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세일, NO협찬, NO광고! 작은 브랜드의 큰 반란
NO세일, NO협찬, NO광고! 작은 브랜드의 큰 반란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4.02.21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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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라이브러리] ‘가장 가방다운 가방’ 만드는 로우로우 이의현 대표

소통라이브러리는 우리 사회의 소통문화를 새롭게 만들자는 취지에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자유롭게 협력하는 코너로, 이종혁 광운대 교수와 함께 진행합니다. 대중에게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그들만의 방식으로 소통문화를 창출하고 이끌어가는 숨겨진 인물들이 인터뷰의 주인공입니다.

[더피알=강미혜 기자] 자본금 2000만원으로 매출 25억원을 올렸다. 투자 대비 자그마치 125배다. 요즘 같은 불황에 로또가 아니고서야 이런 대박은 좀처럼 치기 어려운 일. 비법을 물었더니 돌아오는 건 ‘백 투 더 베이직(Back to the Basic·기본으로 돌아가서)’이란 어쩐지 밍숭맹숭한(?) 답변이다. 기본에 충실한 가장 가방다운 가방으로 브랜드 히스토리를 막 써내려가고 있는 로우로우 이의현 대표(32)를 만났다.

▲ 로우로우 이의현 대표.

젊음의 거리 홍대에 젊은 브랜드의 산실이 있다. 3층짜리 빈티지 건물이 1층은 숍(shop)으로, 2층은 제작소, 3층은 사무실로 쓰임새에 따라 야무지게 꾸며졌다. “로우로우와 어울리는 곳을 찾느라 애 좀 먹었다”는 이의현 대표는 “단순한 건물, 공간이라기보다 브랜드에 대해 얘기하고 작업하면서 동료들과 함께 숨쉬는 ‘아지트’ ”라고 소개했다.

론칭 1년. 이곳에서 탄생한 로우로우 가방은 군더더기 없는 심플한 디자인으로 젊은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등에 메도 되고 가로로, 세로로 들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멀티형’ 제품이다. 잠수복 소재라서 방수는 기본, 내구성 또한 두말할 나위 없이 최고 수준이다.

“로우로우는 로우(raw·원 그대로의)와 로우(row·열)의 합성어에요. 본질의 반복이란 의미로 이름 붙였습니다. 브랜드 철학에 맞게 ‘들고 담는’ 가방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인위적인 홍보·마케팅 활동도 일절 없다. ‘NO세일’ ‘NO협찬’ ‘NO광고’다. 제품에 대한 강한 자신감은 자연스러운 입소문으로 이어졌고, 1년 만에 35억 매출이란 선순환을 이끌었다. 작은 브랜드의 큰 반란이라 할만하다.

겉으로 보기엔 굉장히 트렌디한 삶을 사는 분이실 것 같은데요.(웃음) 어떻게 기본에 충실한, 가장 가방다운 가방을 만들자는 생각을 하게 되셨나요?
20대 초부터 저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꿈은 늘 갖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 패션회사에 들어갔는데요. 있다 보니 팔기 위해 옷을 막 찍어내는 느낌이었습니다. 새로운 것만 찾고 트렌드를 쫓기에 급급한. 그런 수많은 옷들이 문득 너무 공해 같았어요. 진짜 옷의 가치는 뭘까 생각하게 됐죠. 화려한 치장이나 거품 없이 본질로 돌아가서 자체의 심플함으로 승부를 보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게 가방으로 구현된 겁니다. 

치장하지 않으려 일부러 광고나 마케팅도 안하는 건가요? <더피알> 주요 독자인 홍보인이나 마케터들이 들으면 굉장히 힘 빠지는 일인데….(웃음)
‘광고나 마케팅은 무조건 안해’, 그런 건 아니고요. 우선 톡 까놓고 돈 들여서 마케팅 할 형편이 안됐습니다.(웃음) 우리가 더 잘 할 수 있고 더 잘해야 하는 일에 집중하자 생각했고요. 여력도 안 되는데 구태여 광고나 연예인 협찬에 공을 들일 이유가 뭐 있겠어요. 거기에 쏟을 시간과 정성을 제품에 돌리는 게 훨씬 낫죠. 

▲ 로우로우가 지난해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연 팝업스토어. 흰 벽에 크레파스로 그림 그려놓고 탁구대, 두부상자, 7000원짜리 걸개 등을 활용해 제품을 전시했다. /사진제공=로우로우

30대 청춘 여섯이 안정된 직장도 때려치우고 뭉쳤다고요. 어쩌다? 뭐에 꽂혀서요? 

