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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시, ‘미디어관리’ 아닌 ‘여론관리’를 하라”
“위기시, ‘미디어관리’ 아닌 ‘여론관리’를 하라”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4.03.11 13: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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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좌담] 반복되는 위기 진단과 처방 (下)

터졌다 하면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키는 비슷한 유형의 위기가 지속적으로 되풀이 되고 있음에도 기업들의 위기관리 수준 또한 비슷한 패턴으로 반복되고 있다. 이에 <더피알>은 최근 위기관리 전문가 3인과 함께 ‘반복되는 위기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를 놓고 좌담을 진행했다. (“위기관리, ‘선례’를 남겨야 한다”에 이어...)

▲ (왼쪽부터) 강함수 에스코토스컨설팅 대표, 김영욱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좌담회 참석자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이하 정 대표)
김영욱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이하 김 교수)
강함수 에스코토스컨설팅 대표(이하 강 대표)

진행 및 정리 강미혜 기자‧사진 성혜련 기자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발생하면 당장 책임소지가 명확치 않더라도 사건사고와 연관된 기업에게 일차적으로 비난이 쏟아진다. 이렇게 여론이 악화된 분위기에서 기업은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강 대표  여론관리를 해야 하는데 자꾸 미디어관리로만 간다. 기자회견장에서 기자들 질문에 답변하거나 홍보팀이 전화기 붙잡고 일일이 기자대응 하면서 회사 입장을 밝히는 식이다. 그렇게 되면 사안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내기 어렵고, 보도 하나 나올 때마다 계속해서 새로운 이슈가 꼬리에 꼬리를 문다. 기업이 이해관계자들과 관련된 이슈를 먼저 취합해서, 그들 입장에서 예상질문을 뽑고 답변을 정리해 선제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면 대응이 훨씬 수월하다. 위기에 대한 오너십을 갖고 정보의 불확실성을 채워나가려는 노력들을 해야 한다.

정 대표  위기 발생시 처음부터 CEO가 나서서 리드하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대개 홍보임원이나 부사장급 정도에서 위기관리 프로세스를 밟으면서 내부적으론 보고나 회의를 통해 상황파악에 들어간다. 이때 톱(top)은 법무나 재무 이슈를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 대책수립을 지시한다. 그들 입장에선 여론재판보단 법정재판이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여론을 관리하는 홍보임원을 찾는 일도, 기자들이 어떤 부분을 가장 궁금해 하는 지에 대해서도 당장 별 관심이 없기에 홍보쪽에선 내부의 고급 정보로부터 단절되기가 쉽다. 결국 홍보팀이 이슈에 따라 애드립 치거나 스테이트먼트 하나 마련해 놓고 반복하면서 공식 입장을 유보하는 경우가 생긴다. 자연히 최초부터 일사불란한 여론관리가 힘들어진다.

김 교수  위기 시엔 무엇보다 기업이 하는 말이 일관성 있고 진실해야 한다. 상황에 따라 이랬다 저랬다 말이 바뀌면 곤란하다. 이유야 어떻든 간에 받아들이는 공중 입장에선 거짓말로 여겨 여론이 악화되기 쉽다. 처음부터 원칙을 세워서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할 것인가에 대한 큰 그림을 짜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적으로 관심이 집중되는 이슈일수록 언론의 역할도 막중하다. 전후맥락이나 사실관계를 파고들어 불필요한 노이즈를 없애야 하는데 언론이 제 기능을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교수  요새 우리나라 언론을 보면 회사원 같은 기자들만 모여 있는 것 같다. 청와대서 노트북 들고 앉아서 불러주는 거 받아쓰는 일에 급급한. 사안에 대해 질문하고 브리핑에 이의를 제기하는 모습을 볼 수가 없다. Q(질문)가 실종됐다.

정 대표
  위기에 대한 언론보도를 보면 ‘왜(why)’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게 아니라, 무조건 기업이 잘못했다는 것부터 전제하고 문제에 대해서만 비집고 들어간다. 기업의 늑장대응이라는 이슈가 반복되듯 언론보도 역시 늑장대응을 꼬집는 비슷비슷한 보도가 반복된다. 기업이 늑장대응을 못하게 사전에 비판하고 감시해야 하는 게 언론 역할인데 매번 사후보도만 하니 오히려 사회적 위험도를 강화시키는 꼴이다. 위기를 진화하고 혼란을 최소화하는 방향에서의 언론 취재나 보도가 아쉽다.

