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9-10-18 20:24 (금)
발생할 위기는 발생한다. 단, ‘언제’를 모를뿐
발생할 위기는 발생한다. 단, ‘언제’를 모를뿐
  • 에스코토스컨설팅 강함수 대표·신종희 과장 admin@the-pr.co.kr
  • 승인 2014.05.19 09: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위기 유형 10년 추적] 예측가능한 위기 속 위기관리의 세 가지 인사이트

[더피알=강함수·신종희] 위기는 사회경제적 환경을 먹고 자란다. 동일한 위기 유형이라고 하더라도 위기 발생 원인에 따라 위기 확장성이나 피해 규모는 다르다. 성공적인 위기관리는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사전준비(Crisis prevention & preparedness)에 있다.

기업은 사전준비를 아직도 ‘비용’이라고 인식하거나 조직 내부 구성원들은 “그게 무슨 소용이냐?” 라고 그 효과를 부정한다. 많은 기업들이 위기관리 사전준비를 왜 해야 하고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더 큰 문제는 그것을 ‘누가’ 계획을 세우고 관련 부서를 참여시켜야 할지 모른다는 사실이다.

▲ 여러 유형의 위기 상황(자료사진)

위기관리 사전준비의 시작은 당신의 기업에게 발생 가능한 위기를 찾는 것이다. 단체 급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가 있다고 치자. 이 회사에선 어떤 위기가 발생할 확률이 높겠는가? 그렇다. 식중독이다. 그것도 ‘단체’로 발생하는 거다. 성인보다는 어린이다. 학생이다. 식중독의 유발 요인은 다양하겠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쉽게 예상되는 경로가 있다. 원재료의 1차 공급자와 조리과정의 2차 공급자이다. 사전준비는 바로 여기서부터 출발하는 것이다.

우리 기업에 발생할 수 있는 구체적인 위기 유형과 발생 경로를 살펴본다. 해당 요인별로 상황을 진단해서 강화하고,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관련 부서에게 적절한 개선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만약에 발생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한 준비 계획을 수립하고 위기관리팀을 대상으로 훈련을 실행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위기 리더십을 포함한 인적 대응 프로세스를 관리하는 것이다.

‘위기 연표’를 통해 대비하자

그렇다면, 어떤 위기가 발생할 것인지를 어떻게 알 수 있는가? 기업 ‘위기 연표(Crisis Chronology)’를 만들어 보는 것이다. 과거에 발생했던 위기의 역사를 기록해 본다. 이때, 기업을 구성하는 주요부서의 책임자들이 모두 함께 참여해 해당 부서에서만 발생했던 위기 사례도 포함시킨다. 그리고 전반적인 사회/경제 영역에서 발생했던 위기를 통시적으로 살펴보면서 당신의 기업에게도 발생할 수 있는 위기 유형을 함께 고려해 보는 것이다.

[아래 표]는 2004년부터 2014년 1분기까지 약 10년간 기업 대상으로 발생한 위기를 정리한 것이다. 네이버 검색을 통해 종합일간지 3개 매체 이상 보도된 기업 중심의 위기 유형을 수집했기 때문에 모든 기업 위기를 분석한 것은 아니다. 정부, 정치, 자연재해 등과 같은 위기는 포함시키지 않았다. 수집된 주요 기업 위기 사례는 총 91건이다.

▲ 자료제공=에스코토스컨설팅.

기업 위기 연표를 통해서 우리가 살펴볼 위기관리 사전준비의 시사점을 세 가지로 정리해본다.

첫째, 위기는 발생한다면 발생할 것이 발생한다. 2004년부터 발생하는 식품 기업의 위기 유형을 살펴보자. 가공식품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기를 벗어난 것이 있는가? 최악의 시나리오로 전혀 예측이 안 되는 위기 유형은 거의 없다. 그 원인이 기술적인지 인적인지 관계없이 식품 이물질, 위해성 논란 등이 주를 이룬다.

CJ, 풀무원, 해태제과, 삼양식품, 롯데칠성음료, 코카콜라, 농심, 맥도날드, 동서식품, 롯데제과, 매일유업, 남양유업, 롯데주류, 하이트진로 등 주요 식품/음료회사는 유사한 위기를 겪어 왔다. 개인 정보 유출도 옥션, 하나로텔레콤, GS칼텍스, 농협, 현대캐피탈, 도미노피자, 메리츠화재, 국민카드, 롯데카드 등 개인 정보를 기반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개인 정보가 DB로 저장되는 기업에서 발생했다.

또한 대형 놀이기구가 있는 롯데월드, 집단 급식 공급 서비스를 하는 CJ푸드시스템, 해운운송 비즈니스의 한진해운,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 등에게 “만약 최악의 위기가 발생한다면”이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위기가 발생한 것을 알 수 있다. 롯데월드는 ‘놀이기구 아르바이트 및 고객 안전사고’, CJ푸드시스템은 ‘학생 대상의 집단 식중독’, 한진해운은 ‘해상 테러 사건’, 아시아나항공은 ‘여객기 추락사고’. 이렇게 위기는 예상을 못하는 것이 아니다. ‘언제’와 ‘얼마나 (크게)’를 모를 뿐이다.

