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밖에서 큰 행복 찾기
미디어 밖에서 큰 행복 찾기
  • 안홍진 (admin@the-pr.co.kr)
  • 승인 2010.10.03 1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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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준 정부기관이 발주한 기부금 마련 프로젝트에 응찰했다가 ‘낙방’하는 경험을 했어요(중략) 입찰에선 실패를 했지만 그 기관은 제게 실패보다 훨씬 더 값진 것을 기부해 준 것 같네요.”
페이스북에 최근 필자가 올린 글이다.
트위터, 페이스북 같은 뉴미디어에 가면 대부분 좋은 이야기만 나온다. 뿌듯한 감동 스토리, 취미, 여행, 가족에 관한 즐거운 것 등등.
여러 사람과 힘들었던 자기 체험을 공유한다는 건 매우 가치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뉴미디어에 좋은 이야기만 하는 것은 소금 안친 달걀처럼 왠지 싱거워 보인다. 젊은이들의 실패극복 스토리, 절망을 이긴 체험담을 듣고 싶다. 내 나이 또래는 다 그런가? 나만 그럴까? 어느 누가 한번 ‘실패극복 스토리 늘어놓기’ 스타트를 하면 ‘요원의 불길’이 될지도 모르겠다.
왜 인간은 끊임없이 미디어로 소통을 하나? 소통은 행복을 가져다 주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 생활은 대부분 소통의 방식이었다. 동물이 진화해 오듯 그렇게 바뀌어 왔다.
얼마 전 회사 여성임원이 대화중에 “스마트폰이 우리인간 생활을 통제하는 거 같아요. 시도 때도 없이 이 기계에 얽매여 살게 되니까요” 라고 하길래 “오히려 난 스마트폰이 편리한 거 같은데…. 어짜피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 있잖아! PR 회사 직원들에겐 앞으로 더욱 필요해지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그런 다음, 어느 날 회의 때 보니 그 여성임원은 갤럭시S를 소중히 품고 행복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미디어와 행복의 관계
스마트폰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소통의 시간과 공간을 넓혀준다.
달리는 차속에서, 등산하다가도, 식사하다가, 또 샤워하다가도 소통하게 해주는 편리함에 더해 그 속도까지 빠르게 해준다. 그렇다면 그만큼 인간 행복의 크기(Size)도 증가할까?
고교 동창들과 맛있게 점심 식사하는 중이었다. 바로 옆자리 친구에게 휴대폰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조용히 자리를 빠져 나가더니 조금 있다가 기분 좋은 표정으로 돌아와 앉는다. 내가 조그맣게 “누구니? 12시 지났는데, 그 양반 점심시간도 없나?”하고 물었더니 “거래선 사장이야. 급하게 재고량 있냐고 묻더니 큰 오더를 주네. 하하하.” 그 친구는 휴대폰 덕택에 점심 즐겁게 먹는 행복 외에 돈 버는 행복을 덤으로 느끼는 것 같았다.
미디어 수가 많아지면 ‘행복도 그만큼 늘어난다는 법칙’을 누군가 증명하길 원하지 않는다. 그런 법칙이 존재하는지, 그 이론이 맞는지 분석한다는 건 불필요할 것이다.

행복·불행의 소통 ‘호르몬’
소통은 행복을 준다. 물론 불행을 초래할 때도 있다. 대부분 사람의 경우 “소통이 안되면 불행의 싹이 트게 될 것”이라는 말은 틀리지 않을 것이다. 소통을 하는 동안 뇌가 활동하면서 다양한 신경전달물질 즉 호르몬을 분비한다.
우리는 대화하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이 ‘생각의 방향’에 따라 스트레스 호르몬인 아드레날린을 분비하든지 기쁨과 즐거움의 호르몬인 도파민, 세로토닌을 내보내든지 하게 된다고 한다.
저서 ‘행복은 혼자 오지 않는다’를 쓴 코미디언이자 의사인 히르슈하우젠 씨는 “행복은 가장 중요한 어떤 것이 아니다. 행복은 의미이다”라고 한 말에 공감이 간다.
점심 먹다가 걸려온 전화에 감사하게 생각하느냐, 기분 나쁘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행복은 늘기도 하고 줄어들기도 한다는 뜻일 것이다.

