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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레기’ 오명 벗자는 기자들의 외침, 언론계 안팎 파장
‘기레기’ 오명 벗자는 기자들의 외침, 언론계 안팎 파장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4.05.08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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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태 보도 계기로 자성 목소리 연이어

▲ 안산 단원고 3학년 학생들의 임시휴교 후 첫 등교일인 지난달 24일 정운선 학생정신건강지원센터장이 취재를 자제해 줄 것을 요청했다. ⓒ뉴시스

[더피알=문용필 기자] 세월호 사고와 관련된 언론들의 오보, 자극적인 보도행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심지어 정부 편향 보도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현장 취재에 나섰던 기자들을 중심으로 언론계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연이어 터져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최근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공영방송 <KBS> 기자들의 반성문 게시가 단적인 사례다. KBS 보도국의 막내기수라고 할 수 있는 38기, 39기, 40기 기자 10명은 지난 7일 사내 보도정보 시스템에 세월호 사고 보도와 관련한 반성문을 게시했다.

해당 글에서 한 기자는 “유가족들이 구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울부짖을 때 우리는 냉철한 저널리스트 흉내만 내며 외면했습니다. ‘현장’이 없는 정부와 해경의 숫자만 받아 적으면서요”라는 자조적인 글을 올렸다.

또 다른 기자의 경우 “팽목항에선 KBS로고가 박힌 잠바를 입는 것 조차 두렵다”며 “어떻게 하면 취재를 잘해나갈까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시민들의 따가운 눈총과 질타를 피해갈지 부터 고민하게 된다. 대체 우리는 무엇 입니까”라고 성토했다.

“취재기자인 제가 더 열심히 발로 뛰었더라면 유가족들의 이야기를 더 많이 고민하고 취재해 보도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크고 자책도 많이 하게 된다”며 “지금이라도 이런 아쉬움과 반성을 토대로 유가족에게서 ‘듣고 싶은 것’이 아닌 그들이 ‘말하는 것’에 귀 기울여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기자도 있었다.

이 기자는 “국민의 편에 서서 약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이들을 배려하는 것. 그것이 제가 아는 공영방송의 역할”이라며 “그 역할을 충실히 했을 때 “KBS를 어떻게 믿어요?”라는 의문에 당당히 답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의견을 남기기도 했다.

이에 더해 기자들은 “KBS가 재난주관방송사로서 부끄럽지 않은 보도를 했는지 반드시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결과물을 우리 9시뉴스를 통해 전달하고, 잘못된 부분은 유족과 시청자들에게 분명히 사과해야 한다. 침몰하는 KBS 저널리즘을 이대로 지켜보기만 할 수는 없다”며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 세월호 사고 보도에 관여한 모든 기자들이 참석하는 토론회를 제안했다.

이와 관련, <미디어오늘>의 8일 보도에 따르면 KBS 보도본부는 오는 12일 본사 국제회의실에서 세월호 사고 보도와 관련한 대토론회를 열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 (자료사진) ⓒ뉴시스

이처럼 세월호 사태 이후 ‘저널리스트’로서의 품행을 돌아보며 자성의 목소리를 내는 기자들이 연이어 등장하고 있다.  언론다운 언론을 지향해 나가자는 다짐이 주를 이룬다.

송지혜 <시사IN> 기자는 7일 온라인판을 통해 “세월호 참사 보도로 나를 비롯한 많은 기자들이 스스로를 돌아보고 반성하고 있다. 현장을 다녀온 몇몇 기자들은, 늦었지만 고민 중”이라며 “재난 현장에서 예의를 다한 '기록'과 '전달'의 임무가 충실할 때 언론이 어떤 구실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이에 앞서 한준규 <서울신문> 사회2부 차장은 지난달 22일 ‘기자와 ‘기레기’ 사이‘라는 제하의 칼럼을 통해 “기레기에서 벗어나 기자로 인식되려면 하루 빨리 언론사들이 대형 참사의 취재 준칙을 세워야 한다”며 “기존의 취재 관행을 바꿔야 할 때”라고 주장한 바 있다. ’기레기‘는 기자와 쓰레기를 합친 말로 기자를 비하하는 의미의 인터넷 용어다.

한 차장은 “외국에서는 생존자나 장례식장에서 유족의 얼굴을 직접 내보내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피해자와 그 가족에 대한 배려”라며 “무리한 속보 경쟁을 자제해야 한다. 무분별한 경쟁으로 엉터리 정보가 전달되고 결국에는 오보로 이어져 당사자나 국민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 알 권리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정확한 사실과 진실을 찾아내고 여러 가지로 사실을 확인하는 데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기자협회는 좀 더 큰 틀에서 세월호 사고와 관련한 보도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신속함에 앞서 무엇보다 정확해야 한다’ ‘주요 현장에서 취재와 인터뷰는 신중해야 하며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의 입장을 충분히 배려해 보도한다’ ‘보도된 내용이 오보로 드러나면 신속히 정정보도를 하고 사과해야 한다’ ‘불확실한 내용에 대한 철저한 검증보도를 통해 유언비어의 발생과 확산을 방지한다’ 등의 조항이 담겨 있다.

이와 관련, 김용만 기자협회 총괄본부장은 <더피알>과의 통화에서 “(사고 발생초기에 언론이) 지나친 속보경쟁과 선정적 보도로 실종자 가족에게 상처를 많이 주지 않았느냐”며 “기자협회 차원에서 긴급하게 보도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반성의 목소리가 많이 나오니 전체 언론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재난보도 준칙을 제정하기로 했다”며 “13일 실무위원회가 열리는데 지난 것은 반성하고 차후에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미리 준비하려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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