 브랜드 자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할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브랜드 기부활동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 중 하나로 D피자의 ‘1/2캠페인’을 들 수 있다. 이 캠페인은 피자한판을 구매하면 1/2이 소비자에게 배달되고, 나머지 1/2은 기업이 기부하는 1/2과 더해져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배달되는 것이 핵심이다.

2010년 D피자가 비영리기관인 ‘1/2프로젝트’의 제안으로 실시한 이 기부활동은 소비자의 기부참여 확산이라는 초기 기획의도와 달리 소비자들의 참여가 매우 저조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브랜드 자산 가치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았으며, 급기야 이 캠페인을 기획한 관계자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해명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 캠페인이 실패한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겠지만 크게 세 가지 관점에서 분석해 볼 수 있으며, 이는 브랜드의 기부활동을 기획하는 기업들에게 의미있는 시사점을 제공해 준다.

기부, 잘못하면 브랜드에 독(毒)

첫째, 소비자들은 D피자의 1/2캠페인은 기업의 부담보다는 소비자의 부담이 더 큰 기부활동이라고 인식해 이 캠페인을 실시한 D피자의 의도를 의심했다. 당시 발간된 신문기사의 내용에 따르면 이 캠페인에 참여하는 소비자는 15%의 할인된 가격에 피자를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결국 D피자는 85%의 가격에 1.5판을 판매하고 소비자는 85%의 가격에 0.5판을 구입하게 된다.

이는 소비자와 기업이 겉으로 보기에는 반반 기부하는 것으로 보이나 피자한판의 마진율이 40~50%라는 점을 감안하면 기업의 부담이 소비자의 부담에 비해 매우 낮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15% 할인은 제휴카드나 인터넷주문 할인과 비교해볼 때 소비자에게는 전혀 매력적인 혜택으로 인식될 수 없는 수준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일부 인터넷 누리꾼들은 기부의 주체는 소비자인데 생색은 D피자가 내고 있다고 비난했다.

둘째, 1/2캠페인은 소비자가 자신의 기부활동 참여를 타인들에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매우 제한적이었다. 물론 일부 사람들은 익명으로 기부활동을 하기도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기부활동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을 타인에게 알림으로써 자신의 이미지를 제고하고자 하는 상징적 혜택을 추구한다. 이런 이유로 상징적 혜택을 포기한 익명기부가 미덕으로 여겨지며 뒤늦게 알려질 경우 언론을 통해 화제가 되곤 한다.

신발 하나를 구매하면 다른 한 켤레를 제3세계에 기부하는 탐스슈즈(TOMS Shoes)의 원포원(one for one) 캠페인이나 시계의 색깔에 따라 선택해서 기부할 수 있는 페이스와치(1:facewatch)의 공익연계마케팅(cause-related marketing)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몸에 착용하는 것만으로도 타인들에게 기부활동에 참여하고 있음을 쉽게 알릴 수 있다는 점이 적지 않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반면에 1/2캠페인은 일단 피자를 주문하여 먹고 나면 상징적 혜택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된다.

만약 1/2캠페인에 참여한 소비자들이 자신의 참여 사실을 타인에게 알리고 다른 참여자들과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수단(예, 페이스북 페이지)이 존재하였다면 이러한 1/2캠페인의 한계가 다소 보완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기부참여에 대한 적절한 홍보 필요

셋째, 행동 경제학자들(Hardie, Johnson, and Fader, 1993)의 주장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금전적 손실(economic loss)보다는 효용을 상실할 때(losses in utility) 더 큰 가치의 하락을 경험하게 된다. 1/2캠페인은 소비자의 금전적 손실보다는 효용상실을 부각시킴으로써 소비자의 반응이 더 부정적으로 나타난 측면이 있다. 즉, 피자가격의 반을 돈으로 기부하는 것보다 피자의 반을 기부할 때 소비자가 느끼는 손실의 크기가 컸을 가능성이 있다.

만약 피자 한판을 주문하면 다른 한판을 기부하는 원포원 캠페인이었다면 소비자는 자신의 효용을 상실한다기보다 금전적 손실을 경험한다고 생각하여 캠페인에 더 긍정적으로 반응했을지도 모른다.

요컨대 D피자의 1/2캠페인 실패사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기부활동의 부담이 소비자보다 기업이 더 크다는 점을 소비자들에게 인식시켜야 하며, 소비자들의 기부활동 참여를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하며, 소비자들이 기본적으로 추구하는 효용을 충분히 제공하면서 기부활동에 참여토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기업들은 잘못된 불우이웃돕기가 불우한 브랜드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하고 고객지향적인 기부활동 설계를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김지헌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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