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발진 사고시 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급발진 사고시 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 정용민 (ymchung@strategysalad.com)
  • 승인 2014.04.08 11: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용민의 Crisis Talk] 위기 관리 핵심은 이해관계자 관리

[더피알=정용민] 기업은 위기가 발생하면 가장 먼저 상황을 파악한다. 이 과정에서 빠지면 안 되는 작업이 이해관계자를 선별해 내는 일이다. 이는 교과서적으로 이해관계자들을 이해하고 각각의 이해관계들을 이해하는 것만을 목적으로 하진 않는다. 실질적으로 이해관계를 가지는 그룹들을 실제 위기대응을 위한 목표공중(target audience)으로 삼아 그들에게 우선순위를 부여하고 세부 활동들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업이나 조직의 위기관리 사례들을 분석해 볼 때 핵심 이해관계자에 대한 대응이나 관리가 일단 실패하면 위기관리 전반에 대해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기는 힘들어진다.

▲ 자료사진=차량 급발진으로 추정되는 사고가 발생한 모습. ⓒ뉴시스


급발진으로 문제가 있는 자동차를 생산, 판매한 자동차 회사에게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는 누구인가? 문제의 자동차를 구매해 타고 있는 실제 고객들이다. 공장이 폭발해 일하던 협력업체 직원들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으면 이 사고 위기관리에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는 사망한 협력업체 직원과 그 가족들이다. 유조선이 사고를 내 앞바다가 기름으로 뒤덮였다면 그 바다 주변에서 살아가고 있는 주민들이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들이 되겠다. 온라인에서 불만을 제기해 SNS 전체를 우리 기업에 대한 성토로 물들인 경우가 있다고 치자. 이에 대한 위기관리의 우선 이해관계자는 최초 그 불만을 제기한 고객 또는 네티즌이다.

위기관리를 한다며 가끔 기업이나 조직은 이 핵심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관리를 포기하거나 맞서 싸워 이기려 하는 모습을 보일 때가 있다.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인식은 여러 요인에 따라 다르지만 그 인식의 가장 큰 요인은 해당 기업이나 조직이 평소 공유하던 철학과 가치관이다. 더욱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한국 기업이나 조직 특성상 ‘최고의사결정자가 바라보는 이해관계자관’이다.

위기 시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는 고객

흔히 고객을 왕으로 여긴다고 기업들은 홍보한다. 지역주민들과 함께 성장하고 있다 이야기한다. 고객의 만족과 안전이 우리의 가장 큰 모토라 광고한다. 하나밖에 없는 지구를 이야기하고, 항상 듣겠다고 겸손하게 이야기한다. 문제는 위기가 발생한 뒤다. 위기가 발생하면 그 직후 평소 수없이 이야기하던 여러 가치들을 기억하거나 그 기준에 따라 의사결정을 하고 이해관계자에 우선순위를 두는 기업이나 조직이 그리 많아보이지는 않는다. 이 부분이 위기관리 성패를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기반인데도 말이다.

급발진으로 고통 받는 고객들이 자사가 가장 중요하게 관리해야 하는 핵심 이해관계자라고 생각하지 않는 기업이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니 그 고객들보다 이 문제에 대해 기사들을 써대는 언론사 기자들이 자사의 핵심 이해관계자라 생각하고, 이를 보고 화내는 정부 규제 관계자들을 우선 관리하는 경우가 생긴다.

공장사고로 아빠와 남편을 잃은 협력업체 직원 가족들을 외면한 채 지역 언론사 기자들을 관리하고 지역 정부 기관들을 찾아다니며 사고 영향을 축소하는 경우도 그렇다. 기름때로 고통 받는 바닷가 주민들에 대한 대피나 피해방지 대책보다 빨리 정부 규제기관과 국회에 모종의 메시지를 던져 상황을 확대 해석하지 않게 조치를 취하는 경우도 그렇다. 온라인에서 최초 불만을 제기한 그 고객에 대한 관리 없이 네이버를 보며 밀어내기에 열심인 기업도 그런 경우다.