일단은 제가 열심히 설득했죠.(웃음) 또 이 친구들 모두 워낙에 태생들 자체가 자유로워요. 전혀 회사원 같지 않은. 요즘 친구들 지인을 만나면 다 얼굴이 달라졌대요. 대기업에 있을 땐 늘 피곤에 쩔어서 만나도 술이나 한 잔 하자는 게 전부였는데, 지금은 회사 자랑에 침이 마른다고요. 좋아하는 일을 해서 그런지 밤 10시고 11시고 사무실에 불 켜있을 때도 많아요. 저 지금 막 자랑한다는~?(웃음)
 
1.'그냥' 좋아해주신 3000명의 FAN 고맙습니다. 차근차근 늘어가는 FAN이 저희는 '그냥' 형제, 자매 같고 그래요. 한분한분 익은 얼굴들 ^^
2.'그냥' 좋아해주신 모든 형제, 자매들에 10월 한달간 R CENTER에서 구매하시면 그냥 R HOLDER(5만원 이상) + R POCKET(10만원 이상) 드리겠습니다.
3. 3000번째 FAN인 @지혜 님께 R BAG 2 + R CARD HOLDER + R HOLDER 를 '그냥' 드리겠습니다. 쪽지로 받으실 주소 보내주세요.
4. ROWER 분들 '정 말 좋 아 요' 고맙습니다.

로우로우는 지난해 10월 페이스북 이벤트를 하며 이같은 글을 올렸다. 브랜드를 알리는 유일한 창구인 페이스북을 통해 팬(고객)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 것. “우리 팬이 되어 달라 한 적도 없는데 알아서 ‘좋아요’ 해주시는 게 신기하면서도 참 고맙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예고 없이 3000번째 팬께 선물을 드려보자 했던 거예요.”

지난 연말엔 노숙인 자립을 위한 잡지인 <빅이슈> 판매원들에게 직접 디자인한 조끼도 선물했다. 잡지광고 대신 선택한 일이었다. “1년 간 받은 사랑이 커서 뭘로든 고마움을 표하고 싶었어요. 마침 이곳저곳에서 광고 제의가 들어왔는데 돈 들여 광고를 하는 것은 아닌 것 같고, 대신 빅이슈 사장님들께 조끼를 해드리기로 했습니다. 홍대 앞에서 매일 열심히 판매하시는데 여전히 뭔지 모르는 사람이 많거든요. 그래서 조끼 콘셉트는 편하면서도 눈에 확 띄는! 복장 자체가 빅이슈가 될 수 있게 하는 데에 중점을 뒀습니다.”

자유로운 느낌의 홈페이지 역시 로우로우답다. 설치형 블로그로 알려진 워드프레스 플랫폼에 사진공유에 뛰어난 핀터레스트 방식이다.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은 친한 누군가에게 ‘말하듯이’. 브랜드의 장점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여타의 브랜드 홈페이지가 아니라, 제품과 브랜드는 물론 로우로우의 가치나 철학에 대해서도 열어놓고 공유하고 싶었단다.

▲ 로우로우는 지난 연말 노숙인 자립을 위한 잡지인 <빅이슈> 판매원들에게 직접 디자인한 조끼를 선물했다./사진제공=로우로우

화려한 수식어도 현란한 마케팅도 모두 배제했습니다. 그런데도 백화점에 들어갔고, 대기업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합작)도 했습니다. 이 역시 베이직(기본)의 힘인가요? 
기본에 충실하게, 로우로우스럽게 하다 보니까 운 좋게도 기회가 찾아왔어요. 지난해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연 팝업스토어(일정 기간 동안만 제품을 판매하는 임시 매장)나 엠비오와의 콜라보레이션 모두 그쪽에서들 제의를 해왔습니다. 팝업스토어는 돈 들여 꾸미기 보다 저희 식대로 했어요. 흰 벽에 크레파스로 쓱쓱 그림 그려놓고 탁구대, 두부상자, 아파트 부녀회에서 7000원 주고 구입한 걸개 등을 활용해 제품을 전시했죠. 중고품을 가져오면 그 가치만큼 제품으로 교환할 수 있는 ‘바터 마켓(Barter Market)’도 진행했고요. 전혀 백화점스럽지 않은, 어떻게 보면 장터 같은 콘셉트였지만 다행스럽게도 고객 반응이 꽤 좋았습니다.(웃음)  콜라보레이션의 경우 로우로우 제품에 엠비오 소재를 결합시킨 건데요, 심플하고 담백한 로우로우 디자인에 엠비오의 강점인 트렌디한 패턴을 입혀 변화를 줬습니다. 

