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핑턴포스트코리아 향한 두 시선
허핑턴포스트코리아 향한 두 시선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14.03.28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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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 1달 맞이, <허포>만의 색깔만들기 주요 과제

[더피알=안선혜 기자] “사건 사고만이 뉴스는 아닙니다. 기존과 다른 의견, 새로운 시도, 처음 핀 봄 꽃, 누군가의 한 마디. 모든 것이 뉴스이며 세상은 또한 그런 뉴스로도 가득합니다. 인생은 뉴스로 가득하다” <허핑턴포스트 광고 카피 중> 전문기자가 아니어도 누구나 뉴스 생산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들고 국내에 상륙한 <허핑턴포스트코리아>가 출범 한 달째를 맞았다.
 

▲ 지난 2월28일 열린 론칭 기자회견 현장. (왼쪽부터)지미 메이언 허핑턴포스트 대표이사, 아리아나 허핑턴 허핑턴미디어그룹 회장, 손미나 허핑턴포스트코리아 편집인, 김도훈 공동 편집장ⓒ뉴시스

허핑턴포스트는 2005년 아리아나 허핑턴 회장이 소셜 뉴스 미디어를 지향하며 미국에서 창간한 매체로, 이용자들의 참여가 핵심이다. 기자들이 뽑아낸 매끈한기사가 아니더라도 5만명에 이르는 필진이 블로그에 올리는 다양한 글들을 뉴스로 내보낸다. 필진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현직 미국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를 비롯해 찰스 영국 황태자, 존 케리 미 국무장관, 노엄 촘스키 교수, 영화감독 마이클 무어, 가수 마돈나 등 세계적으로 저명한 인사들이 허핑턴포스트의 필진으로 있다. 자체 생산한 심층보도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아 2012년엔 퓰리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런 덕분인지 허핑턴포스트는 정통매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월간 순방문자 수 5820만명에 월간 페이지뷰는 63000만건에 이를 정도로 미국 내 영향력이 대단하다. 웹사이트 순위에서는 워싱턴포스트나 월스트리트저널을 앞질렀을 정도다.

척박한 국내 언론시장에 발 디딘 HPK, 독일까 호재일까

허핑턴포스트는
2012년 타임워너의 인터넷사업부문 자회사인 AOL(America Online, Inc.)에 인수되면서 글로벌로 영역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한국은 허핑턴포스트가 진출하는 11번째 국가로, <한겨레신문>과 합작해 지난 228일 허핑턴포스트코리아(이하 HPK)로 공식 출범했다. 대표이사엔 권태선 한겨레 편집인이, 편집장엔 손미나 전 KBS 아나운서를 비롯해 권복기 한겨레 디지털미디어국장과 김도훈 전 씨네21 기자가 이름을 올렸다.

뉴스 이용자는 누구나 생산자가 될 수 있다는 이 소셜적인 생각에 많은 이들이 기대를 보내기도 하지만, 우려 또한 적지 않다. 게다가 허핑턴포스트의 고료 미지급 정책이 알려지면서 출범 전부터 한차례 진통을 겪기도. 일부 네티즌들은 인생은 뉴스로 가득하다는 허핑턴포스트의 슬로건에 인생은 무급으로 가득하다는 조소로 답하기도 했다.

고료 지급 문제는 허핑턴포스트의 성격을 무엇으로 규정하느냐에 따라 의견이 엇갈린다. 네이버 같은 포털로 보는 입장에서는 굳이 원고료를 지급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우리가 포털에 글을 남기고 해당 기업은 그로 인해 발생한 트래픽으로 수익을 거두어들일지라도 우리에게 돈을 지불하지 않는 것과 같은 논리다. 유저들 또한 포털에 돈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원고료 미지급 정책에 비판을 가하는 이들은 가장 먼저 허핑턴포스트가 영리기업임을 지적한다. 함께 언급 되곤 하는 <위키피디아>는 비영리재단,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는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이지만 허핑턴포스트는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는 것. 이러한 논란은 실상 미국에서도 존재했다.

AOL에서 허핑턴포스트를 인수하면서 아리아나 허핑턴 회장이 31500만달러의 수익을 거둬들이면서다. 덕분에 미국에서 수익을 배분하라는 소송이 일어났지만, 미 법원은 허핑턴포스트의 손을 들어주었다. 블로거들이 이 회사에 무료로 기사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강요가 없었고, 웹사이트에 기사가 게재된 것만으로 계약은 이행된 것으로 봐야한다는 판단에서였다.

