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글씨’로 당신과 세상을 이야기합니다”
“‘손글씨’로 당신과 세상을 이야기합니다”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4.05.07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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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라이브러리] 디자인 스튜디오 ‘홍단’ 반윤정 대표

소통라이브러리는 우리 사회의 소통문화를 새롭게 만들자는 취지에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자유롭게 협력하는 코너로, 이종혁 광운대 교수와 함께 진행합니다. 대중에게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그들만의 방식으로 소통문화를 창출하고 이끌어가는 숨겨진 인물들이 인터뷰의 주인공입니다.

▲ 디자인 스튜디오 홍단의 홈페이지(www.hongdan201.com) 메인 화면. 세월호 참사가 있은 후 ‘상식체’를 만들어 게시했다.

처음엔 이 말이 무슨 말인지 몰랐습니다.
사람들이 보통 알고 있거나, 알아야 하는 지식이라는 이 말 뜻이
그렇게 대단한 건지 몰랐습니다.

아무렇지 않게 써온 이 ‘상식’이라는 말을
귀하디 귀하게 여기며
자기 자리에서 최소한의 상식은 지켜 나가는 사람이 되자 다짐합니다.

 
[더피알=강미혜 기자] 세월호 참사가 있은 후 회사 홈페이지에 ‘상식체’를 내걸며 덧붙인 말이다. 손글씨로 말하는 디자인 스튜디오 ‘홍단’의 반윤정 대표다.

붉게 단장하다는 뜻의 홍단. 여자들 화장의 화룡점정이 빨간 립스틱인 것처럼, 디자인에도 빨간 점하나 찍는 심정으로 아름답게 완성도를 높이자는 의미에서 이름 붙였다. 올해로 회사 설립 10년째인 홍단은 그간 이름대로 한국적 정서를 품은 일들을 해왔다. 국악계 공연이나 음반, 포스터 관련 작업들을 도맡아하며 한국 전통 음악과 깊은 연을 맺은 것. 아울러 다양한 손글씨로 사회와도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 반윤정 홍단 대표

주로 어떤 일을 하시나요?
디자인 일은 대부분 다 해요. 책, 잡지, 전시홍보물, 음반, 기업사보 등 다양한 일들을 합니다. 

국악 관련 작업들을 많이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계기로 국악과 친해지게 됐나요? 
처음 그래픽 디자인 작업을 한 것이 가야금 연주자 포스터였어요. 당시 국악계의 포스터는 대부분 한지 위에 복잡한 문안들이 가득한, 지극히 ‘국악스러운’ 느낌이 강했습니다. 저는 그런 과함보다는 단아하고 소박한 한국적 미(美)가 국악과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포스터를 아주 심플하게 만들어 봤는데, 반응이 괜찮았는지 이후 알음알음 소개받으면서 지금까지도 계속 국악 관련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국립단체나 국립음악원 등의 일도 맡고 있고요.

다른 작품들을 봐도 대부분 홍단표 서체가 들어있네요. 
어찌 보면 서체는 홍단이란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보여주는 상징과도 같습니다. 그래서 몇 년 전부터 손글씨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고요.

손글씨 프로젝트는 어떤 건가요? 
설명을 하자면 사연이 좀 긴데요…. 이름 그대로 손글씨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면서 시작한 프로젝트라고 보시면 됩니다. 2009년 ‘손글씨를 추억하다’로 해서 2012년엔 ‘손글씨를 다시쓰다’, 이어 2013년 ‘홍단 달력프로젝트’로 연결돼 왔습니다. 손글씨 프로젝트를 하게 된 건 가회동에서 이곳 성북동으로 이사 온 게 결정적 계기가 됐어요. 예전에 <샘이 깊은 물>이라는 잡지사에 다닌 적이 있는데 그때 사무실이 성북동이었어요. 그런데 10년 만에 다시 찾은 성북동이 예전 모습 그대로인거 아니겠어요? 신기하면서 아련하기도 해서 이곳저곳 둘러보다 보니 손으로 쓴 듯한 옛날 간판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당시 청계천 간판 재정비 사업으로 간판들이 하나같이 ‘매끈한’ 모습으로 똑같이 바뀌었는데, 제가 보기엔 좀 촌스럽고 아마추어스럽긴 해도 옛날 간판들이 훨씬 아이덴티티가 있는 작품 같았습니다.
그래서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옛날 간판들을 사진으로 찍어 기록으로 남겨두자 했어요. 그게 몇 년 간 쌓이고 쌓여 ‘손글씨를 추억하다’가 된 거죠. 또 그걸 바탕으로 홍단만의 서체를 만든 게 ‘손글씨를 다시쓰다’이고요. 달력프로젝트는 12개의 홍단서체로 스토리가 있는 달력을 만들어 몇 개 서점에 무료 배포한 건데요, 시의성 있게 작품을 꾸미다 보니 한 달 한 달 만들었어요. 그 덕에 받는 입장에선 1년에 한 번이 아니라, 1년에 열두 번 새로운 달력을 접하게 된 셈이죠. 얼마 전 한 대학생 친구를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매달 저희 달력 받으려고 부리나케 서점을 갔다는 거예요. 근데 한두 달은 동나서 못 구했다며 남은 거 있음 달라고 하더군요. 참 고맙고 뿌듯했습니다.