둘째, ‘조직적 비행’의 위기 유형이 증가하고 있다. 이 유형은 이해관계자를 해치거나 위험에 빠뜨릴 수 있음을 알면서도 충분한 사전 주의 없이 조직이, 또는 구성원이 그러한 행동을 취하는 경우를 말한다. 대부분 경우 사회적 가치보다 경제적 수익을 우선시하고 기업 조직을 보호하려는 행위에서 시작된다. 개인 정보 유출의 원인도 외부 세력의 해킹에서 내부 직원의 불법행위나 정보 관리 시스템 부재로 전환되고 있다. 최근에 발생한 남양유업, 아모레퍼시픽, 대우조선해양 등의 대리점 및 비즈니스 관계사에 대한 부당한 거래 관행도 이에 해당한다.

특히 조직적 비행은 기업 비즈니스 기능의 문제만이 아니다. 내부 구성원 개인의 비윤리적 행위까지 포괄해서 살펴봐야 한다. 미디어의 취재가 있지 않고서는 잘 알려지지 않을 개인적 시공간에서 발생한 사건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쉽게 공개되고 확산되고 있다. 신라호텔의 한복 디자이너 한식당 입장 거부, 채선당의 매장 임산부 폭행 논란, 카페베네 매장의 고객 클레임 대응 문제, 블랙야크의 CEO 막말 사건, 포스코에너지 임원 기내 폭행 이슈 등과 같은 위기 사례는 디씨인사이드, 오늘의유머, 카카오톡,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위기가 발단되고 확산됐다.

셋째, ‘위기 연표’를 만드는 목적은 우리가 무엇을 먼저 준비할 것인가를 찾는 것과 우리 스스로에게 ‘만약 그것이 발생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다. 평상시에 위기를 바라보는 관점은 낙천적이고 긍정적일 수밖에 없다. 즉 우리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다. 그것은 제대로 위기를 바라보는 태도가 아니다. 위기 연표를 가지고 다분히 아주 부정적이고 최악의 상황을 적용시켜 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또 ‘뻔하고 당연하고 상투적인’ 답만 하기 때문이다.

2010년 4월 20일 미국 멕시코만 석유 시추시설이 폭발하고 5개월 동안 대량의 원유가 유출된 사고가 발생했다. 언론에서는 ‘멕시코만 원유 유출 사고’라고 지칭했다. 해당 시추시설을 시공한 회사는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ritish Petroleum, BP)이었다. 허리케인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해양 지역 한가운데에 석유 시추 시설 설립 사업을 추진하면서 이 회사는 무엇을 준비해야 마땅할까? 그 동안 해온 대로 또는 석유 시추 업계가 그렇게 한 대로 특별한 고민 없이 실행했을 것이다.

원유 유출 사고 발생 당시 BP는 유출량이 얼마 되지 않아 큰 피해가 없을 거라고 초기 커뮤니케이션 했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과 달랐고 이 사고는 큰 재앙이 됐다.

평상시에 할 수 있는 뻔한 질문과 대답을 지우고 BP 회사가 “만약에 석유 시추 현장에서 자연재해로 누출 사고가 발생하면 어떻게 할까?”, “그 동안 우리가 다루고 있던 안전 규칙을 제대로 시행하고 있는가? 그 업계의 안전 규칙이 요식적으로만 지키고 있는 건 아닌가?”, “만약 어떤 원인으로 원유 누출이 되면, 누출 확산을 방지할 방안을 우리는 알고 있는가?” 이런 질문을 끊임없이 하고 답을 찾으려고 노력했더라면, 사고는 막을 수 없더라도 엄청난 원유 유출 확산은 최대한 방지했을 것이다. 위기관리의 실패는 바로 이런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만들라

‘위기연표’를 만들라. 그리고 뻔하고 당연하고 상투적인 답을 찾지 말고 우리에게 최악의 상황을 부여해 ‘언젠가’ 발행할 위기를 정말 대비할 수 있는 새로운 답을 찾아보자. 그것은 절대로 비용이 아니다. 실패한 위기관리가 정말 잔인한 4월을 만들었다. 이번 ‘세월호’ 사고는 조직적 비행이고 기술적 위기이며, 악의적 사건이면서도 인적 위기인, 대형 피해이다. 모든 위기 유형을 다 지니고 있다.

리더들이 해운업계의 ‘위기 연표’를 만들어 제대로 살펴봤더라면, 이렇게 잔인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장시간 항해에서 여객선이 멈추면 어떻게 할 것인가?,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하면, 지금 상황에서 신속한 대응이 가능할까?, 여객선에 사고가 생기면 큰 재앙이 올 수 있으니, 최대한의 인명 피해가 없도록 하려면 어떤 자원이 더 필요할까? 해양항만청, 해양경찰청, 해양수산부, 해운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안전행정부, 교육청, 학교. 모두 한번도 이런 질문을 진지하게 살펴보지 않았고 했다고 하더라도 매번 하던 식으로 당연한 답만 나눴을 것이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