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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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4.03.14 18: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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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토크] 기사발굴에서 협찬발굴로

[더피알=강미혜 기자] 더피알 기자는 특성상 홍보계와 언론계를 넘나든다. PR을 업으로 하는 홍보인은 물론, 그들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언론인 또한 주요 취재원이다.

그런데 최근 언론인들이 홍보인 앞에서 고개 숙이는 일을 자주 듣는다. 정확히 말하면 고개 숙이는 일이 당연해지고 있단다. 기자들이 초라해져가고 있다.

며칠 전 모 일간지 데스크를 만났다. 얼굴이 마른 듯했다. 실제 너무너무 바쁘단다. 기업들 찾아다니기가. 여지없이 협찬·광고 건 때문이다.

어느 날은 A기업 홍보임원을 만나러 갔다 오래간만에 친한 선배(기자)를 만났다고 한다. 협찬 받기가 어렵겠다는 얘기들을 서로 나눴다고. 기라성 같은 언론인들이 기사발굴이 아닌 협찬발굴을 위해 뛰어다니는 것이 지금 언론계의 모습이다.

실제 언론사 기자들이 이같은 현실에 좌절(?)하고 홍보인으로 전향하는 일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기자질’ 해먹기 힘들어 죽겠다며 어디 괜찮은, 갈 만한 기업 홍보실 있으면 추천 좀 해달라고 하는 이들이 줄을 섰다.

홍보인(임원) 입장도 ‘죽을 맛’이다. 얼굴 보고 좀 도와달라는 기자들이 하루에도 셀 수가 없다. 소싯적 쌓은 옛정 없는 기자들이 별로 없는데 그들 요구를 다 들어줄 수도 없고 정말 곤혹스러울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라고 한다.

젊어서는 특종을 위해, 또 속보를 위해 잠 못자다가 이제는 광고나 협찬 유치를 위해 머리 싸매는 일이 기자의 숙명처럼 돼버렸다.

“기자하겠다고 하는 애들 있으면 이젠 말려야 할까 봐요.”
“왜?”
“아니 잘 해서 승진해 봐야 결국 선배님처럼 광고·협찬이나 땡기러 다녀야 하잖아요.”

되바라진 후배의 직설적 농에도 얼굴 붉히기는커녕 “그 말이 맞다”며 웃는 한 중견기자의 현실이 서글프다.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공부하며 기자를 선망했던 그 시절이 참으로 아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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