▲ 3월28일자 허핑턴포스트 메인화면 캡쳐

HPK 성패, 한국형 콘텐츠 여부에 달렸다

HPK를 둘러싼 또 다른 주요 쟁점 가운데 하나는 이 매체가 과연 국내의 척박한 미디어 환경에서 성공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다.

허핑턴포스트가 일으킬 반향에 기대를 걸고 있는 사람들은 매체 태생 자체에서 경쟁력을 찾는다. 소셜미디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되는 시기 블로그 글들을 끌어안으면서 집단지성을 구현, 결국 이 시대에 맞는 매체가 탄생했다는 시각이다.

반면 회의를 품고 있는 이들은 허핑턴포스트의 플랫폼 자체가 국내에서는 새롭지 않다는 평가를 내린다. 시민기자를 내세운 국내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나 블로그 기반 독립형 인터넷 매체 <슬로우뉴스> <ㅍㅍㅅㅅ> 등이 이미 국내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허핑턴포스트를 옹호하는 이들은 오마이뉴스의 경우 시민기자라는 점에서 전문성에 한계가 있지만, 허핑턴포스트의 블로거들은 전문기자는 아니어도 각자 영역에서 전문성을 발휘하면서 대중적 글쓰기가 가능한 이들이 모이기에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믿는다.

또 어뷰징(Abusing·정상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트래픽을 높이는 행위)을 일으키기 위한 낚시 기사가 난무하고, 이념 프레임에 찌든 국내 언론 행태에 염증을 느낀 이들이 허핑턴포스트와 같은 대안매체를 찾을 거란 분석도 나온다.

김성해 대구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이제 사람들은 정치 얘기를 하면 스트레이트성 뉴스보다 정계 중심에 있는 김한길이 쓰는 블로그 등 날것이면서도 실제 현장에 있는 목소리, 혹은 흔히 말하는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로운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허핑턴포스트의 경우 할 말 다하는 블로그도 아니고, 저널리즘도 엔터테인먼트도 아닌데 그만의 자유로움과 틈새가 있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다른 한편에선 국내의 척박한 미디어 환경이 오히려 HPK의 성공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지식인들 사이 주류 매체에 대한 선호도가 높고, 뉴스가 포털 중심(특히 네이버)으로 소비되는 국내 시장에서 단순히 새로운 시각만으로는 성공하기가 어렵다는 평가다.

또한 현재 HPK가 선보인 콘텐츠들이 기존 매체들과 큰 차별성을 갖지 못한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단순 인용이나 가십성 기사가 많고 기획이나 심층보도는 눈에 띄지 않는다는 평이다.

이에 대해 최진순 한국경제신문 디지털전략부 미디어담당 차장(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겸임교수)미국과 우리의 출발선이 다르다는 데서 이해해야 할 것 같다며 첫째로는 필자 네트워크 규모와 수준에 차이가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허핑턴포스트의 경쟁력은 필자 네트워크인데, 현재 HPK 필진은 100여명에 불과하다. 앞으로 늘어나긴 하겠지만 우리의 전통 지식인 혹은 명망가들이 주류 매체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 신진 매체인 HPK에서 이들을 끌어들이기는 쉽지 않을 거란 예측이다.

최 차장은 국내 미디어 시장의 두 가지 축은 24시간 속보 대응과 심층적 뉴스인데, 심층 기사를 만들기 위해서는 투자가 필요하고, 온라인 속보를 쏘아대면 비판이 제기될 것이라며 핵심 타깃을 겨냥한 더 좁은 시장을 찾거나 파트너사인 한겨레신문과의 시너지를 만들어갈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 내는 등 HPK만의 색깔을 찾아가는 숙제가 있다고 봤다.

더불어 멀티미디어성 뉴스, 이용자와의 소통, 대안적인 시각에 대한 독자들의 열망을 채워주는 것 또한 HPK의 과제라며 어떤 대안미디어가 됐던 간에 한국에서 뉴스를 소비하고 있는 독자들의 역할도 굉장히 중요하다. 단순히 소비하는 것에서 그치지 말고, 좋은 기사에 대한 아낌없는 후원자가 돼 주는 환경이 갖춰져야 HPK같은 매체가 성공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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