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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진료 논란의 시작은 ‘소통 부재’
원격진료 논란의 시작은 ‘소통 부재’
  • 유현재 (hyunjaeyu@gmail.com)
  • 승인 2014.02.20 0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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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재의 Now 헬스컴

[더피알=유현재] 의료법 개정안으로 시끄럽다. 정부는 원격진료 및 영리병원과 관련된 법안을 예고하며 나름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지만, 의사들은 불합리하며, 시기상조이고, 억지논리이면서도 전혀 현실적이지 않은 제안이라며 집단휴업까지 외치는 상황이다. 결국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될 주체는 다름 아닌 일반 국민들이다.

필자는 본 칼럼을 통해 정부의 주장을 지원하거나, 혹은 의협의 신념에 대한 정당성을 설파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다만 헬스커뮤니케이션, 즉 건강이슈 관련 소통을 연구하는 한 사람으로서 답답한 상황들을 적고자 하는 것이다.

이번 분쟁의 핵심 중 하나는 원격진료이다. 그동안 의료인 사이에서만 허용되던 원격의료를 향후에는 의사-환자 간에도 일부 허용하겠다는 정책이다. 물론 모든 질병, 일체의 의료상황에서 일괄적으로 실시하겠다는 뜻은 아니고, 적절한 의료인이나 의료시설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고 만성질환을 앓는 환자들의 경우 세계 최고 수준의 IT 인프라를 적극 활용해서 일부 병원에 허가하겠다는 계획이다.

환자는 의사의 ‘손길’을 원한다

이 같은 정책과 관련, 얼마 전 의협은 한국갤럽에 의뢰해 원격진료와 관련된 사항들에 대한 대국민 설문조사를 실시했다고 발표했다. 논쟁의 핵심인 사항들에 대해 정부보다 신속하게, 결코 적지 않은 1500명을 대상으로 찬성-반대를 질문한 것이다. 설문조사를 발주하는 주체가 의협이었다는 상황을 약간(?) 감안하더라도, 조사에 참여한 대다수의 국민들은 원격진료에 있어 반대의 의견을 분명하게 피력했다.

설문에 참여한 약 75%의 국민들이 현 정부가 입법예고한 원격진료에 우려를 표명한 것이다. 걱정하지 않는다고 대답한 국민은 21.6%, 잘 모르겠다는 반응은 3.8%였다고 의협은 덧붙였다. 대다수는 오진 가능성과 사고의 위험성에 대한 시범사업을 충분히 시행해야 한다고 생각했으며, 이와 같은 과정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강행하는 것은 위험할 것 같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의료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만약 건강 보험료 인상분을 추가로 낼 의향이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도 과반수가 찬성했다는 것이다.

사실 원격진료는 궁극적으로 국민들의 부담을 줄이고, 정책 소비자들에게 효율성을 공급하려고 실시하는 정책인데 ‘왜 의사들도 아닌 일반 국민들이 반대한다고 했을까’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겠다는 말이다. 결국 조사에 참여한 국민들은 ‘돈을 좀 더 주고 내 시간을 허비하더라도, 나는 그냥 예전처럼 의사와 면대면으로 소통하고 싶다’고 말한 것은 아닐까?

일부 의사들의 권위주의와 너무나 짧은 진료시간이 불만인 경우도 엄존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전통적 방법을 고수하기를 희망한다는 뜻일 수 있다는 말이다. 정부 당국자들, 정책 입안자들은 이 같은 결과를 일종의 과도기적 상황으로 치부할 수도 있겠으나, 헬스컴 연구자의 시각에서 보면 상기 결과는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국민들의 반응이다.

원격진료라는, 국민들에겐 실로 어마어마한 패러다임 변화를 제안하면서, 과연 정부는 국민들이 향후 변화될 환경에서 어떤 형태로 의료인과 소통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어떠한 스타일의 진료를 경험하게 될 것인지에 대한 실질적 가이드라인이나 청사진을 충분히 소통했는지 묻고 싶은 것이다.

일반 국민들의 입장에서 일반적으로 할 수 있는 질문, 예를 들어 “의사들과 컴퓨터, 모바일을 통해 이야기를 하라고?” “몇 시부터 몇 시 사이에 예약을 어떻게 잡아서, 어디서 어떻게 하라는 말이야?”에 대한 어떠한 모범 답안도 충분히 홍보하지 않았다.

충분한 소통으로 국민 공감 이끌어내야

그저 기술적 인프라에 의한 가능성과 이상론에 가까운 편익만을 보여주면서 입법예고 단계에 이르렀다고 감히 생각한다. 정책 소비자들인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질문들과 불안들은 너무나 고려하지 않고 정책 실현만을 말하고 있다는 느낌인 것이다.

환자-의사의 소통은 질병의 처치에 있어서 핵심이다. 원격진료는 이처럼 극도로 중요한 환자-의사간의 대인소통(Interpersonal Relationship)을 재정립하는 엄청난 일이라는 말이다. 똑같은 질환과 상황이라도 의사와 환자가 어떤 방법으로 건강한 소통을 실행해 최적의 결과를 지향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은 너무나 중요한 헬스컴 영역이다.

하지만 작금의 소동을 살펴보면 이에 대한 배려는 결코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원격진료에 대한 대단히 기계적인 예상, 원격진료가 실행될 경우 누리게 될 상당히 단순한 수준의 편익만이 입법예고의 주요 배경으로 제시돼 있을 뿐이다. 원격진료가 진행될 때 환자 입장에서는 전통적 진료와는 어떻게 다른 준비를 해야 하고, 어떤 방식으로 진료가 진행될 것인지, 소요시간은 또 얼마나 다르며, 안 그래도 어려운 전문의와 소위 ‘화상채팅’을 하며 경험할 수 있는 어색한 순간은 또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등등에 대한 불안들이 국민들의 마음은 아닐지 안타깝다.

원격진료의 취지는 매번 대면하지 않아도 되는 일부 만성질환 환자들이 더욱 편리하고 경제적으로 의사들을 만나 효율적으로 진료를 경험하는 상황을 전제한다. 정부가 시행했어야 하는 작업은 의사-환자 간에 일어날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더욱 소상하게 예상해서 시뮬레이션 과정들을 꼼꼼하게 집행한 다음, 제반 내용들을 넓고 깊게 소통하고 또 소통해서 국민들에게라도 공감을 얻는 과정이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책을 덜컥 밀어붙이는 것은, 얼마나 국민들의 편에 서있지 않은지 자인하는 이미지만을 심게 되며, 소통이 부족한 정부라는 아쉬움을 더하게 될 뿐이다.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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