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폰 철수’ 통해 본 한국식 소셜커머스 한계
‘그루폰 철수’ 통해 본 한국식 소셜커머스 한계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4.03.05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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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보다는 ‘반값’…“오픈마켓·홈쇼핑化 돼버려”

[더피알=강미혜 기자] 세계 최대 소셜커머스업체 그루폰이 한국 진출 3년 만에 시장 철수를 결정하게 된 것은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소셜커머스 본래의 가치인 ‘소셜’보다는 ‘반값’에 더 익숙한 한국시장의 특수성, 네트워크를 통한 ‘입소문’ 보다는 매스(mass) 광고·마케팅에 더 의존하는 한국식 마케팅 문화에 적응하지 못한 현지화 실패가 주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지난해 11월 그루폰이 티몬을 인수하면서 한국 시장에서 월등한 입지를 보이는 티몬에 사업 역량을 집중하려는 비즈니스적 판단도 크게 작용했다.


소셜마케팅 전문가인 윤상진 와이드커뮤니케이션즈 대표는 “그루폰이 한국 시장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 건 문화적 차이를 고려한 마케팅 전략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봤다. 페이스북 등의 소셜네트워크 및 인맥을 통해 마케팅 채널이 만들어지는 해외와 달리, 국내 소셜커머스 시장은 매스 광고물량에 따른 홍보·마케팅 효과가 절대적이라는 점이 가장 큰 차이다.

윤 대표는 “그루폰이 국내에 진출하기 전 이미 티몬, 쿠팡, 위메프 등의 소셜커머스업체가 존재하고 있었다”며 “전세계적으로 소셜커머스 시장을 키운 선도업체가 그루폰이지만 한국에선 후발주자다. 더 공격적으로 나서야 했는데 ‘소셜’이라는 틀에 갇혀 시장 포지셔닝을 위한 마케팅에 너무 소극적이진 않았나 생각한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실제 국내 소셜커머스 빅3 업체들의 마케팅 경쟁은 ‘출혈’이라 표현될 정도로 치열하다. 당장 광고모델만 해도 3사 모두 톱클래스 스타들을 내세운다. 티몬이 수지를, 쿠팡이 전지현, 위메프는 이서진·이승기 등을 앞세워 전방위 홍보 전략을 펼쳤다. 업계에 따르면 이들 업체간 시장 주도권 싸움은 하루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100억원 가까운 마케팅 비용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그루폰 철수를 계기로 한국식 소셜커머스의 현재 모습도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윤 대표는 “전세계적으로 볼 때 소셜커머스는 소상공인 등 지역상권을 온라인에 끌어들여 성공한 것”이라면서 “우리나라도 초창기엔 지역상권들이 (온라인에) 유입되면서 소셜커머스 시장 자체에 대한 이슈를 불러일으켰는데 어느 순간부터 제품이나 상품을 싸게 파는 오픈마켓 또는 홈쇼핑처럼 돼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소셜커머스는 더 많은 사람이 더 싸게 구매하는 규모의 경제로 갈 것으로 본다”며 “소셜은 없고 커머스만 있는데 과연 소셜커머스라는 말이 맞는 지도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그루폰코리아는 지난 3일 직원들에게 법인청산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직원 160여명에 대한 고용 승계 계획은 없어, 전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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