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미 떠나고 광고만 남은 홍보와 언론
인간미 떠나고 광고만 남은 홍보와 언론
  • 김광태 (doin4087@hanmail.net)
  • 승인 2014.04.10 1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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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태의 홍보 一心] 홍보 괴로울수록 언론은 더 괴로워진다?

“과거엔 홍보맨과 기자들 사이에 훈훈한 인간미가 있었는데 지금은 인간미는 빠지고 광고만 덜렁 남은 것 같습니다.” 모 언론사 임원 이야기다. “기사 갖고 협박마세요 그런다고 광고 집행 안합니다. (기사) 쓸 테면 쓰세요. 사실과 다르면 민·형사 소송 같이 들어갑니다.” 모 기업의 홍보 임원 말이다.

기자와 홍보인 둘 사이가 너무 삭막해져 가고 있다. 과거 서로 흉금을 털어 놓고 내면의 이야기를 나누던 모습은 좀처럼 찾아 볼 수 없다.


일단 홍보입장에서 가장 큰 고충은 언론매체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 홍보임원이 각 언론사를 돌면서 데스크와 식사 한 번 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무려 6개월이란다. 수많은 언론사에, 출입기자들도 자주 바뀌다보니 홍보임원이 출입기자 이름 모르는 것은 다반사고, 언론 홍보 담당자가 이메일로만 업무를 주고 받다보니 언론사 위치를 모르는 것이 당연해졌다.

언론인들은 이처럼 달라진 홍보환경과 홍보인 행동이 자신들을 무시하는 것으로 비춰지는지 서운해 한다. 최근에 모 언론사 간부가 부친상을 당해 상가에 다녀온 적이 있다. 저녁 열시쯤이다. 옛날 같으면 그 시간 때는 홍보인 문상객들로 붐볐을 텐데 한산했다. 어찌된 연유인지 주변 언론인에게 물었다.

“옛날엔 밤늦게까지 홍보인들이 남아 소주 한잔에 상주의 슬픔을 함께 나눴는데 요즘은 세태가 바뀌었는지 문상도 근무시간을 이용해 낮에 잠깐 왔다 간다”면서 섭섭해 한다. 이에 곁에 앉아 있던 한 홍보맨은 “수도 없이 많은 언론매체에 경조사만도 하루 몇 건씩인데 어떻게 과거와 같겠느냐”며 “결국 형식적인 예만 취할 수밖에 없다”고 현실적인 어려움을 털어 놓는다.

지난해 언론사에서 기자로 근무하다 대기업 홍보로 이직한 한 홍보임원도 가장 큰 어려움으로 언론사가 너무 많다는 점을 꼽는다. 만나야 할 언론인 보다 만나자고 하는 언론인이 더 많은 게 문제라고 한다. 그들과 만나 봤자 정분 있는 이야기도 아니고, 결국 광고나 협찬 부탁 건이니 괜히 시간만 낭비 한다는 생각이 솔직한 심정이란다.

어느 홍보 임원은 요즘 언론사에서 은퇴하신 분들만 봐도 매체 창간했다고 할까봐 덜컥 겁이 난다고도 한다. 수많은 언론매체의 등장. 실제 지난해 말로 우리나라에 인터넷 매체를 포함한 언론사가 대략 3900개에 이른다. 여기에 종사하는 기자수를 국민 한 사람당 숫자로 나누면 미국 다음으로 많다.

한국에서 출입기자가 가장 많은 곳이 국회다. 현재 국회등록기자 수가 1400명에 이른다. 국내에서 가장 큰 기업인 삼성전자 경우도 매일매일 보도자료 배포하는 기자 숫자가 440명이고, 정식 출입기자는 180명이라 한다. 이 정도 되면 기자와의 인간적 관계는 불가능하다. 인간적 교류를 한다고 해도 선택과 집중일 뿐이고, 나머진 사무적 관계로 유지 할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수많은 언론사가 살기 위해 쏟아 붓는 ‘광고압력’이다. 홍보와 언론 사이를 더 소원하게 만든다. 아마도 홍보실에서 제일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이 있다면 광고 담당자가 아닐까 싶다. 실상 무늬만 갑이지 하루에도 갑과 을을 조마조마하게 넘나드는 곡예사다. 언론사 대부분이 광고 수주의 효율성을 고려, 차기 경제·산업 예비 데스크를 한시적으로 광고국으로 발령내고 이들에게 광고 영업을 맡기기 때문이다.

그러니 기업 광고담당자가 언론사 광고국에 갑 행세를 했다간 후한이 두려워진다. 미래를 염두, 언론홍보 담당자보다 더 몸을 낮춰 각별히 모셔야 한다. 어느 광고임원은 모 신문사 산업부장 전화를 받으면서 누구냐고 물었다가 “광고임원이 산업부장 휴대폰 번호도 입력 안 시켜 놓았느냐”며 호되게 질타를 받았다고 한다. 갈수록 언론사는 늘고 광고압력은 심해지는데 홍보예산은 줄고 정말 진퇴양난에 빠져 있는 게 오늘의 홍보실 모습이다.

그 옛날 모 언론인이 했던 말이 생각난다. “홍보가 즐거우면 언론도 즐거워진다”는 이야기가. 허나 지금은 “홍보가 괴로우면 괴로울수록 언론은 더 괴로워진다”는 말이 더 다가온다.



김광태

온전한커뮤니케이션 회장
서강대 언론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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