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는 마케터의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소비자는 마케터의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 조성미 기자 (dazzling@the-pr.co.kr)
  • 승인 2014.03.03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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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움을 줘 스스로 참여하게 만들어야

[더피알=조성미 기자]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 했다. 하지만 기업의 입장에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소비자의 마음을 알기란 쉽지 않다. 선의의 의도로 시작했다 하더라도 이를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맘에 들어 하지 않는다면 실패한 마케팅이 될 것이고 때로는 생각지도 못한 의외의 반응으로 기대보다 좋은 성과를 내기도 한다.
 

 


“평생솔로일 고객님, 주문하신 음료 나왔습니다”

스타벅스가 최근 진행한 닉네임 이벤트가 화제가 됐다. 스타벅스의 ‘콜 마이 네임(Call My Name)’ 이벤트는 마이 스타벅스 리워드 회원이 스타벅스 카드로 결제할 경우 매장에서 주문한 음료를 찾을 때 고객이 사전에 등록한 ‘닉네임’을 불러주는 서비스이다.

이벤트 소식이 전해지자 온라인에서는 6자로 제한된 글자 수에 맞춰 기발한 닉네임을 짓는 경쟁 아닌 경쟁이 벌어졌다. 이렇게 탄생한 닉네임은 ‘받자마자쏟을’ ‘달랑이거시킨’ ‘꼴에 스벅오신’ 등과 같이 재치 넘치는 닉네임부터 ‘경찰청창살’ ‘왕밤빵왕밤빵’ ‘숨겨왔던나의’ 등 직원을 당황하게 하려는 의도의 닉네임도 다수 등장했다. 또한 ‘커피는맥심’ ‘커피빈’ ‘탐앤탐스’처럼 경쟁사의 브랜드 네임을 닉네임으로 지정한 짓궂은 고객들도 등장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온라인에서는 자신의 재치 있는 닉네임을 인증하거나 닉네임을 부르며 당황하던 직원과 손님들의 반응 등 매장에서 일어난 해프닝을 전하며 꾸준히 이슈를 일으켰다.

진정성 담긴 즐거움이 성공의 키

스타벅스는 완성된 음료를 제공할 때 고객의 닉네임을 부르는  ‘콜 마이 네임’으로 아날로그적인 커뮤니케이션 철학을 실천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완성된 음료를 제공할 때 고객의 닉네임을 부르는 ‘콜 마이 네임’으로 아날로그적인 커뮤니케이션 철학을 실천하고 있다.

기업의 이벤트, 프로모션 등의 마케팅 활동에는 나름의 목적과 기대 효과가 내포돼 있다. 하지만 이번 스타벅스의 사례는 기업 주도의 이벤트를 넘어 소비자 사이에서 ‘재미있는 장난’이 됐다.

그렇다면 이번 이벤트는 성공한 것일까, 실패한 것일까? 소비자는 단순히 ‘재미’만을 추구하는 것으로 그치지만, 과연 마케터들 역시 소비자가 즐기면 그만이라고 생각했을까?

결론적으로 스타벅스는 이번 행사를 성공적이라고 평가했다. 스타벅스 측은 콜 마이 네임 서비스의 경우 시작 일주일 동안 12만명이 넘는 고객이 닉네임을 등록했고 1만7000명의 고객들이 마이 스타벅스 리워드 신규 회원으로 가입하는 등 높은 소비자 호응으로 1월 한 달로 예정했던 행사를 지속적으로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처음에는 매장 직원들이 장난스러운 닉네임에 조금 당황스러워하기도 했으나 고객과 함께 한 번 더 웃을 수 있는 소통으로 생각하게 됐다”며 “닉네임 등록 시 사회 통념에 어긋나는 성·정치·종교·욕설 관련 금지어를 두고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한편, 이미 등록된 닉네임의 경우 매장에서 변경을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숫자로도 성공적인 이벤트였음이 확인됐지만, 무엇보다도 고객과의 소통이 이뤄진 것을 높이 평가했다. 또한 이번 행사의 성공은 진정성이 담긴 기업의 철학이 바탕에 깔려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스타벅스에서는 진동벨을 사용하지 않는다. 완성된 음료를 제공할 때는 고객을 직접 불러 눈을 맞추며 전달, 단지 음료 한 잔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과 눈을 맞추고 소통하려 한다. 더 나아가 대화를 통해 특별한 경험을 전달하고 고객의 일상을 풍요롭게 하고자 하는 기업의 철학이 담겨 있다.

이러한 철학에 따라 미국 매장에서 주문 시 고객의 이름을 컵에 적어 호명한다. 하지만 이는 동양 문화권에서 어울리지 않아 시행하지 못하다가 이번 콜 마이 네임 이벤트를 마련, 고객들의 높은 호응이 있었던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스타벅스 브랜드가 가진 감성적이고 아날로그적인 커뮤니케이션 철학을 바탕으로 소비자를 자신들의 틀에 끼워 넣기보다는 자유롭게 참여하도록 장을 마련해준 것이 이벤트 성공의 키포인트로 작용한 것이다.

브랜드주권, 소비자에게로 이동

현대자동차는 ‘제네시스 4행시 짓기’ 이벤트로 소비자의 질책을 받았다.
현대자동차는 ‘제네시스 4행시 짓기’ 이벤트로 소비자의 질책을 받았다.

반면 예상치 못한 소비자들의 반응으로 곤혹을 치른 사례도 있다. 현대자동차가 페이스북을 통해 진행한 ‘제네시스 4행시 짓기’ 이벤트는 의도와는 다르게 적지 않은 소비자들이 기업에 불만을 성토하는 장으로 변질됐다.

당초 현대차는 출시를 앞둔 제너시스를 알리기 위해 커피 교환권을 상품으로 4행시 짓기라는 가벼운 행사를 마련했다. 하지만 일부 참여자들은 상품을 타기위한 아름다운 4행시보다는 그 간 차량의 결함으로 지적돼 오던 사항과 광고를 비꼬는 내용 등 기업에 대한 불신을 담아냈고, 이는 온라인을 타고 확산되며 조롱거리가 된 것이다.

이는 그간 고객의 불만을 해소하기보다는 무시하고 덮으려했던 행태에 대한 소비자의 저항이라고 볼 수 있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초기에 부족한 점을 인정하고 개선의 노력을 보여야하지만 적당히 덮고 넘어가려 한다면 더 큰 역풍을 맞을 수 있음을 확인시킨 것이다.

이렇듯 기업의 이벤트가 본래의 의도와는 다른 결과를 불러 오는 것은 ‘소비자에게로 권력이 넘어갔다’는 말로 설명할 수 있다.

브랜드액션 서대웅 대표는 “요즘의 소비자들은 기업이 정해놓은 프레임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을 거부한다”며 “브랜드주권이 기업에서 소비자로 이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의 마음을 잡기위해서는 소비자와 함께 브랜드의 가치를 충분히 나눌 수 있는 스토리를 만들어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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