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지성으로 ‘저당 잡힌 지식인’에 대항해야”
“집단지성으로 ‘저당 잡힌 지식인’에 대항해야”
  • 이슬기 기자 (wonderkey@the-pr.co.kr)
  • 승인 2014.02.11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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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언론정보학회] 저널리즘 통한 지성의 실천 방향 모색

[더피알=이슬기 기자] “지식인은 사회의 위기상황에 경고할 수 있어야 한다. ‘저당 잡힌 지식인’에 대항할 집단지성의 가능성을 모색해야 한다.”

지난 10일 한국언론정보학회의 주최로 열린 작은토론회에 참여한 장행훈 언론광장 대표는 ‘집단지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서울연구원에서 진행된 이번 토론회는 ‘한국 민주주의 위기와 지식 사회 : 저널리즘을 통한 지성의 실천’에 대해 고민하고자 마련된 자리였다.

▲ 장행훈 언론광장 대표.
장행훈 대표는 언론인과 지식인이 등가인 프랑스의 경우를 예로 들었다. 그는 “프랑스의 경우 다수 언론을 재벌이 가지고 있지만 ‘언론사’가 아닌 ‘언론인’의 독립을 보장하는 역할을 기자조합이 하고 있다”며 ‘언론은 공중에 대한 책임이 사주에 대한 책임보다 앞선다’는 그들의 윤리헌장을 소개했다. 여기에 언론인의 성향도 좌우로 분명히 갈라진 편임에도 좌파 시청자가 다수다보니 우리의 KBS같은 공영방송이라도 정권에 치우칠 수는 없는 특유의 구조가 언론의 독립을 지키고 있는 상황 설명을 덧붙였다.

또한 장 대표는 최근 언론비판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는 분위기도 짚었다. 1997년, 당시 <르 몽드 디플로마티크>의 기자였고 현재는 주필이자 사장인 이냐시오 라모네(Ignacio Ramonet)는 <새로운 경호견>이라는 책을 냈다. 치밀한 자료조사를 바탕으로 권력, 자본과 유착된 언론인들을 모두 실명으로 비판하는 이 책은 2005년에 개정판이 나왔고 2010년에는 다큐멘터리 영화로 제작됐다. 프랑스 시민들은 이 영화를 함께 감상하고 토론한다. 장 대표는 “비판의 수위가 꽤 높음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내에서도 사회 현상을 파악하는 교육용으로 용인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어 장 대표는 사회 개혁을 위한 아이디어가 아니라, 재벌들의 입맛에 맞는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미국식 ‘싱크탱크’를 비판하며 “반지성적인 것에 대항할 수 있는 집단적 지식을 만들어 전략을 세워야 한다. 언론학자들은 자본에 저당 잡힌 채 지식인 행세를 하고 민주주의를 방해하는 이들을 연구해 공중의 발상을 깨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 손석춘 건국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손석춘 건국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교육 현장에서의 언론학자 역할을 환기했다. 손 교수는 “민주주의의 발전을 대학에 기대하기 어렵다. 대학은 신자유주의의 공급처다. 진리를 발굴하는 열정은 없다”며 대학에 대한 착찹한 심경을 밝힌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의 퇴임사를 소개하며 말문을 열었다.

손 교수는 ‘나는 오늘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던 김예슬 선언,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일상적인 언어로 선풍적 열풍을 불러온 최현우 학생의 대자보를 언급하며 “그들의 목마름과 몸부림에 교수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교수님들 안녕하십니까’라고 묻고 싶은 심경”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그는 “학교와 현장의 접점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고 싶다. 대학교수들은 학생들과 현대사회의 문제점을 얼마나 토론하고 이야기를 하는가”라고 문제제기를 하며 “대학에 학술 스터디 모임이 사라진 것은 교수들의 책임이 크다고 본다. 대학생들의 무관심을 탓하기 전에 지식인 집단의 고민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과대학 교수는 체제유지에 앞장서는 법조인들의 보수적 풍토를 짚으며 ‘어용지식인’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나갔다. 한 교수는 “법조인의 영역에서는 95% 이상이 보수적이다. 이는 현재 법조계를 주도하는 이들 중 다수가 과거 독일 보수 재단의 지원으로 독일 우파 계열의 법을 공부한 이들이기 때문”이라며, “사법권이 한국의 민주화, 국민의 기본권을 가로막는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는 현실”을 꼬집었다.

▲ 한상희 건국대 법과대학 교수.
한 교수는 “지식사회의 본질은 ‘비판능력’에 있다. 지식인은 주류의 이야기에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지식인이라면 빤히 눈에 보이는 자신의 진리가 다른 이들에 의해 부정되는 상황에 분노할 줄 알아야 한다. 각자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주장하고, 이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서로 만날 때 세상에 지식인이 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용역이라도 좀 안했으면 좋겠다”고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앞선 교수들의 발제가 끝나자 열띤 토론이 시작됐다. 자리에 참석한 조항제 부산대 교수는 “현대 사회는 지배, 피지배나 좌파, 우파 등의 관계가 굉장히 복잡하게 얽혀있다. 과거에 좌파 지식인이 국가의 경영에 크게 도움이 못되는 경우도 보지 않았나. 개인적으로는 ‘보수적 민주인사’를 만나보고 싶다. 양심과 능력을 함께 가져가는 것이 지금의 지식인에게 요구되는 자세라고 본다”며 의견을 밝혔다.

김남석 경남대 교수는 “지식인 집단의 뼈저린 반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과거 우리는 ‘종편사회’를 예측하지도 못하지 않았나. 지금도 미망에만 사로잡혀 능력을 기르지 못하면 곤란하다”며 자성을 촉구하며 능력을 기를 것을 당부했다.

강상현 교수는 정파논리에 포획된 언론의 책임을 물었다. 강 교수는 “지식인의 분노는 칼럼, 서명, 시국선언 등으로 표현할 수 있다. 요즘 느끼는 것은 현장에서는 분명히 분노가 들끓는데, 사회 전체적으로 공유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쪽으로 치우쳐진 미디어 지형에서 마이크를 모두 뺏긴 상황인데, 이를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라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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