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화 혹은 세분화’ 광고계 양극화 가속
‘대형화 혹은 세분화’ 광고계 양극화 가속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4.03.31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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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코드’ ③ 경쟁력 제고 위한 몸집불리기…니치마켓 겨냥 움직임도

[더피알=강미혜 기자] 지금 광고계는 기존 광고의 개념과 광고인으로서의 포지션 모두를 새로 써야 하는 복잡한 숙제를 안고 있다. 어디로 튈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미디어 생태계 속 광고계의 현재 화두와 변화 흐름을 짚어본다.

 Polarization  환경 변화 대응력 차이에서 회사 간 우열 극명

광고회사가 해야 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역량 강화를 위한 대형화가 광고계를 관통하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2,3위 광고회사인 미국 옴니콤과 프랑스 퍼블리시스의 합병 역시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결정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시 모비스 레비 퍼블리시스 회장은 “아날로그와 디지털 등 양측을 총괄할 수 있는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합병의 의미를 직접 밝히기도 했다.

정도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맥락에서 국내 많은 광고회사들도 전문 인력을 확충해 몸집을 키우고, 필요에 따라 외부 전문가 그룹과 협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중이다.


다른 한편에선 니치마켓을 파고들어 분야별 전문성을 강화하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똑같은 무기를 갖고 큰 회사들과 정면승부하기 보다는 자기만의 차별화된 색깔로 존재가치를 부각시키는 것이다. 전훈철 애드쿠아인터렉티브 CD는 “디지털 테크놀로지 변화에 발맞춰 세분화·전문화하는 기업들이 많다”며 “인터랙티브 요소와 이벤트를 엮어서 하는 프로젝트, 건물 등 구조물에 디스플레이를 쌓는 식으로 광고를 새롭게 표현해내는 트렌디한 방식이 활발히 시도되고 있다”고 전했다.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력 차이에서 광고업계는 우열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그로 인한 경쟁력 격차로 양극화도 심화되는 분위기다. 현재로선 대기업 계열의 인하우스 광고회사들이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국내 광고산업 자체가 원래 인하우스 의존도가 심한 데다, 광고기획과 실행 전반에 걸쳐 요구되는 일이 많아지면서 자원과 인력이 상대적으로 풍부한 인하우스가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이다.

한규훈 숙명여대 홍보광고학과 교수는 “요즘은 경쟁PT 준비과정에서 적게는 수천만원, 많게는 억대가 들어가기도 한다”면서 “결국 투자 개념인데 그런 막대한 비용을 중소형 광고회사가 어떻게 충당할 수 있겠느냐.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여러 방면에서 솔루션을 제시하는 큰 광고회사들이 물량을 가져가고 기능별로 규모는 작지만 전문화된 업체에 하청을 주는 경우가 많다. 이철한 동국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이런 추세대로라면 중간 규모의 회사가 점점 더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봤다.

광고업계 양극화 문제와 맞물려 지난해엔 광고회사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업계의 뜨거운 감자였다. 대기업이 자사 계열 광고회사에 광고물량을 맡기면서 공정한 시장 경쟁을 저해하고 있다고 판단, 정부가 이를 제재키로 한 것이다. 특히 경제민주화 논의와 함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비판여론이 거세지면서 대기업들이 일정 광고물량을 내부 인하우스가 아닌 외부로 돌리기도 했다. 거래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내부거래위원회도 설치했다.

광고계 일감 나눠주기, 논의만 있고 대안은 없다?

하지만 광고계 관행 개선을 위한 뚜렷한 변화는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김상훈 교수는 “중소/독립 광고회사로 광고물량이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인하우스 광고회사 간 물량 스와핑이나 외국계 광고회사가 반사이익을 보는 등 당초 취지와는 다른 부작용이 생겼다”며 “이제는 정부도 묵인하는 분위기로 (광고 일감 나누기) 논의 자체가 흐지부지되는 경향을 보이는 듯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중소 광고회사들 사이에선 오히려 업계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심화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재범 한국광고대행업협동조합 이사장(KECC 대표)은 “광고계 일감을 나눈다고 말들은 많았지만 실상 중견·중소 광고회사들은 더 어려워졌다. 경기침체로 광고시장 자체가 위축돼 인하우스 광고회사들이 외부물량에 대해서 더 공격적으로 영업하고 있다”며 “중견·중소 광고회사들은 그야말로 절망의 늪에 빠졌다”고 토로했다.

광고계 일감몰아주기 관행을 근절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쉽지가 않다. 대기업과 계열 광고회사와의 ‘특수관계’는 차치하고라도 광고주 입장에서 효율성을 따져서 인하우스 광고회사를 선호하기도 한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같이 일해 본 회사일수록 내부 기업상황이나 제품특성을 잘 알아 업무코드를 쉽게 맞춘다”며 “기업이 필요에 따라 광고회사를 교체할 순 있겠지만 바꿔야 하니까 바꾸는 건 아닌 것 같다. 광고주 입장에서 불안감이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글로벌 시장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기업에 대한 자발적 체질 개선을 기대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어떻게 해서든 인풋 대비 아웃풋을 끌어올리려는 기업 생리가 광고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다른 업과 마찬가지로 ‘상생’이란 구호만 있고 정부제재나 구속조치가 없으면 시장경쟁논리로 흐를 여지가 크다는 결론이다.

한규훈 교수는 “광고 일감 몰아주기도 문제제기만 있고 사후조치에 대한 구속력이 없어 실효성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광고계의 관행적·구조적 문제를 정부 개입으로 뜯어고치는 건 한계가 있다. 큰 회사와 작은 회사, 공동의 수익성이 확보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 모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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