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포면옥 냉면
남포면옥 냉면
  • 강주영 기자 (kjyoung@the-pr.co.kr)
  • 승인 2010.09.23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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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의 비밀 ‘동치미’ 국물에

평양냉면 잘 하기로 소문난 서울 중구 다동 소재 ‘남포면옥’을 취재 약속 하루 전날 불쑥 찾았다. 직접 맛을 보고 분위기도 살펴놔야 작업(?)이 수월할 것 같아 슬며시 들어갔다. 늦은 저녁에도 손님들로 북적이는 식당 안. 입구에 들어서자 줄 맞춰 길게 놓인 항아리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이 집의 자랑이자 맛의 비밀, 냉면 육수용 동치미가 든 항아리들이다. 뚜껑 위에 표시된 날짜가 동치미를 매일 담가두는 사실을 말해줬다.
자리를 잡고 물냉면과 비빔냉면, 수육을 시켰다. 최고좋아하는 음식으로 냉면을 꼽을 만큼 ‘냉면마니아’인터라 기대가 더욱 컸다. 예전에도 이곳을 방문한 적이 있지만 냉면은 처음. 설레는 마음으로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만 기다렸다. 몇 분이 지나 사기에 다소곳이 담긴 물냉면이 앞에 놓였다. 소금에 절인 오이와 양념한 무를 적당히 얹고 삶은 달걀 반쪽과 고기, 배를 얇게 썰어 올린 모습.
육수 맛을 먼저 봤다.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진 탓일까. 밍밍한 첫 맛에 약간 실망스러웠다. 그런데 이상했다. 한 모금, 두 모금 넘길 때 마다 개운하고 진한 맛이 입안을 채웠다. 그 맛에 빠져 바닥이 드러날 때까지 그릇을 비웠다. 비빔냉면은 매콤·달콤·새콤하면서도 깔끔했다. 양념까지 싹싹 긁었다. 수육 몇 점을 같이 나온 양념간장에 찍어 맛을 봤다. 이미 배는 꽉 찼지만 젓가락이 자꾸 갔다.

담백하고 개운한 맛…사계절 인기
40년 넘게 이어온 전통의 맛이다. 동치미 국물을 섞은 육수는 ‘담백’ 그 자체. 면발은 쫄깃하기보다 부드럽다. 가위로 잘라주지 않은 데는 이유가 있었다. 쉽게 끊긴다. 평양냉면의 면은 면발이 탱탱하고 질긴 함흥냉면과 달리, 살짝 물어도 뚝 끊길 정도로 힘이 없는 대신 부드러운 게 특징. 메밀이 들어가 부들부들해 씹는 맛보다 입안에 닿는 맛이 좋다.
약속한 시간에 주방장인 박성준 실장을 만났다. 예상대로 그는 맛의 비결로 육수를 꼽았다. “양지를 푹 삶은 물에 파와 양파, 무, 마늘, 생강, 고추 등을 넣고 다시 끓여 깊은 맛을 냅니다. 육수와 자연 숙성시킨 동치미 국물을 7대3 비율로 섞어 살짝 간을 해 맛을 살립니다. 면은 손으로 반죽합니다. 처음 가게 문을 열었을 때 그 맛을 유지하고 있는데, 시간이 흘러서도 변함없는 맛을 약속합니다.”
‘남포면옥’은 냉면집보다 평양음식점에 가깝다. 점심에는 간단한 냉면이 인기인 반면, 저녁에는 놋쇠쟁반에 얇게 썬 양지머리와 노르스름한 유통(소 젖가슴 부위)을 담고 갖가지 버섯과 야채 등을 얹은 뒤 천천히 끓여먹는 어복쟁반이 잘 나간다. 이곳에서 직접 빚는 평양식 만두와 국산녹두로 만든 빈대떡도 반응이 좋다.
서울시청 인근에 위치한 만큼 대부분의 시장들이 다녀갔다. 이명박 대통령도 시장 재직 시절 이곳을 찾았다. 야구선수 박찬호, 방송인 김미화 등 유명인들도 여럿 들렀다. 한옥을 개조한 고풍스런 식당 분위기와 이북의 맛 때문일까. 나이 지긋한 손님들이 특히 즐긴다. 누군가 그랬다. 이북 음식은 여러 번 맛을 봐야 제 맛을 알 수 있다고. 남포면옥, 참맛이 궁금해 자주 가게 될 듯.(02-777-3131)

 

강주영 기자 kjyoung@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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