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KBS·MBC, 어쩌다 이리 됐나
공영방송 KBS·MBC, 어쩌다 이리 됐나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4.05.16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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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렬한 내부 반성, 언론계 안팎 비판 쏟아져…사측은 묵묵부답

“세월호 참사 현장을 보도하면서 잘못된 보도로 혼선과 고통을 드린 적은 없는지 반성해봅니다. 한 달 동안 중앙일보 지면에 실린 세월호 사고 관련 보도를 다시 한 번 검토했습니다. 그 결과 본지의 부정확한 보도로 희생자 가족들과 독자 여러분께 혼선을 드린 적이 적지 않았다는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게 됐습니다.” - 5월 16일자 중앙일보 기사 中

“공영방송 KBS가 좌초 위기에 처해있다. KBS는 이번 세월호 참사 관련 보도에서 국민의 방송, 국가기간방송, 국가재난 주관방송으로서 역할과 임무를 포기하고 정권 안위를 위한 권력 눈치 보기로 일관했다는 비판이 비등하고 있다. 유족의 슬픔이나 국민의 아픔은 안중에도 없었다.” - 16일 발표  KBS 이사 4인 성명서 中

[더피알=강미혜 기자] 세월호 사태를 계기로 언론계 안팎에서 터져 나온 반성의 목소리가 변화를 위한 행동으로 본격화되고 있다. 

세월호 참사 한 달을 돌아보며 중앙일보가 일간지 중 드물게 16일자 지면을 통해 세월호 관련 부정확한 보도를 유족 및 독자들에 사과한 가운데, 공영방송 KBS와 MBC 기자들의 자기반성도 연일 계속되고 있다.

▲ 자료사진=길환영(왼쪽) kbs사장이 지난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에서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는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에게 김시곤 kbs보도국장의 발언과 관련해 사과한 모습. ⓒ뉴시스

세월호 사고 이후 줄곧 정부 편향, 자극적 보도 등으로 비판의 한 가운데에 섰던 KBS의 경우 막내 기자들의 반성문으로 촉발된 내부 파문이 김시곤 보도국장 사임, 기자협회 제작거부에 이어 ‘사장 퇴진’ 움직임으로까지 번지며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다.

급기야 KBS 보도본부 부장 18명은 길환영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집단으로 보직에서 사퇴까지 했다. 이들은 16일 오후 ‘최근 KBS 사태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참담하다”고 운을 뗀 뒤, “KBS가 날개도 없이 추락하는 것을 바라보고 있다. 최근의 사태에 책임을 통감하고 우리는 부장직에서 사퇴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권으로부터 독립성을 지키지 못한 사람이, 아니, 정권과 적극적으로 유착해 KBS 저널리즘을 망친 사람이 어떻게 KBS 사장으로 있겠단 말인가”라고 물으며, 길환영 사장을 즉각적인 사퇴를 촉구했다.

같은 날 김주언, 이규환, 조준상, 최영묵 KBS 이사 4인 역시 길환영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세월호 침몰 사고 부실 보도로 인한 KBS의 내부 반발은 위에서부터 아래에 이르기까지 조직 전반에 걸쳐 휘몰아치고 있다.

MBC의 사정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앞서 MBC 기자회는 지난 13일 성명서에서 “MBC는 왜 취재기자들의 말을 믿지 않고 ‘받아쓰기 방송’이 된 것일까요?”라고 자조적 물음을 던진 뒤, “전국MBC기자회는 세월호 실종자 가족과 유족들, 그리고 국민에게 MBC의 구성원으로서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고 머리를 숙였다.

기자회는 “MBC가 언론 본연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드리고 싶지만 MBC를 둘러싼 환경이 이런 말을 꺼내는 것조차 부끄럽게 합니다. 지켜질지 불투명한 약속은 또 다른 기만이기 때문입니다”면서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여 사죄합니다”고 잘못된 보도에 대해 거듭 사과했다.

하지만 일선 기자들의 통렬한 자기반성에도 불구하고 KBS와 MBC 사측은 아직 사태 해결을 위한 뚜렷한 태도를 취하지 않고 있다. KBS가 지난 15일 9시뉴스에서 ‘대통령 부각·유족 소홀, KBS 보도 반성합니다’라는 제목을 걸고 세월호 관련 그간의 보도행태에 자성의 목소리를 냈지만, ‘뒤늦은 반성’ ‘면피용 사과’라는 비판과 함께 진정성을 의심하는 시각이 많다.

▲ kbs가 15일 9시뉴스에서 세월호 사고 관련 자사 보도를 반성하는 리포트를 내보냈다. / 사진=뉴스9 화면 캡처

MBC는 이 와중에 2명의 기자를 보도와 상관없는 지사로 전보 조치하는 인사까지 단행해 내부 파열음이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지난 14일 “세월호 보도와 관련, 기자들의 피맺힌 자성과 참회의 기수별 성명이 올라오고 있는 상황에서 탄압과 폭거를 자행하고 있다”며 해당 인사 조치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처럼 세월호와 함께 침몰하는 듯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 두 공영방송사를 바로 세워야 한다며 한국기자협회는 15일 “KBS·MBC를 더 이상 욕되게 하지 말라”는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기자협회는 “세월호 보도와 관련한 기자들의 반성문에 부당인사로 보복하는 MBC, 보도통제 폭로에 침묵만 지키는 길환영 KBS 사장의 몰상식적인 행태는 세월호와 함께 침몰한 MBC와 KBS의 현주소”라고 꼬집으며, “진실을 알리는 언론 본업을 팽개치고 자기 보신에 눈이 멀어버린 MBC 사측에 이성 회복을 촉구한다. 공영방송 KBS를 창사 이래 최대 위기로 몰아넣은 길 사장은 사장직에 연연하지 말고 당장 물러나는 게 순리다”고 주장했다.

200여명의 언론학자들의 모임인 미디어공공성포럼 역시 16일 “현재 공영방송 내부에서 제기되는 자기반성과 보도 시스템 개선의 목소리는 너무 당연한 것인 만큼, 이들의 주장을 지지하지만, 이 또한 공영방송 지배구조에 대한 근본 개혁이 없는 상황에선 언제든 되풀이 될 수 있는 문제들”이라며 “공영방송이 독립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방송으로 제 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지배구조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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