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유니폼의 虛와 實
인생 유니폼의 虛와 實
  • 김광태 (doin4087@hanmail.net)
  • 승인 2010.10.03 1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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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태의 홍보一心

우리 인간의 삶은 남보다 더 좋은 ‘유니폼’을 입고 사는 것이 꿈이다. 기업에서는 CEO라는 유니폼을 입어보는 것이 최고의 목표요, 정치권에서는 그 나라의 대통령의 유니폼을 입어보는 것이 꿈이듯 각자가 선택한 길에 최고의 자리에 올라 그 유니폼을 입어보는 것이 꿈일게다. 그 꿈이 실현되면 당사자는 주위의 찬사를 한몸에 받으며 명성이라는 것을 얻게 된다. 그러나 그 명성이라는 것이 유니폼을 벗는 순간 어떻게 관리했느냐에 따라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사라지기도 한다. 그래서 명성을 관리하고 유지하는 게 무척이나 힘들다.

최근 피겨여왕 김연아 선수가 브라이언 오서 코치와 매끄럽지 못한 결별로 김연아를 사랑하는 국민에게 실망을 줬다. 올림픽에서의 금메달 획득은 자신의 것이 아니다. 우리 국민 모두의 것이다. 그래서 김연아에게 온 국민은 찬사를 보냈고 그에게 한국 스포츠 사상 최고의 명성을 만들어 줬다. 그러나 그 명성을 유지하기 위한 가장 소중하고 중요한 ‘겸손’을 김연아는 잊었다. 사제지간에 자신을 키워준 스승이 설혹 무리한 행동을 했다고 해도 스승에게 맞대응을 하는 것은 제자로서 도리가 아니다.

항상 ‘알몸으로 사는’ 습관도 가져봄직

벼가 익으면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지 않던가? 그저 오로지 묵묵히 스케이팅에만 매달려 선수 생활을 하는 김연아 모습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우리나라 고승 중 한분인 경허선사는 자신의 이름만 높아졌다고 하여 어느 날 홀연히 속세를 버리고 이름없이 살다가 입적을 했다. 결국 자신의 허상을 지우니까 입적 후 지금까지도 그 명성은 더욱 빛난다. ‘유니폼’을 입고 있을 때는 참 나의 모습을 보기가 힘들다. 오히려 더욱 교만해지고 무례해지기 쉽다. 그래서 필자는 후배들에게 먼 훗날을 생각해 유니폼을 입고 있을 때 항상 알몸으로 사는 습관을 가져보라고 권한다.

막상 유니폼을 벗고 나면 그 상처는 신분이 높으면 높을수록 떨어지는 속도에 가속도가 붙어 상처가 더 깊다. 입사 선배분들 중 사장까지 지내고 은퇴한 분이 계신데 워낙 잘 나가시던 분인지라 현역 사장 시절 동기모임에서 동기들에게 사장 티를 내며 하대를 했다. 참석한 동기들은 현직 사장이라는 신분 때문에 참았지만 은퇴한 이후에는 동기들 모임에 끼워 주질 않는다. 언론계의 한분도 유니폼을 벗자 상처를 받았다고 한다. 이제는 마음속으로 “다 지나간다”면서 “상대의 잘 하고 잘못 하는 것을 내 마음으로 분별해 참견하지 않고 마음을 항상 편안하게 갖는다”고 한다.

달도 차면 기운다. 그래서 잘 나갈 때 조심하라고 하는 말이 있지 않은가? 사람의 수명은 길어진다. 나름대로 직장에서 성공했다는 사람들의 유니폼은 은퇴 이후 알몸 아니면 낡은 유니폼으로 갈아 입을 수 밖에 없는 세상이다. 몇일 전 추석 명절을 맞아 고향에 갔다 오는 길에 사촌형 집에 들렀다. 두 내외가 젊어서 부터 농사 일을 해왔는데 주변에 공장들이 들어서자 농사일을 접고 공장에서 일을 한다. 형님은 60 중반의 나이로 공장 경비원으로 나가고 있는데 사장님이 몸 성할 때까지 나오라고 한단다. 형수는 내일 모레 정년을 바라보는 나이인데도 숙련된 기술자가 없으니 계속 일을 해달라고 한단다. 자식들은 다 출가하고 두 부부가 사는데 부부 한달 평균소득이 600만원 정도다.

세상에 이런 유니폼이 어디 있을까? 남부럽지 않다고 했다. 지금 자신이 입고 있는 유니폼이야 말로 최고의 유니폼이라 한다. 그러면서 하루하루가 행복하다고 했다. 서울에 올라와 한때 멋진 유니폼을 입고 명성을 날리던 은퇴한 친구들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어떻게, 그 자리를 자기가 할 수 없겠느냐며 형님에게 잘 이야기 해달라고 아우성이다. 그래도 알몸 보다 낡은 유니폼이 좋다며….


김광태

(주)온전한커뮤니케이션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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