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계, ‘핵심 아이디어’가 주도권 가른다
광고계, ‘핵심 아이디어’가 주도권 가른다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4.03.26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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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코드’ ② 아이디어가 甲! 수직에서 수평화로

[더피알=강미혜 기자] 지금 광고계는 기존 광고의 개념과 광고인으로서의 포지션 모두를 새로 써야 하는 복잡한 숙제를 안고 있다. 어디로 튈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미디어 생태계 속 광고계의 현재 화두와 변화 흐름을 짚어본다.

Equalization 전문가 집단 협업, 새로운 가치 만들어내

“기획, 제작, 집행, 프로모션 등으로 분리돼 컨베이어벨트처럼 광고를 만들어내던 시대는 끝났다. 어디서 누구로부터 어떤 아이디어가 튀어나올지 알 수 없고, 그렇기에 누구라도 주도권을 쥐고 움직일 수 있게 됐다.”

광고계 전반에 걸쳐 ‘통합 코드’가 부상하면서 아이디어 중심의 수평적 시스템이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과거엔 AE가 A라는 광고 콘셉트를 제안하면 제작팀이 아이디어를 내고, 프로모션팀과 온라인팀이 서브로 붙고 매체팀이 집행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각자 맡은 역할에 따라 기능적으로 분화돼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하지만 지금은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사람도, 그에 따라 주도권을 쥐고 움직이는 부서도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다르다. 박재항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미래연구실장(前 이노션 마케팅본부장)은 “쉽게 말해 이벤트 하는 사람의 아이디어가 좋으면 이벤트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SNS 프로모션을 통한 콘텐츠 전략이 좋으면 그쪽에서 이니셔티브(initiative)를 잡는 것”이라며 “아이디어에 따라 누구나 오너십을 갖고 일을 추진해 나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광고플랫폼으로서의 매체 가치도 수평화 됐다. TV, 신문 등을 염두에 두고 광고 전략을 짜는 것이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목적이 무언가에 따라 크리에이티브 구현 방식이 달라져 콘텐츠 제작이나 매체 활용도 면에서 훨씬 자유롭다. 양윤직 국장은 “지금은 매체마다 역할이 다르고 각각의 매체가 각기 다르게 인터랙션될 수 있어 새로운 관점에서 더 많은 기능과 구전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콘텐츠를 담는 모든 그릇, 소비자 흥미를 돋울 수 있는 모든 매체가 광고플랫폼이 되는 셈이다.

한 예로 ‘생명의 다리’ 캠페인은 자살예방에 포커스를 맞춰 마포대교라는 옥외물 전체가 하나의 광고플랫폼으로서 재조명된 케이스다. 이는 ‘자살은 하면 안 되는 것’이라는 메시지에 충실했던 종전의 15초짜리 공익광고와는 확연히 구분된다. 양윤직 국장은 “다리라는 옥외매체를 자살예방 캠페인과 연결시켜 수많은 이슈와 구전효과를 일으켰다. 옛날 같으면 상상도 못했던 일”이라고 평가했다.

콘텐츠 담는 모든 것이 광고판…다양한 인터랙션 가능해져

수평적 관계에서 전문가 집단이 협업하는 일도 빈번해졌다. 광고 제작자가 이제는 광고계 종사자가 아닌 소셜미디어 마케터, 게임 개발자, 아티스트, 큐레이터 등의 전문가 집단과 손잡는다. 김홍탁 마스터는 “광고회사 CD(Creative Director)가 제작물을 만들기 위해 여러 스태프를 고용하던 수직적 관계에서 수평적 협업으로 판이 바뀌고 있다”며 “실질적 참여를 통해 브랜드에 대한 진정한 흥미나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소비자 중심의 새로운 콘텐츠를 생산해 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업종 간 협업으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낸 사례로는 ‘보이지 않는 사람들(Invisible People)’이라는 타이틀의 난민 캠페인을 꼽을 수 있다. 제일기획에서 유엔난민기구, 서울시립미술관과 손잡고 3월 초까지 진행하는 이 캠페인은 실제 난민들의 모습을 미니어처 피규어로 제작, 미술관 곳곳에 숨겨(?)놓았다. 관람객들이 예상치 못한 곳에서 이를 발견하면 QR코드를 통해 난민들의 실제 이야기를 영상으로 볼 수 있게 했다. 또 스마트폰을 통해 응원의 메시지도 남길 수 있도록 페이스북 페이지와도 연동시켰다. 인권 전문가, 3D프린팅 전문가, 전시설치 전문가, 디지털 애니메이터, 바이럴 비디오 전문가 등이 이 과정에 참여해 협업했다. 

▲ 수평적 관계에서 전문가 집단이 협업하는 일도 빈번해졌다. 사진은 이업종간 협업으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낸 ‘보이지 않는 사람들(invisible people)’ 캠페인 (사진 제공 =제일기획)

아이디어에 따라 플랫폼이 변화하고 커뮤니케이션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지만 국내 광고산업이 커미션(commission) 제도 아래 움직인다는 점은 여전히 한계다. 오랜 기간 많은 전문가들이 매체비가 아닌 업무 성과에 따른 피(fee) 베이스를 주창하지만 현실화되지 못하고 있다. 김상훈 인하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현재 커미션 시스템을 고수하는 나라는 세계적으로도 우리나라가 거의 유일하다”며 “점차적으로(커미션에서) 탈피해야겠지만 국내는 코바코와 같은 미디어랩이 전통적으로 존재해오고 있기 때문에 말처럼 변화한다는 게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체집행비에 의해 광고회사가 15%의 수수료를 갖는 커미션 제도에선 TV나 신문과 같은 전통매체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양윤직 국장은 “수익을 낼 수 있으면서도 상대적으로 편한 게 TV광고다 보니 광고가 기존 틀을 못 벗어나게 된다”며 “커뮤니케이션 환경이나 소비자 라이프스타일은 변했는데 광고 산업구조는 4대 매체 시절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광고 하나만 잘 만들면 한 번에 안정적 수익을 가져오고, 광고물량에 따라 광고효과도 어느 정도 보장받는 매스미디어 광고가 선호된다는 것이다.

“광고계 커미션 문화, 질적 성장 저해”

매체광고 외의 활동, 가령 온라인 이벤트나 오프라인 프로모션 등은 실행 과정에선 끊임없는 유지·보수가 뒤따르지만 매체비가 크게 들지 않아 수익성은 현저히 낮다. 광고회사 입장에선 돈 안 되는 일에 더 많은 시간과 인력을 투입해야 하기에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광고계 한 관계자는 “매체광고의 보너스 개념으로 디지털 업무까지 떠맡는 경우가 아직도 있다”며 “디지털 쪽에선 매체 수수료가 발생하지 않는 경우도 많아 커미션으론 답이 안 나온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다 하더라도 빛을 못 보는 일이 많다. 광고계의 질적인 성장이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해외 선진국들은 피(fee)를 기본으로 상황에 따라 커미션과 인센티브, 페널티 등을 적절히 혼합하는 유연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일하는 방식과 성과에 따라 보상이 주어지기 때문에 전통매체 프레임에서 벗어나 소비자 접점을 찾는 다양한 시도들이 활발하게 이뤄진다. 국내도 몇몇 대기업을 중심으로 피 시스템이 도입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급변하는 광고 환경에 맞춰 시장상황이 반영된 실질적인 시스템 개선이 시급한 시점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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