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1-01-15 17:10 (금)
건강한 죽음, ‘웰다잉’을 커뮤니케이션하다
건강한 죽음, ‘웰다잉’을 커뮤니케이션하다
  • 엔자임 김민정·장혜지·유지예 (admin@the-pr.co.kr)
  • 승인 2014.04.16 10: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헬스커뮤니케이션닥터] 웰빙 넘어 웰다잉이 주는 삶의 행복

[더피알=김민정·장혜지·유지예] 요즈음 우리사회에서는 잘 먹고, 잘 사는 건강한 삶의 가치를 중시하는 웰빙(Well-being)을 넘어 건강한 삶의 마무리인‘죽음’, 웰다잉(well-dying)에 대한 고민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

웰다잉 커뮤니케이션은 무조건 연명치료를 거부하거나 죽음을 미화하는 소통이 아니다. 죽음에 대한 공포를 줄이고 여유롭고 행복한 죽음, 즉 건강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게 도와주는 소통이다. 죽음에 대한 건강한 성찰과 준비를 통해, 내 삶을 보다 잘 살게 하기 위한 웰다잉 커뮤니케이션 사례들을 소개한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중세의 수도승들은 만나면 서로 ‘메멘토 모리’라는 인사를 나눴다. 메멘토 모리는 ‘네가 죽을 것을 기억하라’는 뜻의 라틴어다. 수도원 밖 사람들이 바라보기에는 자못 섬뜩한 인사말이지만, 죽음의 공포를 전하려는 의미가 아니다. 죽음은 누구나 겪는 일이니 두려움을 가질 것이 아니라 언젠가는 죽을 것을 인지하고 현재를 행복하게 살라는 지혜의 인사이다.

오랜 세월 죽음은 삶의 대척점이자 터부시되는 주제였다. 생명연장을 돕는 의학기술의 발달로 백세시대를 이야기하는 요즈음이지만 죽음의 순간에 대한 우리의 공포는 여전하며, 죽음을 대하는 태도 역시 달라지지 않았다.

누구나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있기 마련이다. 특히 위중한 병으로 죽음을 문턱에 둔 사람들이라면 극심한 공포와 삶에 대한 열망으로 고통의 나날을 보내기 쉽다. 그런 그들에게 건강한 죽음을 이야기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이는 삶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남은 삶을 좀더 편안하고 행복하게 보낼 수 있도록 돕는 꼭 필요한 일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말대신 그림으로 공감하는 최종진 화백

일명 호스피스병동 그림선생님으로 알려진 최종진 화백은 건강한 죽음을 위한 커뮤니케이션으로 ‘공감’을 실천한다. 세브란스병원 소아혈액종양병동에서 호스피스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최종진 화백은 일주일에 세 번 암병동 아이들을 찾아 그림을 가르쳐주거나 그려준다. 그는 죽음을 눈앞에 둔 환자들에게 다가오는 죽음을 준비하라고 말하는 대신, 그들을 위해 묵묵히 그림을 그려주며 환자들의 아픔을 공감한다. 공감을 통해 진심으로 환자의 고통을 이해하고 마음을 편안히 해야 행복한 죽음을 맞을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최종진 화백이 호스피스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세브란스병원 호스피스실 아동청소년 완화의료팀은 암으로 고통 받는 아이들이 삶을 조금 더 즐겁고 행복하게 보낼 수 있게 돕는 미술교육 프로그램의 연장선상에서 ‘해오름회’ 모임을 구성했다. 암병동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5명의 아이들로 이뤄진 해오름회는 그림을 그리며 몸과 마음을 치료하고 있다. 또한 해오름회는 아이들이 직접 그린 그림들로 꾸민 전시회를 개최해 많은 사람들이 환자의 아픔을 공감하게 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런 사람들의 공감은 환자들에게 힘이 되며, 이는 곧 그들이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 최종진 화백이 세브란스병원 해오름회 창립 전시회인 ‘해오름전’에서 참가 환우와 함께 그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건강한 죽음의 대상은 떠나는 사람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죽음을 맞이하는 이가 편안할 수 있게 하는 것뿐만 아니라 남겨진 사람들이 떠난 사람을 잘 추억할 수 있게 하는 것 또한 건강한 죽음의 한 부분이다. 즉 남겨질 사람들에게도 평온하게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돕는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

환자와 가족 모두 남은 삶을 더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서로의 아픔에 공감해야 한다. 또한 공감을 위해 환자 자신과 가족 모두가 서로의 아픔을 공유하는 것이 건강한 죽음을 이끄는 기본이다. 하지만 병마에 고통 받고 있는 환자들과 가족들이 서로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것은 쉽지 않다. 자신의 고통을 밖으로 꺼내 보이는 것 자체가 그들에게는 매우 힘들고 조심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이야기 공유하며 치유, 질병체험이야기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으로 구축한 온라인사이트 ‘질병체험이야기(healthstory4u.co.kr) 호스피스 완화의료 모듈’은 호스피스 환자와 가족들의 생생한 체험담을 공유한다. 이는 질병을 체험한 환자와 가족들의 생생한 이야기와 정보를 누구나 손쉽게 얻을 수 있도록 데이터베이스(DB)화 하는 것을 목표로 이뤄낸 웹사이트로, 온라인을 통해 ‘그들의’ 이야기 공유를 가능하게 했다.

