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로 뉴스 차별화, 외신도 주목”
“빅데이터로 뉴스 차별화, 외신도 주목”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4.03.17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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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기업 경영평가 사이트 박주근 대표

[더피알=강미혜 기자] 방대한 자료를 값진 정보로 ‘둔갑’시키는 빅데이터(Big Data)는 PR과 마케팅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그런데 이 빅데이터가 독특한 뉴스콘텐츠를 생산하는 백데이터로도 활용되고 있다. 기업 경영평가사이트 <CEO스코어>(www.ceoscore.co.kr) 얘기다. CEO스코어는 누구나 볼 수 있는 데이터를 누구도 보지 못한 뉴스로 가공해 한국기업 및 CEO의 경영성적을 가늠케 한다. 데이터에 기반한 차별화 전략으로 출범 1년 반 만에 외신의 주목도 받기 시작했다.

▲ 기업 경영평가사이트 ceo스코어의 박주근 대표.

지난 2월 6일 서울 광화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클럽 모임에 CEO스코어 박주근 대표가 초청됐다. 현장에서 박 대표는 외신기자들과 한국기업과 관련한 여러 이야기를 나누며 CEO스코어를 소개했다. 외신기자들이 국내언론을 초청해 매체설명회를 가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박 대표는 “CEO스코어가 지속적으로 내보내는 자료가 다양한 파장을 일으키는 것에 대해 외신기자들이 관심을 표명했다”며 “국내 재벌그룹과 대기업에 관한 의미 있는 자료들을 발표해 달라는 요청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에 앞서 CEO스코어는 지난달 초 미국 블룸버그통신과의 콘텐츠 협력관계도 맺었다. 외신이 국내 개별 매체, 그것도 설립된 지 2년이 채 안된 신생매체에 먼저 협조를 요청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일 일로 받아들여진다.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면서도 정치·경제·사회적으로 시의성 있는 자료를 낸 게 주효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박 대표는 CEO스코어에 외신이 관심을 갖는 이유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한국언론의 경제기사들을 보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깊이 있는 게 그리 많지 않아요. 깊이 있는 기사를 쓰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데 그러기엔 일선 기자들이 너무 바쁘거든요. 설령 깊이 있는 내용을 취재했다고 해도 그 기사가 꼭 타임리하다는 보장도 없고요.”

CEO스코어는 경제기사의 깊이와 시의성을 같이 가져가는 전략을 취한다. 한 예로 지난해 8월 26일 국내 10대그룹 상반기 투자가 전년대비 8% 가량 줄었다는 자료를 낸 적이 있다. 이틀 뒤인 28일에 박근혜 대통령과 10대 그룹 총수 오찬이 예정돼 있었던 시점. 대통령이 재계 총수들을 만나면 투자와 고용을 주문할 게 뻔한데 전년 대비 투자가 줄었다는 데이터를 제시했으니 그 자체로 이슈가 되지 않을 리 없었다.

경제기사 깊이와 시의성을 동시에

외신과의 협력은 CEO스코어의 브랜딩 측면에서도 적잖은 기대감을 갖게 한다. 데이터기사는 특히 분석기관이나 수치결과에 대한 신뢰도가 생명인데, 외신이 인정했다는 것 자체가 CEO스코어에 대한 신뢰성을 보여주는 하나의 방증이 될 수 있기 때문.

“CEO스코어는 외신을 통해 브랜드파워를 높일 수 있고, 외신 입장에선 CEO스코어를 통해 한국경제 및 기업의 자료를 시의성 있게 접할 수 있으니 서로가 메리트 있는 셈이죠.”

CEO스코어는 ‘기업 및 CEO의 경영성적표 알리미’를 표방하며 2012년 7월 말 사이트 문을 열었다. 이후 정치·사회 이슈와 연결되는 경제뉴스로 국내 수많은 언론의 지면을 채워나가며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최근 발표한 삼성과 현대차 그룹에 대한 한국 경제 의존도를 분석한 자료는 보수매체와 진보매체 간 사설싸움으로 번질 만큼 파급력을 미쳤다.

“초창기엔 <재벌닷컴>과 비교하는 목소리도 있었는데요, CEO스코어만의 색깔을 보여주는 자료들을 지속적으로 내놓은 결과 그런 얘기가 많이 사라졌습니다. 저희 스스로 예상했던 것보다 빠르게 자리 잡아가고 있는 듯해요. 지금은 500대 기업과 경제현안을 분석하는 데이터 기관으로 포지셔닝해 나가는 중입니다.”

CEO스코어는 매주 하나의 굵직한 자료를 배포하지만 이를 위한 기획은 1~2달 전부터 이뤄진다. 4개 이상의 후보군을 놓고 내부적으로 자료의 적합성을 꼼꼼히 따진다. 정치·경제·사회 현안과 최대한으로 결을 같이 하는 ‘핫’한 자료를 만들어 내기 위한 전략적 판단에서다.

데이터에 근간해 뉴스를 생산한다는 점은 통계와 비슷하다. 하지만 빅데이터를 활용한 분석기법이라는 점에선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 “샘플링 방식으로 진행되는 통계는 기본적으로 조사자의 바이어스(bias·편향)나 가설이 개입될 위험성이 있습니다. 반면 빅데이터는 사전에 가설 설정이나 가정 없이 원 데이터(raw data)를 모아 분석한 결과라서 조사과정에 어떤 의도도 들어가기 어렵습니다. 데이터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 것이지요.”

공유·협력·연대…“한국식 프로퍼블리카 지향”

CEO스코어가 기업 및 CEO의 경영성과를 데이터화하면서 기업(홍보팀) 입장에선 아프게 다가가는 기사들도 있다. 실제 기업들의 긴장감도 꽤 높아졌다. 하지만 건강한 기업이라면, 또 기업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기업이라면 CEO스코어가 발표하는 숫자의 덕을 볼 수도 있는 일이다.

“법인회원이 많아졌고 공정위나 문체부, 기재부 등 정부기관 뿐 아니라 국회의원실에서도 저희 데이터를 활용하는 일이 늘고 있습니다. 아직까진 기업들이 대체로 동일업종, 유사계열 업에 대해서만 비교우위나 경쟁력을 따져보는데 폭을 좀 더 넓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요. 그래서 최근엔 글로벌 자료도 내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매출원가 등을 비교분석하는 식으로요.”

CEO스코어는 궁극적으로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과 미국 비영리 온라인 매체 <프로퍼블리카>를 지향하고 있다. 기존에 하던 대로 주요 기업의 순위를 발표하는 포춘식 모델을 가져가면서, 다른 언론사와 협력하고 공동보도하는 프로퍼블리카 방식도 취한다는 것. 프로퍼블리카는 깊이 있는 기사를 위해 다른 언론사들과 적극적으로 공유, 협력, 연대하는 탐사전문매체다.

CEO스코어 역시 그간 몇몇 방송사, 신문사와 협력해 기획의도나 취재방향에 맞는 데이터를 분석해 제공했다. “앞으로 저널리즘은 속도의 경쟁이 아니라 깊이의 경쟁으로 차별화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다른 언론사와 적극적으로 협력해 깊이 있는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현재 CEO스코어는 국내 500대 기업 2만여명 임원의 데이터를 분석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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