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님, 트윗하고 가실게요~”
“시장님, 트윗하고 가실게요~”
  •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 승인 2014.02.10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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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감형’부터 ‘철학형’까지…단체장SNS 삼매경

[더피알]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시장님들의 손놀림이 바빠졌다. 출마 단체장들의 경우 트위터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활용해 시정활동 홍보와 인지도 상승을 노리고 있다는 게 정치권의 지적이다. 단체장 온라인 홍보의 경우 공직선거법에 저촉되지 않아 ‘셀프PR’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지방선거 현역 프리미엄인 셈이다. SNS는 권위적으로 느껴지던 단체장과 일반인의 심리적 거리를 좁혀 놨다. 시민들이 시장님 트위터에 직접 민원을 제기하고 해결받는 사례도 늘고 있다. 그러나 단체장마다 소통 방식이 다르고, 때론 소통을 가장한 일방적 자기홍보로 역효과가 나기도 한다. ‘잘 쓰면 약, 못 쓰면 독’인 SNS 정치피알을 들여다봤다.

단체장 SNS홍보, 생존방식 제각각

단체장들의 SNS 활용 방식은 다양하다. 각종 회의에서 자신의 발언과 이를 보도한 언론 기사를 링크하는 ‘보도자료형’부터 개인 사생활을 낱낱이 공개하는 ‘노출형’까지 저마다 생존 방식이 다르다. SNS를 통해 대중과 소통하려는 ‘교감형’은 SNS 정치의 기본이다.

<더피알>이 지난달 18일 서울 등 17개 광역자치단체장을 대상으로 트위터와 팔로어수를 분석한 결과 광역단체장 가운데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시장은 77만4000여명의 팔로어를 보유, 2위인 안희정 충남지사(15만3953명)보다 약 5배 이상 많은 파워트위터리안이다. 3위는 최문순 강원도지사로 13만9984명의 팔로어를 보유했고, 4위는 송영길 인천시장으로 12만3147명의 팔로어를 기록했다. 5위는 김문수 경기도지사(10만2660명)로 나타났다.

6위부터는 트위터 팔로어수가 급격히 떨어졌다. 홍준표 경남지사는 4만5341의 팔로어를 보유했고, 강운태 광주시장은 2만3677명의 팔로어에 그쳤다. 이밖에 ▲염홍철 대전시장(1만668팔로어) ▲우근민 제주지사(9257팔로어) ▲허남식 부산시장(9048팔로어) ▲박준영 전남지사(7482팔로어) ▲김관용 경북지사(1955팔로어) 순으로 트위터를 운영하고 있었다.

트위터를 아예 하지 않거나 팔로어수가 1000명 미만인 ‘개점휴업형’도 상당했다. 김완주 전북지사는 744팔로어를, 김범일 대구시장은 737팔로어를 보유했고 이시종 충북지사는 99팔로어가 고작이다. 박맹우 울산시장은 트위터 계정 자체가 없었다.

박원순·최문순, 트위터로 소탈한 이미지 구축

이들은 트위터를 통해 무슨 말을 할까? 유형별로 분류하면 박원순 시장은 ‘교감형’이다. 시민들의 민원에 일일이 대답하고 자신의 생각을 공유한다. 시민 의견 중 타당한 민원이라면 관련 부서에 분배해 즉석에서 처리하기도 한다. 사소한 질문에도 가능하면 답변을 달고, 작은 민원도 놓치지 않으려는 ‘진정성’이 인기 비결이다.

예컨대 지난달 17일 박 시장은 은평구 아파트 층간소음 해결사례를 시민들에게 전파했고, ‘석계역 고가도로 아래 신호체계가 복잡하다’는 시민 제보에는 “확인 조치 요망”이라고 관련 부서에 지시를 내렸다. 시민들은 ‘지하철 성형광고를 줄여주세요’라는 민원부터 ‘홍대 쓰레기통 숫자가 적다’는 의견까지 일상에서 느끼는 불편함을 마음 편히 전달한다.