“딴 건 괜찮은데 우리 아들이 강하고 굳세고 강한 사람이 되어 주는 거. 그거 하나 밖에 저는 바라는 거 없거든요.” 울먹이는 목소리로 아들을 이야기하는 엄마의 사연처럼, 많은 사람들이 죽음 앞에서 가족들을 떠올렸다.

어떤 환자는 유언장이 삶의 마지막임을 확신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펜을 들지 못했다고 말했고, 많은 환자들이 말이나 글로 전하고 싶었지만 그 동안 용기를 내지 못하고 망설였던 가족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남겼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가족이 자신에게 얼마나 큰 의미였는지를 이야기하며 가족에게 당부의 말을 남기고, 자신의 부재에도 잘 살아가길 기원했다. 동영상으로 담긴 환자와 가족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심경과 고통에 정서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보다 행복한 삶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건강한 죽음을 위해서는 죽음을 편안하게, 또 행복하게 맞이하는 방법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 건강한 죽음, 즉 웰다잉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가하면서 죽음에 대해 이해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웰다잉 전문강사’가 생겨나고 있다. 웰다잉 전문강사란 일종의 아름다운 마무리와 행복한 죽음을 위한 전도사다. 전문적 지식을 통해 건강한 죽음을 커뮤니케이션하는 전문가라 할 수 있다.

강원 웰다잉연구소는 웰다잉 지도자 양성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해당 교육 프로그램은 <아름다운 마무리, 행복한 죽음(Well dying)>을 실천목표로 한다. 교육과정은 죽음의 성찰, 청소년의 생명존중 교육, 존엄한 죽음과 사전의료의향서 등의 과목으로 구성됐다. 과정을 이수하면 민간자격인 웰다잉교육지도자로 활동하게 된다. 교육과정 중에는 인생의 버킷리스트와 자서전을 작성하는 등 자신의 삶을 성찰하게 하며, 죽음을 가르치는 일이 곧 삶을 사랑하는 것임을 몸소 체험하게 한다. 즉 웰다잉지도자들은 남은 삶을 보다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새롭게 설계하게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 강원웰다잉연구소의 주관으로 진행된 웰다잉 지도자 양성과정.
웰다잉지도자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우리 사회는 아직 죽음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강해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높은 편입니다. 특히 노인이나 말기암 환자들은 죽음에 대한 공포로 인해 현재의 삶을 고통스럽게 보내기도 합니다. 그 때문에 죽음에 대한 교육이 필요합니다. 죽음을 정직하게 직면하고 담담하게 승인해야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죽음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전파하기 위해서 웰다잉지도자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됐습니다. 또한 현재 운영 중인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표준화된 역량을 지닌 웰다잉 지도자를 양성하고 있습니다.

죽음은 왜 먼저 준비해야하는가?
우리가 삶에서 출생과 결혼을 준비하듯이 죽음 또한 자연스러운 삶의 과정 중 하나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죽음에 대해 두려움을 가질 것이 아니라 여유롭고 행복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또한 고통스러운 죽음을 당하지 않기 위해 죽음을 준비해야 합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웰다잉은 자신의 삶부터 죽음까지 계획을 세우는 것이며 노후 준비 과정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죽음까지 준비하는 것을 말합니다. 죽음 준비교육을 통해 웰리빙(Well Living), 웰빙(Well Being) 나아가서 웰다잉에 이르게 될 수 있습니다. 즉 인생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해, 행복한 삶다운 삶을 살기 위해 웰다잉을 준비해야 합니다.

웰다잉을 위해 준비할 것들은 무엇인가?
건강한 죽음을 위한 기본 준비과정은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나의 버킷리스트 작성, 나의 장례설계를 위한 사전장례의향서쓰기, 무의미한 연명치료 거부를 서약하는 사전 의료의향서쓰기, 장기기증증서 작성 등이 있습니다. 이를 통해 삶을 성찰하고 죽음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또한 웰다잉연구소에서 삶에 무기력하기 쉬운 노인들을 위해 ‘장수노트’를 제작한 적이 있습니다. 교육자료를 만들어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함이었는데, 그동안 발표, 토론, 분임활동 등의 자료를 하나로 묶어 내 삶의 모든 것을 정리해 기록으로 남길 수 있도록 했습니다. 장수노트와 같이 작은 도구를 통해 죽음을 한 번 더 생각하고 준비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같은 작은 준비과정을 통해 우리의 죽음이 ‘당하는 죽음에서 맞이하는 죽음으로’ 변화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