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홍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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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광태 (doin4087@hanmail.net)
  • 승인 2014.03.06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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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태의 홍보 一心] ‘아픈 기사=돈’의 시대 홍보가 갈 길은?

[더피알=김광태] “아니, 언제부터 광고 갖고 장난을 쳤나?”

10년 전 현업 때 일이다. 광고 담당 과장이 가판신문을 보고나서 약간의 부정적 기사를 발견하곤 곧바로 광고국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기사를 들어 내지 않으면 오늘자 백면(12면)에 게재된 광고를 취소하겠다”고 하자 광고국장이 덜컥 겁이나 편집국장에게 달려가 “백면 광고가 날아가게 생겼으니 제발 기사를 내려 달라”고 통사정을 했는데, 이때 편집국장 입에서 나온 말이다.

그 시절만 해도 신문사 편집국 권위는 대단했다. 편집국에 기사 갖고 광고 운운했다간 오히려 더 세게 역풍을 맞았다. 실제 바로 다음날 배달판에 부정적 기사는 더 커졌고 제목으로까지 뽑히는 곤욕을 치렀다. 이후에도 몇 차례에 걸쳐 불이익 기사가 등장해 이를 수습하느라 애를 먹었던 기억이 있다.


10년이 지난 지금,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면 어찌될까?

모 경제지 편집국장의 이야기다. “좋은 기사 크기는 광고와 비례하고 나쁜 기사 크기는 광고와 반비례 한다.” 즉, 언론사에 그 회사가 얼마만큼 경제적으로 기여했느냐에 따라 지면에서의 대접이 달라진다는 말이다. 상황이 역전된 것이다.

지금의 홍보부서장들은 어떻게 해서라도 광고예산 확보에 피나는 노력을 해 보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다. 특히 비용 대비 효과라는 측면에서 관리부서를 상대로 한 합리적인 설득이 큰 장애다. 그렇다고 홍보실 광고 집행을 전부 마케팅으로 넘겨 줄 수도 없는 일이다. 결국은 돈이 있어야 홍보가 제 기능을 발휘 할 수 있는 게 오늘날의 홍보 모습이다.

최근 모 중견 그룹 인사임원에게 들은 이야기다. 홍보임원이 필요해 몇몇 대상자를 놓고 면접을 보는 자리에서 “홍보를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나요?”라고 질문을 던졌더니 한 면접자가 “광고예산이 넉넉하면 잘 할 수 있다”고 답을 하기에 “아니, 홍보를 돈으로 하면 누굴 앉혀놓아도 다 할 수 있는 거 아닌가요?” 그랬더니 “인사임원이라 요즘 언론이 어떻게 돌아가는 줄 모르고 계시는 모양인데 그러시면 인사임원께서 한번 홍보임원 해 보시죠”하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고 한다.

그렇다. 요즘 언론 경영환경을 살펴보면 매우 어렵다. 무엇보다도 언론의 주 수입원인 광고가 광고로서의 효과가 실종된 탓에 물량이 대폭 줄었다. 방송은 방송대로 종편 등장으로 영향을 받고 있고, 신문은 신문대로 판매부수가 줄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결국엔 편집국이 나서서 기사 협찬 형태의 변형적 광고 수입에 매달리게 됐고, 경제나 산업부 기자들은 본연의 환경 감시 기능보다 수익형 기사 발굴에 더 혈안이 돼 있다. 일부 군소 언론들은 언론으로서의 역할과 기능을 포기한 채 오로지 ‘아픈 기사=돈’이라는 관점에서 상대(기업)의 약점 캐기에 급급해 있다. 이로 인한 무리한 기사 남발은 그 폐해가 심각하다.

어느 홍보임원은 경쟁 언론매체에 편파적 협찬을 했다는 이유로 동생뻘 되는 언론사 데스크로부터 호된 꾸지람을 듣는 수모를 당하는가 하면, 어느 회사는 광고 협찬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시리즈기사로 보복을 당하기도 했다.

이러한 언론사 비행(非行)에 견디다 못해 3년 전 광고주 협회가 나서서 매년 나쁜 언론을 선정해 발표한다고 했지만, 그것도 언론사 압력에 밀려 단발에 끝나고 말았다. 이어 등장한 ‘반론보도닷컴’ 역시 각 기업 홍보실 협조가 미비해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을 받다가, 최근에야 인터넷 언론사로 정식 등록해 본격적인 활동을 한다고 알려져 다시금 기대를 모으고는 있다. (관련기사 :인터넷매체 등록…반론닷컴 힘 받는다 / ‘반론’ 사라진 반론보도닷컴, 방향성 갈팡질팡?)

물론 근원적 해결책은 언론 스스로가 자정해 직업적 자존심을 찾는 길이지만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피해를 보는 홍보인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길밖엔 없다. 모래알이 아닌 진흙으로 단단히 뭉쳐진 모습으로 말이다.



김광태

온전한커뮤니케이션 회장
서강대 언론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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