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중음악상, 우리가 지켜야할 가치
한국대중음악상, 우리가 지켜야할 가치
  • 김현성 (admin@the-pr.co.kr)
  • 승인 2014.03.17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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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성의 문화돌직구] 예술적 창조물로 대중음악 인식해야

▲ ‘제11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올해의 음반상 등 3관왕의 영예를 안은 포크 싱어송라이터 윤영배 씨.

지난달 28일 한국대중음악상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어느덧 11회를 맞이한 이 특별한 음악상에는 한 해 동안 음악으로 세상을 출렁이게 한, 인디와 메이저를 망라한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특히 엑소, F(x) 등 메이저 회사의 아티스트들이 모습을 보이면서 한결 높아진 시상식의 위상을 느낄 수 있었다.

올해는 큰 이변 없이 조용필의 ‘바운스(Bounce)’가 ‘올해의 노래’로 선정된 가운데, 개인적으로 작년에 나온 음반들 중 가장 즐겨 들었던 선우정아 2집이 ‘최우수 팝 음반’을 수상해 괜히 내 일처럼 기뻐하기도 했다.

누가 상을 받았고 어떤 음악이 한 해를 빛낸 노래로 선정되었는지는 링크페이지를 통해 보길 바란다. 지난해 대중음악 분야에서 가장 뿌듯한 성과를 낸 아티스트들의 면면이 거기에 있다. (http://www.koreanmusicawards.com)

수상자 중에는 생소한 이름들도 더러 있을 것이다. 한국대중음악상은 뮤지션의 인지도나 상업적 성공이 아닌 음악성을 기준으로 정해진다. 이는 매우 당연한 말처럼 들리지만 우리 가요계에 이러한 기준으로 상을 수여하는 시상식은 한국대중음악상 뿐이다.

때문에 인디에서 지지를 받고 있는, 혹은 그중에서도 평론가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대중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음악인이 수상의 영광을 차지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나 역시도 전년도 ‘최우수 록 노래상’, ‘최우수 록 음반상’ 수상자인 정차식 씨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었는데, 수상 소식을 듣고서야 음반을 찾아 들었고, 부끄러운 얘기지만, 우리나라에 이런 음악을 하는 사람이 있다니! 하며 무척 놀랐던 기억이 난다. 물론 유쾌하고 반가운 놀람이었다.

한국대중음악상은 우리나라에도 그래미상처럼 공신력 있는 음악상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평론가들과 대중음악관계자들이 의기투합해 만든 상이다. 시상식의 공신력을 책임지는 선정위원은 홈페이지에도 기재돼 있듯이 음악평론가, 음악담당 기자, 방송국 프로듀서들로 구성돼 있다.

선정위원의 권위와 수상자 선정 과정의 투명성은 한국대중음악상이 제정 초기 메이저 업계의 무시와 아이돌 팬들의 투정에도 지금과 같은 권위를 쌓아올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다. 한편으로 어려운 외부 여건 속에도 방향을 잃지 않고 십 년 넘게 시상식을 이어온 것만으로도, 시상식의 규모나 미디어의 주목도에 상관없이, 우리 문화에 대단히 가치 있는 일을 해내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사실 한국대중음악상은 우리 문화계에 더 빠르고 단단하게 뿌리를 내릴 수 있었다. 음악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집행부의 노력에 비해 외부의 여건은 점점 더 거칠고 척박해졌다. 2009년 문화체육관광부는 시상식을 며칠 앞두고 아무 이유도, 명분도 없이 예산지원을 전격 철회했다. 유인촌 씨가 장관으로 있던, 문화계에 잡음이 끊이지 않던 시기였고, 지원 철회 역시 당시 일어난 ‘황당한’ 사건의 하나다.

그 이후로 아직까지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국대중음악상 집행부는 매년 후원업체를 찾기 위해 진땀을 흘리는 실정이다. 특히 올해는 후원사의 지원마저 끊어지면서 시상식의 개최가 불투명해지는 상황에 처했었다. 결국 일정을 조정하고, 규모를 대폭 줄여 어렵사리 시상식을 열었고, 뮤지션들의 지지와 열정으로 무사히 시상식을 마무리했지만, 11회째를 맞는 음악인을 위한 대한민국의 유일한 음악상에 걸맞은 풍경은 분명 아니었다.

▲ 김창남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장.
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권위 있는 음악상을 만들겠다는 대중음악 애호가들의 작은 바람을 이루기에 이 나라의 문화적 토양은 이렇게 척박하다.

어쩌면 우리는 음악적 이상이나 야심 없이 돈이 되는 자극적인 음악만을 만들라고 강요받고 있는 건 아닐까. 한국대중음악상은 음악 이외의 어떤 것에도 방점을 두고 있지 않다. 이를테면 정치 같은 것 말이다. 만약 그렇게 보인다면 그것은, 그들이 다루는 음악의 스펙트럼이 무척 넓기 때문일 것이다.

뮤지션들이 바라는 것은 그저 하고 싶은 음악을 하는 것뿐이며, 그런 이들에게 트로피를 안겨주는 일은 어느 누구에게도 해를 입히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는 그들의 재능과 노력, 헌신이 빚어낸 뜻밖의 결과물과 만나게 된다. 그것은 삶 속에서 문화가 만들어내는 가장 마법 같은 순간이다. 그러니 이 상은 음악에 젊음을 바치고 있는 사람들에게 우리가 건네는 작은 답례인 것이다.

매년 시상식이 열릴 때면 겪게 되는 위태로운 상황이 더 이상은 없기를 바란다. 우선 대중음악 관계자들의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이 필요하다. 보다 적극적인 참여로 스스로 상의 권위를 높여야 한다. 또한 문화에 관심을 갖는 단체들과 재단, 기업의 연대와 도움도 필요하다.

가치 있는 일에 함께하는 것은 그 자체로 명예가 된다. 문광부의 지원 문제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재고되기를 바란다. 문화강국, 창조경제를 논하며 이러한 사안에 눈 감는 것은 모순된 행동이며, 자신들의 거창한 구호가 한갓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상상하기 싫은 일이지만 지금과 같은 흐름이라면 내년에는 어쩌면 이 특별한 시상식을 다시 보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그건 우리 모두에게 정말로 부끄러운 일이다. 김창남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장의 인사말 일부를 여기에 인용하며 글을 마친다.

“한국대중음악상은 한국 사회에서 대중음악을 예술적 창조물로 인식하고 평가하는 상이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됐습니다. 여기에 주류니 비주류니 하는 구분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우리는 대중음악의 다양한 예술적 가치를 회복하는 것이 우리 대중음악 문화와 산업을 살리는 가장 중요한 길이라 생각합니다.(중략) 한국대중음악상은 앞으로도 이 길을 걸어갈 것입니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그 길이 순탄하지는 않겠지만 여러 음악인과 음악팬들의 성원이 함께 한다면 결코 외롭지 않을 것입니다. 한국대중음악상을 응원해주신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김현성

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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