미디어와 불행의 관계
파발마나 봉수대에서 연기 피우는 게 유일한 미디어였던 시절, 무소식이 희소식이란 말이 통용 됐었다. 현대는 뉴미디어가 봇물을 이루는 시대다. 하지만 새로운 미디어는 계속 생겨나는데 행복결핍증으로 자살하는 사람이 줄지 않고 늘어난다는 통계만 나온다. 그렇다면 미디어 발달과 불행의 증가는 상관관계가 있을까?
페이스북, 트위터는 그동안 연락하지 않던 친구도 찾게 하고, 어떠한 소통도 가능하게 하니까 행복만을 창조해 낼까? 만약 행복만을 계속 생산해 내는 첨단 미디어가 있다면 얼마동안 살아 남을까? 미디어 재벌 머독이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M&A 해버릴 것이니까…. 불행과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그 미디어 회사에 상상못할 테러를 하지는 않을까.
그렇다고 개그콘서트나 웃찾사, 1박2일 같은 프로램들을 골라 감동과 칭찬, 친절, 행복만 가득찬 미디어를 만들라는 건 아니다. 그러면서도 커뮤니케이션, PR하는 사람들은 미디어에서 행복하고 좋은 소식만 보도되길 기대한다. 만약 고통과 불행이 없다면 행복이 무엇인지 분별하기 어려울 것이다. 다른 사람과의 비교, 그리고 탐욕·습관을 통해 불행은 찾아온다고 한다.
첨단 미디어를 통해 자주 인간들은 서로 가진 것 못 가진 것을 비교하며, 미래에 닥쳐올 것들에 불안해 한다. 행복만 창조하는 미디어를 만들기는 간단하다. 다만 간단하기가 어려울 뿐….

행복의 샘-미디어?
“살아가는 나날들의 80%가 평범한 일상이란 사실을 받아들이고 난 뒤부터는 너무나 사는 게 행복합니다”라는 빌헬름 슈미트의 말이 특별하게 들린다. 추석선물 나르는 퀵서비스맨에게 “매일 물건 나르는 일이 지겹지 않으세요?” 질문했을 때 그가 “아니요! 매일 날짜가 다르기 때문에 행복한데요”라고 답변한 것에 특별한 의미를 두고 싶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미디어가 첨단화 될수록 우리네 인간관계는 얕아지고 짧아지는 것 같아 아쉽다. SNS 같은 미디어는 깊고 감동있는 소통을 하기엔 2% 부족해 보인다. 그렇다면, 장기간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다른 사람과의 소통의 종류는 무얼까?
미디어를 잠시 벗어난 소통은 어떤가? 상상만으로도 행복을 만끽하는 방법은 없을까? 소통하지 않되 소통하는 것 같은 커뮤니케이션(Nomunication) 말이다.
“한 시간을 행복하려면 낮잠을 자고, 하루를 행복하려면 낚시(골프, 등산 등 취미를 하라는 뜻)를 하고 평생을 행복하려면 기부를 하라!”는 말이 있다. (필자도 매년 상당액수의 기부를 다니는 성당에 하지만 그 사실을 곧 잊어 먹으니 이 말을 보증 할 수는 없다)
‘기부’는 커다란 행복을 가져다 준다. 몸에 좋은 호르몬을 분비하는 ‘자원봉사’처럼…. 하지만 자원봉사나 기부행위도 미디어에 들어가서야 쉽고 편리하게 하도록 돼있는 세상이니…. 역시 미디어는 행복의 샘물인가보다.
페이스북에 행복한 메시지가 떴다. “세 명의 친구가 생일입니다”라고…. “Lucky birthday to you~! 생일을 마음으로 축하드립니다!”라고 메일을 보냈다.
“행복해 지기 위해서는 사랑받기보다 사랑할 줄 아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한다. 미디어에서 사랑, 행복을 찾지만 마시고 사랑과 행복을 만들어 가시라~! “행복을 뒤쫓기만 하면 절대로 당신은 행복의 진짜 모습을 못 본다. 왜냐하면 영원히 그 뒤통수만 보게 될 테니까….”

안홍진

삼성그룹 22기 공채입사

삼성물산 판매및 마케팅팀 근무

삼성구조조정본부 홍보팀 이사, 상무

삼성전자 홍보팀 상무

그레이프 PR & 컨설팅CCO(현)

()온전한 커뮤니케이션 공동대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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