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하는 것’을 말하라
‘남들이 하는 것’을 말하라
  • 김지헌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 (admin@the-pr.co.kr)
  • 승인 2014.02.18 09: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지헌의 브랜딩 인사이트

[더피알=김지헌] 여러분들은 호텔에서 2박 이상 머무르게 될 때 수건을 재활용하는가? 아니면 한번 쓴 수건을 바닥에 던져놓고 다음날 교체된 새로운 수건을 사용하기를 바라는가? 많은 사람들이 환경보호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점에는 쉽게 동의하면서도 생각보다 수건을 재활용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높지는 않은 듯하다. 많은 호텔들이 수건을 교체하는 수고를 줄이고 물과 세제를 아낄 수 있으며 환경보호에 앞장선다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투숙객들이 수건재활용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권하는 카드(Hotel towel reuse sign)를 만들어 욕실에 부착해 두고 있다. 카드에 적힌 대부분의 메시지는 내용과 형식에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대체로 “수건을 재활용함으로써 환경보호에 동참하라”는 명령유형의 규범(injunctive norm) 메시지다.

약간은 무미건조하고 강압적이면서도 식상해 보이는 이러한 유형의 메시지의 설득효과는 상대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어떤 유형의 메시지가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수건재활용 운동 참여를 유도하는데 더 효과적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호텔 투숙객의 75%가 수건재활용운동에 참여했습니다”와 같이 남들이 어떻게 행동하고 있는가를 있는 그대로 서술해주는 서술유형의 규범(descriptive norm) 메시지가 효과적이다.

서술유형의 메시지를 활용하라

이와 관련된 주제의 연구논문이 2008년 소비자 행동연구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학술지인 ‘소비자연구저널(Journal of Consumer Research)’에 발표되었다(Goldstein, Cialdini & Griskevicius, 2008). 연구진은 미국 남서부의 한 체인호텔의 도움을 받아 80일 동안 190개의 방을 이용하는 1058명의 투숙객들을 대상으로 첫 실험을 진행했다. 투숙객들을 무작위로 두 그룹으로 나눈 후 명령유형의 규범메시지와 서술유형의 규범메시지 중 어떤 것이 수건재활용의 참여를 더 효과적으로 유도할 수 있는지 비교했다.

그 결과 서술유형의 규범메시지가 명령유형의 규범메시지보다 더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35.1% vs. 44.1%). 나아가 연구진은 53일 동안 투숙객 1595명을 대상으로 두 번째 실험을 진행해 서술유형의 규범메시지가 더 높은 설득효과를 가지기 위해서는 행동 서술의 대상이 되는 준거(reference)의 범위를 좁힐 필요가 있음을 보였다. 즉, “호텔 투숙객 75%”를 준거로 사용하기보다는 “이 방을 이용하는 투숙객 75%”를 준거로 사용한 메시지를 담은 카드를 부착할 때 수건을 재활용하는 투숙객의 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44% vs. 49.3%).

필자가 이와 관련된 연구결과를 프랜차이즈MBA 수업시간에 소개했을 때 학생들은 자신이 일하고 있는 프랜차이즈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범위가 매우 넓다는 피드백을 해줬다.

예를 들면, 요식업에 일하는 분은 현재 사용하고 있는 “환경보호를 위해 음식을 남기지 말라”는 메시지를 “이 레스토랑을 이용하는 고객들의 75%가 환경보호를 위해 음식을 남기지 않습니다”라고 바꾸겠다고 말했다. 또한 키즈카페를 운영하는 분은 각종 시설을 이용하는 안전수칙을 전달하는 메시지를 서술유형의 규범메시지로 바꾸겠다고 말했다.

서술유형의 규범메시지는 그 의미를 조금 넓게 해석하면 사실 업계에서 브랜드의 판매량 제고를 위해 광고메시지에 이미 많이 활용하고 있는 “판매량 1위”, “히트상품” 등과 같은 브랜드인기도(brand popularity)와 관련된 단서를 포함한다고 할 수 있다. 2012년 필자가 약 300명의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수행한 실험들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브랜드인기도의 단서를 가진 브랜드가 품질이 좋으며 구매위험이 낮다고 인식해 구매의도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때 한국의 유명출판사들이 단기간에 자신들이 출간한 책을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려놓기 위해 책 사재기를 해서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한 것도 브랜드 인기도의 힘이 그만큼 강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1995년 미국에서도 “초일류기업의 시장지배전략(The Discipline of Market Leaders)”이라는 제목의 책을 저자들이 5만권을 사들여, 이 책이 타임즈(Times)의 베스트셀러로 선정된 후 판매량이 급증하는 현상이 발생해 논쟁이 된 바 있다.

'해야한다’ vs ‘남들은 한다’

이처럼 소비자들의 행동은 “해야 한다(should)”는 유형의 메시지보다 “남들은 한다(is)”는 유형의 메시지에 더 많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서술형의 규범메시지는 기업뿐 아니라 정부 정책을 수립하는 관리자들, 심지어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들까지 타인을 설득해야 하는 일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들이 활용할 수 있을 만큼 그 활용범위가 매우 넓으며 파급효과 또한 큰 장점이 있다. 하지만 서술형 규범메시지를 책 사재기와 같은 부정적인 형태의 마케팅활동에 활용할 경우 해당 기업뿐 아니라 산업 전체에 부정적인 효과를 미쳐 결국 스스로 위기를 자초할 수 있다는 점도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다.



김지헌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