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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는 ‘똑같은’ 혜택을 원치 않는다
소비자는 ‘똑같은’ 혜택을 원치 않는다
  • 김지헌 세종대 교수 admin@the-pr.co.kr
  • 승인 2014.03.18 1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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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헌의 브랜딩 인사이트] 구매 행위 심리적 기저 파악해야

[더피알=김지헌] 얼마 전 한 신용카드회사는 고객들이 원하는 혜택을 기존 카드사들이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고 있음을 강조하며, 전환가입을 유도하기 위한 3편의 TV광고시리즈를 제작해 방영했다. 이 중 한편에 사용된 ‘나는 주로 장볼 때 카드를 긁는데, 혜택은 호텔할인?’이라는 메시지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광고의 주장과 달리 호텔할인의 혜택이 필자에게는 매우 매력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 고객들이 원하는 혜택을 기존 카드사들이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고 있음을 강조하며 전환가입을 유도하는 모 드사 광고.(사진=해당광고 화면 캡처)
이를 확인해 보고자 장 볼 때 카드를 많이 사용하는 세 명의 지인에게 광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봤다.

한 명은 카드사 주장과 동일하게 불필요한 호텔할인보다는 장 볼 때 할인혜택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다른 두 명은 호텔할인도 장 볼 때 받는 할인만큼이나 매우 좋은 혜택이라고 얘기했다. 또한 호텔할인율이 높거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조건이라면 오히려 더 좋은 혜택이라고 말했다.

물론 구체적인 할인율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고, 소수의 지인들에게 물어본 결과이기 때문에 이를 통해 광고효과에 대한 결론을 내릴 순 없으며 광고효과의 분석이 이 글의 취지도 아니다.

하지만 필자와 같이 광고효과에 대해 의문을 갖는 소비자들이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그 이유에 대해서는 한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의도하지 않은 광고에 대한 소비자들의 부정적 반응은 ‘구매합리화 이론(justification based theory)’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이 이론의 핵심은 소비자가 자신의 구매행동을 합리화할 수 있는 이유를 가진 제품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이를 좀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두 가지 제품 유형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제품은 소비자에게 주로 제공하는 혜택의 유형에 따라 ‘실용재(utilitarian goods)’와 ‘쾌락재(hedonic goods)’로 구분될 수 있다.

소비자가 원하는 혜택의 비밀

실용재는 소비자에게 주로 기능적-도구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가령 외장하드 같은 제품을 의미하는 반면, 쾌락재는 소비자에게 주로 즐거운 경험적 혜택을 제공하는 게임기 등을 의미한다. 실용재는 소비자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품으로 인식되는 반면, 쾌락재는 없어도 되지만 있으면 더 즐거운 사치품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쾌락재가 제공하는 혜택이 더 크더라도 실용재와 달리 구매시 죄책감을 느낄 수 있으며, 자신의 구매행동을 설명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구매를 주저하기도 한다.

만약 공짜로 제공하는 사은품이라면 어떨까? 동일한 가격대의 두 가지 유형 즉, 실용재와 쾌락재의 사은품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한다면, 그때에 구매합리화의 이유로 실용재를 선호할까?

기존 연구결과에 따르면 소비자는 공짜선물인 경우에는 구매합리화의 필요성이 낮기 때문에 쾌락재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필자는 구매하는 제품의 유형에 따라 선택하는 사은품의 유형이 달라질지도 모른다는 의문이 들었다.

이를 확인해 보고자 최근 한국인 150명을 대상으로 실험연구를 진행했다.(<광고학 연구>, 2014년 2월호) 간단히 요약하자면 온라인 쇼핑몰에서 참가자들이 실용재와 쾌락재를 각각 구매한다고 가정할 때, 2만원짜리 교통카드와 동일한 가격의 영화예매권 중 어떤 사은품을 받기를 원하는지를 물어봤다.


그 결과 실용재를 구매할 때는 교통카드(38%)보다 영화예매권(62%)을 원하는 참가자들의 비율이 높았으나, 쾌락재를 구매할 때는 영화예매권(15%)보다 교통카드(85%)를 원하는 참가자들 비율이 더 높았다. 또한 추가 분석결과, 교통카드를 선택한 참가자들이 영화예매권을 선택한 참가자들에 비해 구매한 제품에 대한 죄책감을 크게 느끼는 것으로 확인됐다.(7점 척도, 5.54 vs 3.11)

구매합리화 이론으로 분석결과를 설명하면, 소비자들이 쾌락재를 구입할 때는 실용재를 구입할 때와 달리 구매에 대한 죄책감을 크게 느끼기 때문에 쾌락적 경품(영화예매권)을 더 선호함에도 선택하지 못하고 죄책감을 낮춰줄 실용적 경품(교통카드)를 선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용재 vs 쾌락재, 제품에 따라 사은품도 달라야

서두에서 언급한 신용카드 광고사례로 다시 돌아가 보자. ‘나는 주로 장볼 때 카드를 긁는데, 혜택은 호텔할인?’이란 메시지의 설득효과를 구매합리화 이론을 적용해서 분석해보면 어떨까?

광고에서 의도한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했던 소비자들은 어쩌면 장 볼 때 카드를 긁는 것을 실용재 구매로, 호텔할인을 쾌락적 사은품으로 판단해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또한 가능성이 낮긴 하겠지만 일상생활에서 장 볼 때 쾌락재를 더 많이 구매하는 소비자가 만약 휴가 때보다 비즈니스 출장 시 호텔할인(실용적 사은품)을 더 받는다고 생각하는 경우에도 메시지의 설득효과는 낮을 것이다.
 
따라서 광고의 목표청중이 ‘실용재 구매-쾌락적 사은품’ 또는 ‘쾌락재 구매-실용적 사은품’으로 메시지를 받아들여 설득효과가 낮아질 가능성은 없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요컨대 마케터들은 소비자들이 항상 동일한 유형의 혜택을 원할 것이라고 단정해서는 안된다. 필자가 진행한 추가연구에서는 본 글에서 언급한 구매제품의 유형뿐 아니라 소비자의 쇼핑 동기 유형에 따라서도 원하는 혜택의 유형이 달라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광고의 메시지뿐 아니라 소비자에게 사은품을 제공하고자 할 때 반드시 소비자 행동을 설명해 줄 수 있는 심리적 기저(underlying cause)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김지헌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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