콜라보레이션이라는 게 장점이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작은 브랜드 고유의 특성이 훼손될 수도 있는 일입니다. 계속해서 거대자본과 코마케팅을 한다면 처음처럼 로우로우가 본질에만 집중한다는 게 쉽지만은 않을 것도 같습니다.
물론 그럴 수도. 하지만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재미(Fun), 단순(Simplicity), 본질(Essence)이란 세 가지 원칙 안에서 놀자. 이 원칙에서 벗어나면 우리 게 아닌 거다. 가장 로우로우스러운 게 혁신이다’라고. 앞으로도 답은 간단합니다. 우리 게 아닌 건 과감히 포기하면 돼요.

향후엔 연예인 협찬 제안도 많이 들어올 것 같은데요. 계속해서 노(No) 협찬으로 일관하실 건가요? 
저희가 비용을 들여 하는 협찬은 안 해도, 연예인 쪽에서 원해서 먼저 협찬을 제안해 온다면 할 것 같아요. 생각해보세요. 지드레곤 같은 스타가 로우로우 가방을 매겠다고 하는데 어떻게 거절할 수 있겠어요?(웃음) 그럴 경우 브랜드 홍보 차원에서 당연히 해야겠죠.

이종혁 광운대 교수는 로우로우라는 브랜드에 사회적 의제를 담아낼 것을 제언했다. 기본에 충실한 로우로우의 심플함이 지금은 각광받지만, 그것이 주류 트렌드가 되면 새로울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하는 고유한 브랜드 가치를 심는 게 중요하다. 가령, 탐스슈즈(Toms Shoes)는 신발 한 켤레를 팔 때마다 다른 한 켤레를 아프리카 등 제3세계 어린이들에게 기부한다. 그 결과 제3세계 기부는 탐스슈즈를 상징하는 또하나의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됐다. 탐스슈즈와 비슷한 형태의 신발은 많아도 탐스슈즈와 똑같은 브랜드는 없는 셈이다.

이 교수는 “신생 브랜드가 지향하는 가치가 하나의 트렌드가 돼버리면 차별화를 위해 계속 덧칠을 하게 된다. 그렇게 해서 점차 브랜드 고유의 특성이 사라지는 일이 많다”면서 “로우로우는 지금부터라도 누구나 쉽게 범접할 수 없는 가치를 브랜드에 심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런 측면에서 자본과의 콜라보레이션 뿐만 아니라 순수공익과의 협력, 협업도 브랜드 가치를 깊게 하는 의미 있는 일이 될 수 있다.


이제 막 첫 발을 내디뎠습니다. 로우로우, 앞으로 어떤 브랜드로 만들고 싶으세요?

멀리 봤을 땐 한국적 정서를 담아내고 싶어요. 브랜드 세 가지 원칙 중 하나인 ‘재미(Fun)’를 우리 정서로 풀게 되면 ‘정(情)’ ‘흥(興)’ ‘한(恨)’이라고 봐요. 이걸 브랜드에 녹여내는 거죠. 브랜드가 강하면 국력도 강해진다고 생각해요. 삼성이 글로벌 브랜드가 되면서 한국이란 브랜드 가치가 덩달아 올라간 것처럼. 열렬한 애국자는 아니지만, 한국을 보여줄 수 있는 한국적 정서가 담긴 브랜드로 성장시켰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계속해서 가장 가방다운 가방에 집중할 계획인가요? 브랜드 확장성은 어디까지 보고 있습니까? 
지금은 가장 가방다운 가방을 만들지만 그 다음엔 가장 신발다운 신발, 가장 커피다운 커피, 가장 빵다운 빵 등으로 제품을 다양하게 확장시켜 나가고 싶습니다. 궁극적으론 일본의 무인양품(MUJI·브랜드를 내세우지 않고 성장한 잡화 브랜드)을 지향하고요. 이런 꿈을 실현시키려면 많은 투자나 시장에 대한 분석 등이 있어야겠지만 그에 앞서 우리 것, 우리 가치를 지속시켜나가는 게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당장 올해 계획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작년만큼만 하자’.(웃음) 2013년엔 하나님이 도와주셨는지 진짜 기적 같은 일들이 많았어요. 올해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좀 더 로우로우스러운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내부적으론 더욱 더 로우로우다운 팀웍을 다지려고 해요. 지난해엔 설사 잘못하더라도 론칭 첫 해라는 핑계거리가 있었는데, 올해는 아니잖아요. 치열하게 고민해서 철저히 제품력으로 승부를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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