▲ 2009 손글씨를 추억하다_서울 보문동(왼쪽)/2010 손끌씨를 추억하다_서울 용두동(사진제공=홍단)

본업인 디자인 외에도 손글씨를 테마로 몇 년 간 꾸준히, 그러면서도 발전적인 모양으로 무언가를 해오셨네요. 연장선상에서 올해는 어떤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손글씨로 말하다’입니다. 앞서 진행한 ‘손글씨를 다시쓰다’가 내러티브 형태로 설명적 얘기를 했다면, 올해는 글씨체 자체의 완성도를 높이면서 그 안에 사회와 소통하는 목소리를 담을 생각이에요. ‘손글씨로 말하다’ 프로젝트는 우연히 본 4대강 다큐멘터리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다큐멘터리 내용 중 시골 아이들에게 강을 그려 보라고 한 장면이 있었는데요, 글쎄 애들이 자를 꺼내서 일직선으로 똑같이 그리잖아요? 정말 충격적이었습니다. 우리 때는, 아니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강은 그 모양대로 흐르면서 여유나 휴식을 주는 공간이었잖아요. 그런데 4대강 사업 이후 실제 강의 모습도, 또 그걸 바라보는 아이들의 시각도 완전히 달라진 거예요.
문득,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딸이 마주하는 세상이 어떻게 변할 지 두려워졌어요. 그래서 디자이너로서 세상에 내 목소리를 전달하자, 내 방식대로 사회와 소통하자는 뜻에서 ‘손글씨로 말하다’를 생각하게 된 겁니다. 프로젝트 첫 작품 역시 4대강 관련해서 강을 주제로 했어요. 친한 지인이 찍은 섬진강 사진 위로 ‘물길 가는대로 그렇게 강은 흘러야 한다’는 메시지를 썼습니다. 작품들이 어느 정도 쌓이면, 내년 즈음엔 그것을 가지고 오프라인상에서 소통하는 새로운 프로젝트도 구상중입니다. 

▲ 2009 디자인 작품_강효주 경기십이잡가 포스터(왼쪽)/ 2014 손글씨로 말하다(사진제공=홍단)

이야기를 쭉 듣다보니 손글씨야말로 홍단이 가장 홍단다울 수 있는 특별한 가치이자 무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스마트폰과 디지털로 빠르게만 돌아가는 요즘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아날로그적 감성이기도 하고요. 
앞으로도 저희식대로 쭉 가려고요. 올해로 회사가 10년 됐지만 직원수는 5명이에요. 남들이 보기엔 성장을 못한 작은 회사일 수 있어도 저희 스스로는 질적으로 충분히 많이 성장한 멋진 곳이라고 자부합니다. 무슨 일이든 너무 대형화만 되면 항상 구석이 생기기 마련이잖아요. 때론 작은 것이 더 가치가 있는데, 그들 중 하나가 바로 홍단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목표나 바람은. 
‘홍단을 찾는 누구에게라도 최고의 퀄리티를 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자’. 10년 간 쌓은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작지만 단단한 홍단이 되어왔듯, 앞으로의 10년 20년도 ‘신뢰’라는 단어에 누가 되지 않도록 홍단답게 일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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