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시 정부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일본에 배워야
재난시 정부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일본에 배워야
  • 송동현 밍글스푼 대표 컨설턴트 (admin@the-pr.co.kr)
  • 승인 2014.04.29 11: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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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과 정부 온라인 소통의 한계 <上>

[더피알=송동현] 수많은 승객들이, 특히 어린 학생들이 어이없게 희생된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해 정부 기관의 재난 관련 위기관리에 대한 비난이 아직까지 확산되고 있다. 또한 실제 여러 문제점이 표출됐다. 그 중에서도 온라인과 SNS 채널을 활용한 핵심 정부 기관의 활동들에 대해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는 문제점과 개선점이 발견된다.

먼저 재난에 대한 준비가 잘 돼 있다고 알려져 있는 일본 사례를 보자. 2011년 3월 14일 오후 2시 46분, 일본 관측 사상 최대인 리히터 규모 9.0의 대지진이 발생했다. 그 즉시 일본 수상은 수상관저대책실을 설치하고 긴급참모회의를 소집하면서 피해상황 확인과 국민들을 위한 정보 제공에 최선을 다할 것을 가장 먼저 지시했다.
 

▲ 일본 수상관저 재난정보 온라인 및 sns 채널들.
일본정부의 일사불란했던 위기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오후 15시경 긴급참모회의에서 두 번째 강조한 것이 인명 구조를 제일로 하고, 이재민 구조에 최선을 다하기 위한 유간 부서와의 적극적인 협업이다. 그는 다시 한 번 피해 주민뿐만 아니라 국민과 관계기관, 지자체가 적절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것을 강조했고, 정부가 하나가 돼 재해를 극복하기 위한 통합된 긴급재해대책본부 설치 준비를 즉각 지시했다.

이후 일본내각부 방재정보센터 홈페이지는 곧바로 재해 정보 전달을 위한 홈페이지로 변경됐다. 이를 통해 실시간 정보를 전달했으며 재해 긴급 정보, 이재민 지원 정보 공유를 진행하는 내각부를 중심으로 경찰청이 각 지방의 피해상황을 공유하고 외무성은 세계 각국의 긴급 지원 사항들을 온라인을 통해 공유했다.

또한 문부과학성은 각지의 방사선 측정 데이터를, 후생노동성은 의료 지원 관련 정보를, 국토교통성은 교통 관계 복구 상황을, 기상청은 피해 지역의 기상 상황을, 환경부는 재해 폐기물 처리 상황들을 온라인을 통해 공유했다.

이처럼 지진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대국민 대응시스템이 잘 갖춰진 일본에서는 사전 준비된 부처별 협업 시스템과 역할 분담을 바탕으로 온라인을 통한 정보 공유와 커뮤니케이션 활동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우리가 참고할 부분이 많다.

위기관리에서 온라인과 SNS의 핵심은 각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를 듣는 리스닝(listening) 채널의 역할 및 해당 조직의 입장과 상황 전달, 리스닝했던 내용에 대한 피드백을 전달하는 모니터링과 커뮤니케이션 관리의 주체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기업이든 정부기관이든 지금까지도 온라인과 SNS 채널을 단순히 마케팅과 홍보채널로만 판단하고 활용해 왔다. 그러다 보니 오프라인에서 위기가 발생하면 부정적 이슈 관리 차원에서 모드를 변환시키는 전략적 준비가 안 돼 있다. 부처별 효율적인 협업이 진행되지 않고 우왕좌왕하거나, 해당 위기 대처에 대한 부처의 활동 사항만 홍보적 관점에서 확산시키는 노력만 지속되는 경우도 그 때문이다.

하나의 사소한 예이긴 해도 안전행정부의 공식 블로그 이름은 ‘꿀맛이야기’이다. 안전행정부임에도 위기나 재난 관리에 블로그를 활용해 보겠다고 사전에 기획하지 않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 자료사진=이경옥 안전행정부 2차관이 세월호 사고 당일인 4월 16일 오후 긴급브리핑을 마치고 퇴장하는 모습. 차관은 이날 “368명 구조는 착오였으며 정확한 숫자는 확인 중”이라며 “해경에서 정확한 통계를 내는 중”이라고 밝혔다. ⓒ뉴시스
세월호 침몰 사고에 핵심 정부 기관인 안전행정부, 해양수산부 그리고 해양경찰청의 홈페이지,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활동들을 보면 사전 준비가 전혀 안 돼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이 SNS를 통한 첫 번째 커뮤니케이션이다.

안전행정부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경우 사고 당일인 4월 16일 오전 9시 50분 첫 번째 상황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사고 소식을 가장 빨리 공유했으나, 해양경찰청의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16일 오후 2시, 해양수산부의 경우 페이스북을 통해 오후 7시에 세월호 사고에 대한 일반적 상황이 첫 번째로 공유됐다. 재난 및 위기 상황에 대한 빠른 정보 공유와 협업 시스템이 준비가 안 됐다고 추정할 수 있다.

위기시 명심할 키워드 협업, 통합, 일원화

또한 많은 정부 기관이 해양수산부 홈페이지 내 ‘여객선 세월호 사고 수습 현황’ 페이지를 중심 채널로 배너나 링크를 통해 연결시키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위기 상황 시 온라인 콘텐츠 허브 역할의 개념과 필요성에 대해선 어느 정도는 인식했던 모습이다. 하지만 해양수산부의 해당 페이지가 단순한 게시판 형태로 각 이해관계자들이 원하는 정보를 충분히 전달해 주지 못하고 있으며, 정부의 입장에서도 더 중요하게 전달하고자 하는 정보를 효율적으로 전달하지도 못하고 있는 구조다.

이런 상황을 대비해 완전한 홈페이지 형태의 위기/재난 관리를 위한 정보 공유 사이트를 미리 설계하고 구조화 해놓은 이른바 ‘다크 사이트(Dark Site)’, ‘쉐도우 사이트(Shadow Site)’를 준비해 놓을 것을 제언한다.
 
이는 공식적인 브리핑 자료 및 유관 부처와 가용 가능한 모든 채널에서 올라오는 정보를 취합하고 사실 확인된 정보를 공유 하며 핵심 이해관계자들와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는 위기/재난 관리용 공식 홈페이지로, 평시에는 활용되지 않다가 위기나 재난이 발생한 직후 바로 가동되는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이다.
 
온라인, SNS 채널들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면서 해당 위기 및 재난 정보 콘텐츠의 허브 역할을 하며, SNS를 통해 각종 정보 콘텐츠를 재 확산시키는 모든 콘텐츠의 출처가 된다. 이 사이트는 지난해 아시아나 항공의 샌프란시스코 공항 착륙사고 당시 아시아나 홈페이지에 등장한 바 있다.

다크 사이트는 국민들과 핵심 이해관계자들이 모든 정보를 취합, 검색할 수 있고 정부의 입장을 확인할 수 있으며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궁금증 또한 해소할 수 있게 돼야 한다. 이를 통해 여러 정부 기관들의 채널을 돌아다니며 정보를 확인할 수고를 덜 수 있고 정부의 입장에서도 기존 채널들을 보호하고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분산시키지 않고 집중시킬 수 있다. ‘콘텐츠를 확산시키되 커뮤니케이션은 분산시키지 마라’는 온라인, SNS 커뮤니케이션 원칙이 유지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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