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브랜딩, 불안감 통제에서 출발해야
서비스 브랜딩, 불안감 통제에서 출발해야
  • 김지헌 세종대 교수 (admin@the-pr.co.kr)
  • 승인 2014.04.03 1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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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헌의 브랜딩 인사이트] ‘3P’를 관리하라

[더피알=김지헌] 필자는 지난 2월 인도의 실리콘 벨리라고 불리는 벵갈로르(Bengaluru)로 출장을 다녀왔다. 인도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인들의 걱정과는 달리, 도로 한 가운데를 유유히 거닐면서 자동차를 비웃기라도 하듯 당당한 모습의 소들과 매캐한 매연을 뿜어대는 독특한 교통수단인 릭샤, 200% 이상 높게 가격을 부르던 상인들의 모습이 이상하게도 정겹게 느껴졌다. 인도가 취약한 여행환경으로 악명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한번 다녀온 사람들이 잊지 못하고 다음 여행을 또 꿈꾸게 된다는 말의 의미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런 인도의 정겨운 길거리 모습과 달리 인도출장에서 필자를 실망시킨 것은 의외로 세미나 참석을 위해 4일간 머문 H호텔이었다. H호텔은 벵갈로르에서 가장 번화가라 불리는 MG로드의 중심가에 위치한 특급호텔임에도 불구하고 서비스 수준이 매우 실망스러웠다.

서비스는 제품과 달리 무형이며, 경험하기 전에는 그 가치를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제품과는 다른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

때문에 서비스 마케팅에는 흔히 제품 마케팅의 핵심인 ‘4P’ 마케팅 믹스(Product·제품, Price·가격, Place·유통, Promotion·판매촉진) 이외에 3P, 즉 유형적 증거(Physical evidence), 사람(People), 프로세스(Process)를 추가해 ‘7P’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일컫는다. 필자가 H호텔에 실망한 이유는 특급호텔임에도 불구하고 ‘3P’를 관리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는 3P의 의미를 좀 더 자세히 살피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먼저 유형적 증거는 무형인 서비스의 품질에 대한 불안감을 제거하기 위해 고품질을 추론하게 하는 유형적 단서 제공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레스토랑의 주방장이 쓴 높은 모자는 한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레스토랑의 음식 맛과 서비스 질이 높을 것이라고 추론하도록 한다. 또한 깔끔한 매장 분위기, 좋은 향기와 음악 등도 유형적 증거의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서비스는 고객과의 접점에 있는 사람에 의해 제공된다는 점에서 사람에 대한 관리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특히 고객접점(front-line) 직원의 커뮤니케이션 능력, 외모, 친절함은 고객의 서비스 만족도를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요인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서비스는 사람에 의해 제공되기 때문에 아무리 훈련이 잘된 직원이라 해도 완전히 동일한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쉽지 않다. 따라서 서비스 품질의 편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서비스 제공 프로세스의 표준화가 필요하다.

서비스 마케팅, 유형적 증거·사람·프로세스 관리중요

필자가 H호텔에서 실망한 경험을 3P 관점에서 분석하면 이렇다. 먼저 필자는 인도로 떠나기 약 1주일 전 H호텔의 홈페이지에서 공항픽업 리무진 서비스를 신청했다. 벵갈로르 국제 공항에 도착하는 시간이 늦은 밤이었고, 공항에서 호텔까지 약 1시간 반이나 소요된다는 말에 택시비의 3~4배나 되는 요금이었지만 택시보다 리무진이 더 편하고 안전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항에서 만난 리무진은 특급호텔의 격에 맞지 않는 아주 작은 소형 승용차였으며, 필자와 동행한 직원이 가방을 들고 함께 뒷좌석에 앉기에도 다소 비좁아 보였다. 이때부터 호텔에 도착할 때까지 1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차 안에서 ‘H호텔이 정말 특급호텔이 맞을까? 객실수준은 괜찮을까?’하는 불안감을 떨칠 수가 없었다. H호텔의 유형적 증거 관리 실패를 경험한 순간이었다.

12시가 넘은 밤에 호텔에 도착해 체크인을 마치고 배정된 객실로 이동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객실이 그리 나쁘지 않았음에도, 당시에는 모텔수준 밖에 안된다는 생각에 매우 실망스러웠다. 아마 소형 자동차가 만들어낸 불안감의 영향 때문일지도 모른다. 오랜 비행 탓에 자기 전에 샤워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욕실에 들어섰는데 욕실 디자인이 다소 이상해 보였다. 샤워부스 양쪽에 안전 손잡이가 있었고, 앉아서 샤워를 할 수 있는 의자모양의 대리석 구조물이 있었다. 낯선 욕실 디자인이 왠지 유쾌하지 않았다.

다음날 잠시 외출했다가 들어오면서 문 앞에 붙어있는 사인을 보고서야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필자가 머물렀던 객실은 장애인을 배려해 특별히 설계된 방이었던 것이다. 어젯밤 체크인 때 미리 설명해줬다면 샤워를 할 때 느꼈던 왠지 모를 불쾌함을 느끼지 않았을 것이며, 오히려 장애인들을 배려한 특별한 객실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호텔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

필자는 이후에 체크아웃 할 때 빈 객실이 없어 어쩔 수 없이 배정했다는 해명을 들을 수 있었다. H호텔의 프로세스 관리실패를 경험한 순간이었다. 또한 세미나에서 만난 참석자들과의 대화 중 특별한 이유 없이 객실에 따라 무선인터넷 사용요금의 유료여부가 결정되고 있음을 알게 됐다. 표준화된 프로세스의 부재를 또 한번 느끼는 순간이었다.

불안은 또 다른 불안을 낳는다

다음날 세미나가 끝난 후 호텔 외부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자 프론트데스크 직원에게 호텔 근처에 추천할만한 레스토랑이 있는지 물어봤다. 직원은 깔끔한 검정색 정장과 그 안에 흰색 셔츠를 입고 있었으며 매우 친절하게 약도까지 그려주면서 위치를 설명해줬다. 이야기를 듣던 중 필자는 우연히 직원의 정장 소매 끝으로 나온 셔츠를 보게 됐다. 깔끔한 정장과 달리 속에 입은 셔츠의 소매는 심하게 낡아 있었으며 큰 구멍까지 나 있었다. 화려한 호텔에서 일하는 가난한 인도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안쓰러운 마음이 들기까지 했다. H호텔의 사람관리 실패를 경험한 순간이었다.

필자는 H호텔에 머무르는 동안 편안함을 느끼기보다 늘 알 수 없는 불안감에 또 다른 문제는 없을지에 촉각을 곤두세웠던 기억이 난다. 어쩌면 그 불안함이 또 다른 결점을 발견하도록 하고 그래서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됐던 것 같다.

서비스 브랜딩은 이러한 불안감을 효과적으로 통제하려는 노력에서 출발해야 한다. 고객들은 비행기에 떨어진 작은 담배 꽁초를 발견하면 비행기의 청소상태에 불만을 가지기보다 엔진의 결함을 걱정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지헌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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