김 교수  증상에 대한 보도만 있고 고칠 방법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잘못에 대해 언론이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서 변화를 이끌어내야 하는데 사건 하나 터지면 우르르 몰려들어 기사 쓰다가도 다른 사건이 터지면 곧바로 접고 옮겨간다. 언론이 문제에 대해 밝히는 검사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그걸 안하니 잘못한 기업들도 조금 있으면 지나가겠지 하고 안일하게 대처하는 게 아닐까. 언론이 순치돼 반복되는 위기환경을 조성해주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강 대표  반복되는 위기는 사회적 손실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해결방법을 찾는 일이 꼭 기업의 몫만은 아니다. 언론이 이슈를 만들거나 확대시키기보다 위험도를 낮추고 대응방안을 찾는 합리적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반복되는 위기엔 기업도, 언론도, 공중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는 결론인데, 해외는 어떤지 궁금하다.


김 교수  일본 최대의 유업회사인 유키지루시는 2001년 식중독 사건 및 자회사의 원산지 표시 위반 등에 대한 위기관리를 제대로 못해 결국 망했다. 공중들이 힘을 발휘해 위기에 대한 선례를 남긴 케이스다. 미국의 경우 위기가 발생하면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를 만든다. 한 예로 1980년대 불산가스 누출사고가 종종 일어나면서 기업이 위험물질을 취급하면 주변 지역민들에게 고지하고 한 달에 수차례 관리 상태를 의무화하도록 법제화했다. 이 때문에 이후 대규모 불산 유출사고가 발생해도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우리도 불산 유출 등과 같은 일이 벌어졌을 때 언론이나 시민단체 등이 나서서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 안전관리에 관한 입법을 이끌어냈다면 반복소지나 피해정도를 상당 부분 줄였을 것이다. 해외와 같은 법적·제도적 안정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정 대표  기업 잘못 시 우리나라도 NGO 중심으로 관심을 갖고 집단소송 등을 벌이기도 하지만 해외와 같은 징벌적 피해보상은 아직 법제화되지 않았다. 해외 선진국에선 반사회적이고 미필적 고의로 인한 잘못은 수조원까지 벌금을 물려 아예 회사 문을 닫게 만들기도 하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기업들에게 그런 엄격함을 물을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요약하자면 위기는 어쩔 수 없지만 위기관리는 어쩔 수 있는 일인데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결론이다. 마지막으로 반복되는 위기상황에서 해당 기업이 위기 확산을 최소화하면서 슬기롭게 대처(관리)해나갈 수 있는 방안에 대해 한 말씀씩 해 달라.


정 대표  두 가지를 당부하고 싶다. 누가? 톱 매니지먼트가, 언제? 미리,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는 점이다. 정보보안 문제도 위에서 미리 관심을 갖고 제3의 검증기관을 통해 예방노력을 조금만 했더라도 충분히 유출사고는 막을 수 있었다. 톱 매니지먼트에서 관심이 없으면 위기관리뿐만 아니라 그 어떤 일에서도 실무 선에선 한계가 있다.

강 대표  톱 매니지먼트 관심도의 연장선상에서 기업 실무진들이 어떻게 하면 윗분들을 설득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들을 많이 한다. 컨설팅을 하면서 여러 사례를 통해 안을 제시해 봐도 결국은 윗분들의 마인드 변화에 달렸다. 위에서부터 위기관리에 대한 프레임을 가져야 실무자들도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여건이 따라온다.

김 교수  반복되는 위기는 조직의 윤리를 조직의 문화로 체화시키지 못해서 생긴다. 미국 역사상 최악의 회계 부정 사건을 일으켰던 엔론도 내부적으론 엄청나게 멋있는 비전과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회사의 크레도를 진짜 회사의 것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질 못해 위기를 맞게 됐다. 기업윤리라는 게 한계가 있다는 걸 인식하고 훼손을 막기 위한 견제장치나 시스템을 만들려는 노력들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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