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 갖고 ‘일베’ 와 대화하겠다”
“인내 갖고 ‘일베’ 와 대화하겠다”
  • 조성미 기자 (dazzling@the-pr.co.kr)
  • 승인 2014.02.07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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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진보성향 ‘일워’ 사이트 탄생 이야기

[더피알=조성미 기자] 보수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저장소(이하 일베)’는 특정 지역·정치인·여성·외국인 등을 비하하는 극단적인 성향의 게시물들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특히나 최근 우리 사회를 뒤흔들었던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열풍 가운데 일베 회원이 대자보를 훼손하고 인증글을 올린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베에 대한 반감도 더욱 확대됐다. 일부 유명인은 일베 유저라는 ‘의혹’만으로도 지탄의 대상이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사회 문제로까지 야기되며 일베에 대한 담론이 더욱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연말, 일베와 다름을 표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두 개가 탄생했다.

▲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 일베, 일워, 수컷닷컴의 메인 화면 모습.

우선 미디어위치 변희재 대표가 ‘일베를 대신할 애국우파 청년들의 포털’을 지향한다며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생산하는 기지 역할을 할 ‘수컷닷컴’을 12월 23일 개설했다. 하지만 수컷닷컴은 시작부터 웹툰 작가 마인드C 이미지 도용 논란이 불거지더니 성적 비하나 지역감정 조장, 욕설, 왜곡된 역사관까지 ‘제2의 일베’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반면 비슷한 시기에 탄생한 ‘일간워스트(이하 일워)’는 전체적으로 농촌을 콘셉트로 운영자를 이장, 베스트 게시물을 대풍작이라고 칭하며 동학농민 운동을 본받은 ‘농(農)’체를 사용하는 등 독자적인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일워는 새로운 커뮤니티 문화를 형성하는 것과 함께 사이트 주소부터 일베와의 전쟁(war)을 뜻하는 ‘www.ilwar.com’을 갖고 있고 ‘일베의 대항마’라는 수식어로 언론에 보도된 덕분에 더욱 관심이 집중되며 단숨에 인지도를 높였다.

하지만 그 덕에 일베의 공격이 언제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게 됐다. 때문에 일워의 운영자는 광주 민주화 운동을 부정하는 일베 회원들이 일워에 가입해 게시판을 도배하는 행동을 막기 위해 가입 시 ‘518광주민주화운동은숭고한희생이었다’는 말을 받아쓰도록 하고 일베에서 주로 쓰는 말과 이미지를 걸러내, 다른 이용자들에게 게시물이 보이지 않도록 하는 등 일베 유저의 공격에 대비해 다양한 필터링 장치를 마련해 두고 있다.

이렇게 일베와 대척점에 서 있으면서도 ‘일베와 얼마든지 놀아주겠다’고 이야기하는, ‘의견이 달라도 경청하며 다투지 말고 따뜻하게 감싸안기!’를 표방하는 일워의 운영자 이준행씨를 통해 일워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일베는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음을 먼저 밝혀둔다.

사이트 탄생 과정을 소개해 주세요.

일워 사이트는 작년 12월 27일 밤 10시경 오픈했습니다. 철도민영화를 둘러싸고 충돌이 빚어질 즈음, ‘비추천 버튼을 민영화로 이름 지은 일간워스트를 만들어야 할 텐데’라는 한 트위터리안의 농담에 착안해 간단히 사이트를 개설했다가 갑자기 방문자가 폭주하면서 큰 커뮤니티로 탈바꿈했습니다. 방문자 폭주 이후 서버 이전, 사이트 재개발 후 오픈, 지속적인 해킹 공격 방어 등을 거쳐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자유로운 유머 커뮤니티를 지향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하지만 사이트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본래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특히 정치적인 색깔이 입혀지는 것에 대한 생각은요?

일간워스트는 한국 정치지형에서 이야기하는 보수 진보 모두가 뒤섞여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정치적 지향성을 떠나 서로를 농민으로 부르며 농촌공동체의 콘셉트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정치적 견해가 다르더라도 서로 호의적으로 대화를 주고받는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일워가 일베의 대척점으로 비쳤고 회원들도 그 포지션에 수긍하고 있기 때문에 반일베, 즉 반파시즘이라는 공통된 지향점은 공유하고 있다고 여겨집니다.