심지어 박 시장 트위터에는 아이돌 팬클럽이 방문해 가수 홍보까지 한다. 지난달 11일에는 ‘에이핑크 데뷔 1000일 축하해주세요’라는 트윗이 달렸고 박 시장이 “축하!!”라는 답글을 달기도 했다.

박 시장은 일주일에 두어번 트위터를 직접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4시간 트위터를 살피기 어려운 만큼 트위터 민원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서울시 뉴미디어 주무관이 따로 있다. 주무관이 건의사항을 모아 부서로 넘기면 민원을 처리한 뒤 그 결과를 알려주는 방식이다.

최문순 강원지사 트위터는 물건 판매로 이슈몰이에 성공한 ‘판매형’이다. 감자, 도루묵 등 지역 특산물을 트위터에서 직접 팔아 눈길을 끈다.

지난달 16일에는 “강원도 진부에 쌓여있는 감자 7000톤(사진) 긴급 판매! 감자먹고 농민 돕고! 10kg 한상자 12000원(택배비 포함, 흥부 가격) 033-120(강원도청 콜센터) 진심으로 감자드립니다. 폭풍 전화 OTL”이라고 트윗을 올렸다. 이 트윗은 2700명 넘게 리트윗하며 큰 관심을 보였고, 강원도는 감자 판매에 나선지 2주 만에 2000상자(1상자 10㎏)의 판매고를 올렸다.

최 지사는 지난해 11월에도 “작년에 왔던 각설이 죽지도 않고 또 왔네! 올해도 도루묵 특판-동해안 어민들이 찬 바람 속에서 잡아 올린 알배기 도루묵 40마리 한 상자 18000원”이란 트윗을 올리며 어획량 급증으로 처치곤란인 도루묵 판매를 독려했다. 권위를 내려놓은 소탈한 말투에 지역민을 위한다는 명분이 더해지면서 서민적인 이미지를 쌓고 있다.

▲ 박원순 서울시장(오른쪽)이 지난해 12월 29일 ‘카·페·트’(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 트위터) 팔로어들의 송년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실속형’, ‘철학형’ 등 다양한 캐릭터 눈길

팔로어수 2위인 안희정 충남지사와 4위 송영길 인천시장은 ‘실속형’이다. 일주일에 두세번 가량 트위터를 이용한다. 주로 시정활동 소개와 개인사 등을 올리며 팔로어들과 인사를 나눈다.

안 지사는 매주 책 소개를 꾸준히 올리는 것이 특징이다. ‘충청도 여행백서’와 같은 책을 소개하고 가끔씩 시민들의 민원에 직접 답변한다. 송 시장은 ‘새해첫날 구내식당 떡국배식’, ‘올해 인천시 사자성어’, ‘인천시 투자유치 달성내역’ 등을 올리며 시정활동을 시민들에게 알리는 통로로 활용한다.

염홍철 대전시장은 ‘철학형’ 트위터리안으로 통한다. 예컨대 지난달 18일 트위터에는 “피카소의 그림을 비롯해 수학이나 물리, 그리고 문학 등 모든 것의 추상작업은 단순화입니다. 물리학자 미첼 윌슨의 말처럼 위대한 과학자는 복잡한 것을 이해하는 능력이 아니라 복잡하게 보이는 그 무엇의 저변에 깔려있는 단순성을 파악하는 능력입니다. 이 시간, 추상화(抽象化)는 곧 단순화라고 생각하며 하루를 시작 합니다”라고 적었다. 염 시장은 총 5045트윗, 1만1258팔로잉으로 활발히 활동 중이지만 팔로어는 1만668명에 불과하다.