위기가 심각할수록 정확한 이해관계자관을 가지는 것이 위기관리에 큰 도움이 된다. 기본 기업철학과 가치관에 기반한 이해관계자관을 통해 우선순위를 정확하게 정해 주는 것이 CEO와 최고의사결정자들의 리더십이다. 이에 대한 이해를 평소 충분히 공유하고 반복 확인하는 활동들이 위기관리 시스템에 연결돼야 한다.


기업이나 조직에게 실제 위기상황이 발발했을 때 그 내부에서 이런 문제들을 자주 목격한다. 지역주민들과 큰 갈등을 일으키는 사업을 진행하는 기업 내부에서 이런 이야기들을 들은 적이 있다. “이쪽 지역 사람들은 다 돈을 바라고 저러는 거지요. 그들의 환경, 건강, 그런 이야기는 다 헛소리입니다. 그저 조금이라도 떼를 써서 돈을 더 받아내려고 저런다니까요” 물론 기업 내부에 이런 시각이 생기기까지는 여러 원인들이 실재했겠지만 이런 이해관계자관으로 그 갈등 해결에 성공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온라인에서 자사의 불공정한 거래 내용을 폭로 형식으로 퍼뜨리고 있는 투쟁적인 거래처 사장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기업도 그랬다. 이 상황에서 해당 기업은 빨리 해당 거래처 사장을 접촉해 불만을 해결해줘야 한다. 하지만 이 기업 경영진들은 위기대응 회의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이미 우리 회사에 대해 갖은 악담을 다 퍼뜨리고 다닌 잔데 우리가 만나서 무슨 제안을 하겠어요? 그 전에는 대화나 협상의 여지가 있었겠지만, 이미 도를 넘었는데 이제는 정면 대응하는 수밖에 없지요” 얼핏 보면 이런 주장이 전략적으로 들릴 때가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기업은 누더기가 돼간다.

CEO 이해관계자관이 우선순위 판가름

그러나 긍정적인 이해관계자관으로 위기관리에 성공한 기업들도 있다. 판매한 제품에 문제를 제기하는 고객들이 갑자기 늘어나고 이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생겨날 조짐이 보일 때였다. CEO가 주재한 위기관리 회의에서 그가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예산이 얼마가 들 건, 고객들이 어떤 이야기를 하건 변명이나 해명 말고 일단 모든 반품과 환불을 받아주도록 합시다. 문제가 된 제품을 빨리 회수해서 피해와 문제를 키우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죠” 그 회사는 해당 위기를 큰 문제없이 관리할 수 있었다.

한 회사에서는 생산 시설 사고가 발생하자 CEO가 직접 위기대응 회의실 문을 열고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내가 내려가서 우선 유가족을 만나야겠어요. 일단 내가 이동할 테니 계속 상황을 업데이트 해주세요” 회의에 참석한 임원들이 어리둥절해서 “지금 상황이 계속 유동적인데 흥분해 있는 유족들을 만나면 위험하지 않을까요?” 하면서 CEO를 따라 나가기까지 했다. 그 CEO는 우선순위를 정확하게 매기고 있는 리더였다. 결국 CEO의 빠른 움직임과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마음이 해당 사고를 관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일부 전문가들과 변호사들은 전략이라는 이유로 “이해관계자들을 평면적으로 보면 안된다. 그들에 대한 우선순위도 전략적으로 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런 제안에 대해 호감을 보이는 기업들은 대부분 이 주장이 자신들이 가진 독특한 이해관계자관과 여러 편견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불편한 시각과 심기를 ‘전략’이라는 이름으로 좀 더 합리적이고 편한 상태로 만들어 주기 때문에 공감한다. 하지만 위기관리 현장에서 변치 않는 유일한 진리는 “이해관계자들이 위기관리의 성패를 결정한다”이다. 이해관계자가 핵심이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컨설턴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