또한 특정 집단, 특히 특정 사이트가 자신의 뜻과 다르다는 이유로 정치적 색깔을 입혀 비난하는 것은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닙니다. 포털사이트나 언론도 비슷한 공격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에 그와 다르지는 않다고 봅니다. 크게 개의치는 않습니다.

자의든 타의든 정치색이 입혀지면서 커뮤니티 문화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도 제기되는 등 사회적으로 관심의 가운데 서게 됐습니다.

관심이 집중된 이유는 당연히, 새로운 커뮤니티가 난데없이 등장하는 일종의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라 봅니다. 지난 2008년 갑자기 생겨난 자발적 촛불시위대 군중들의 역량을 ‘차지’하기 위해 기성 활동조직들과 정치단체들이 깃발 들고 숟가락 얹으려 경쟁했던 것처럼, 또는 작년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가 등장하자마자 1주일도 안돼서 ‘이 20대들의 움직임을 어떻게 조직화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수많은 담론이 쏟아졌던 것처럼, 새로운 커뮤니티의 등장을 두고 실제 회원들의 의사와 관계없이 그 바깥에서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는 건 당연하리라 생각합니다.

일워라는 사이트는 이제 생긴 지 갓 한 달가량 지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어떤 문화가 정착될지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다만 지금까지의 전개과정으로 보았을 때에는 나름 합리적인 방향으로 문화들을 만들어 나가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아시다시피 ‘일워’는 ‘일베’의 사용자들과 다른 성향을 가진 이들의 공간으로 탄생했는데요, 상대방 사이트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요?

일워가 바라보는 일베는 사회에서 바라보는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일베 유저를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는 ‘얘들을 어떻게 데리고 놀까?’에서 시작합니다. 어찌 보면 귀찮은 일일 수 있지만 ‘분탕질’ 시도에 대해서는 ‘채집’놀이나 ‘농약치기’놀이로 대응하였고, ‘젠틀충’으로 불리는 긴 글을 쓰는 일베유저에 대해서는 ‘사람 하나 구해본다’는 마음으로 진지하게 대화에 임하곤 합니다. 비판적 시각은 공유하고 있지만 배제하지 않는 것이 그간 일베의 태도와는 사뭇 다른 것이라 판단합니다.

사실 수많은 커뮤니티들이 그간 일베를 외면하고, 배제하고, 덮어두기만 했습니다. 일베 유저가 나타나면 자리를 피하기만 했죠. 그 결과 많은 커뮤니티들이 정치사회문제에 대한 논의를 피하고, 침묵하게 되었습니다. 반면 일워는 적극적으로 일베 유저들을 맞이하고 대면하고 있습니다. 일워 유저들이 인내를 가지고 일베 유저들과 대화한 끝에 몇몇 일베 유저들은 ‘전향했음’을 고백해오기도 했습니다. 사뭇 다른 대응에 따른 효과라 판단합니다.

사용자들이 많은 만큼 서버 운영비용도 많을 것이라 생각이 들고 운영자들에 대한 비용 지출도 있을 듯 한데요, 사이트 운영에서의 수익창출은 어떠한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나요?

아직 생겨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라, 지금부터 점차 다양한 수익창출과 유지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단계입니다.

마지막으로 새해에는 어떤 사람들이 와서 어떤 이야기들로 채워졌으면 좋겠는지 그리고 어떠한 사이트가 되기를 바라는지에 대한 희망을 전한다면?

본질적으로 어쩌다가 생겨버린, 재밌는 것을 공유하는 커뮤니티입니다. 새로 귀농하는 분들은 따뜻하게 맞이하는 곳이고요. 의견이 다소 다르더라도 일단 경청하며 따뜻하게 감싸 안는 커뮤니티를 지향한다고 첫 페이지에 쓰여 있습니다. 실제 분위기도 그러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20대와 50대가 허물없이 대화하는 모습도 보이고요. 재밌는 커뮤니티는 기본이고, 좀 더 이상적이고 다양성이 유지되는 커뮤니티사이트였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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