홍준표 경남지사는 자기 색깔이 확실한 ‘주관형’으로 평가된다. 트위터는 개인 공간이므로 할 말은 하자는 주의다. 한달에 두세번 트위터를 올리는 데 시정홍보 대신 정치·사회적 이슈에 대한 생각을 올리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지난해 12월 19일에는 “숨 가쁘게 달려온 1년이었습니다. 성과도 많았고 반대편의 비난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개혁에는 저항이 따를 수밖에 없기에 묵묵히 나의 길을 갑니다.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가듯이 나는 나의 길을 갑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트위터리안이 “의원님이 말씀하시는 개는 국민입니까, 아니면 정부입니까”라고 묻자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어도 개혁의 대세는 거스를 수 없다는 취지의 은유법”이라고 답변해 눈길을 끌었다.

이밖에 나머지 광역도지사들의 트위터는 대부분 ‘월례행사형’이다. 한달에 두세번 명언, 감동적인 글을 올리거나 ‘어디를 다녀왔다’며 자신의 시정활동을 홍보하는 경우가 많았다. 트위터만 개설한 채 관리가 되지 않는 ‘개점휴업형’도 상당했다.

이들은 트위터의 파급력을 인정하며 개설은 했지만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자기 홍보만 넘치는 단체장 트위터는 팔로어수와 리트윗 횟수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진정한 의미의 소통과는 거리가 있는 셈이다.

▲ 최문순 강원도지사와 도청 직원, 홍보대사 에이프린스가 강원도 감자 홍보 ucc를 만들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SNS 정치, 한계도 분명

그럼 단체장들은 왜 트위터를 통해 목소리를 내는 걸까? 전문가들은 첫 번째 이유로 소통이 목적이라고 진단한다. 필터링을 거치지 않은 시민의 목소리를 듣고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트위터는 즉시 소통이 이뤄지는 창구로서 자신에 대한 평가는 물론 시민들의 정치·사회적 관심사를 파악하기 좋은 공간이다.

두 번째 이유는 자기PR이다. 곧 지방선거를 앞둔 단체장들은 재선, 3선을 위해 대중에 노출되는 것이 지상과제다. 큰 이슈가 없어도 대중의 관심을 유지하는 데는 트위터만한 곳이 없다.

게다가 트위터는 입장 표명의 창구로도 유용하다. 공개적으로 마이크를 잡거나 보도자료를 내기 애매한 상황에서 SNS가 효율적이란 것이다.

실제로 팔로어 6만명을 보유한 이재명 성남시장은 지난달 3일 자신의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국정원이 지방선거까지 개입 중”이라며 “저의 개인사를 들춰내는 정치공세에 국정원이 개입된 정황을 포착했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었다. 이 시장은 이후 7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원 모 조정관이 자신의 논문 표절 논란과 관련, 해당 대학에서 개인 정보를 불법으로 수집했다”고 구체적인 내용을 밝혔다. 3일 SNS에 올린 글은 기자회견에 앞서 주목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 셈이다.

이처럼 ‘잘 쓰면 약’인 트위터지만 잘못 쓰면 역효과가 나기도 한다. 홍준표 지사는 지난 12월 19일 올린 트윗글에서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가듯이…”란 표현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인터넷·지역 언론들은 일제히 비난성 기사를 실었고 야당들도 잇따라 비난 성명을 냈다.

SNS 정치의 한계도 분명하다. SNS는 익명성이 바탕에 깔려있고 정치성향에 따라 팔로우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객관성이 떨어진다. SNS 이용자가 20~30대에 편중된 것도 유념해야 한다. 트위터 여론을 전체 시민의 목소리로 생각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상당수 단체장들이 보도자료형 홍보에서 나아가지 못하는 것도 소통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팔로어가 많은 단체장들은 대체로 쌍방향 소통을 하는 반면 인기없는 단체장들은 트위터에서 ‘일기쓰기’에 바빴다. 시민들은 자신의 의견에 반응을 보이거나 민원이 행정에 반영되는 단체장의 트위터에 높은 점수를 줬다.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윤성이 교수는 “단체장 트위터는 시민과 소통하고 시정을 알린다는 장점이 있지만 일방적 소통이 많고 일부 계층만 트위터를 사용하는 등 한계도 분명하다”며 “행정가인 시장의 입장에서는 정책을 만들 때 트위터 여론을 참고하는 수준으로 활용하는 게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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