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와 ‘관심’
‘감시’와 ‘관심’
  • 최환규 (admin@the-pr.co.kr)
  • 승인 2010.10.0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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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모 유명 브랜드 대리점에서 케이크를 산 일이 있었다. 계산을 위해 카드를 주인에게 건네주고 결제를 기다리고 있는데 손님이 결제를 위해 사인을 하는 곳에 주인이 먼저 뭔가를 누르더니 필자에게 사인을 하라고 한 일이 있었다. 순간적으로 필자가 본 창에 뜬 내용은 ‘만족’ ‘보통’ 그리고 ‘불만족’ 이렇게 세 가지로 구분된 만족도 조사 항목이었는데 주인이 멋대로 ‘만족’이라는 항목을 누르고 필자에게 사인을 하라고 한 것이었다. 이렇게 되고 보니 고객이 그 매장의 친절도를 평가하는 기회를 박탈한 것뿐만 아니라 주인이 손님을 평가하는 우스운 모양이 되어 버렸다.
이런 일이 있고 난 다음 며칠 후 모 금융기관에서 전화가 왔다. 금융기관에서 필자의 업무를 처리해 준 담당자의 업무 처리 태도에 대한 만족도를 묻는 내용이었다. 업무 처리 과정에서 담당자가 친절하게 업무 처리를 하고 있었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기에 모니터 요원에게 업무 처리에 대해 ‘매우 만족’한다고 했더니 그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는 것이었다. 친절했기 때문에 만족한다고 했는데 고객에게 왜 만족한지 객관적인 이유를 설명하라는 요구를 들으니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다.

정형화된 행동의 부작용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고객에게 제공하는 서비스가 기업의 경쟁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어 기업들은 제공되는 서비스의 질을 높이려는 다양한 방법들을 고민하고 있다. 이런 방법들 중의 하나가 담당자들이 매 순간 고객에게 최선을 다해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기 위해 사후에 고객으로부터 처리한 담당자의 태도를 평가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제도의 도입은 ‘종업원들이 게으름을 피우고 불친절하게 고객을 맞이할 수 있다’는 가정에서 출발하고 있다.
이런 제도를 운영하기 위해 기업들은 나름대로의 기준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는데, 이렇게 만들어진 기준은 몇 가지 이유로 예상과 달리 오히려 효과를 떨어뜨릴 수도 있다. 하나는 모든 종업원들에게 정형화된 행동을 요구하게 되는데 이런 기준은 종업원으로 하여금 고객 맞춤 서비스의 제공을 어렵게 한다. 예를 들어 시간에 쫓기는 고객과 시간 여유가 많은 고객에 대해서는 다른 방법으로 응대해야 하지만 회사의 기준은 고객의 이런 속성을 무시하고 동일한 방법으로 행동하게 만든다. 마음이 급한 손님은 담당직원의 절차에 따른 친절한 행동이 오히려 방해로 여겨져 짜증이 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둘째는 종업원의 자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사람들은 낯선 길을 가게 되면 두려운 마음에 조심스럽게 행동하지만 자신에게 익숙한 길을 갈 때는 자신 있게 행동하고 속도도 빨라진다. 이는 판매현장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종업원들은 회사가 요구하는 방식이 자신과 맞지 않아도 규정에 따라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업무 능률이 떨어질 수 밖에 없으며, 즐거운 마음보다는 마지 못해 움직여야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게 된다.
셋째는 일을 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발생하게 된다. 이런 제도를 만들어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회사가 추구하는 목표에 적합한 평가 기준을 만들어 운영하는 것이 일반적인 일이다. 그러나 이런 기준은 실제로 현장에서 일을 하는 직원들의 상황이나 능력을 고려해 만들어 지기 보다는 회사가 원하는 기준을 적용해 만들어 지다 보니 실제 현장 직원들은 자신들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목표라는 생각에 갈등이 발생하게 된다. 특히 관리자의 관리 강도가 높아질수록 목표 달성에 대한 부담감이 높아지고 관리자로부터의 질책도 심해져 종업원의 입장에서는 과정보다는 ‘결과’에 초점을 맞추게 되면서 일을 하는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보람과 성취감을 전혀 느낄 수 없게 된다.
그들은 ‘어떻게 하면 관리자의 질책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에 몰두하게 되어 능동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기 보다는 관리자의 지시에만 따르는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게 된다. ‘복지부동’이란 말이 나오게 된 이유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렇게 엄격한 상황에서 부하는 결코 고객에게 관심을 가질 수 없으며 오로지 관리자만 쳐다보게 된다. 이런 종업원을 대하는 고객은 종업원으로부터 관심을 얻지 못해 다시 매장을 찾지 않게 되므로 결과적으로 고객을 잃게 될 수 있다. 2010년 월드컵에 진출한 북한이 예선 탈락 후 귀국해 감독부터 선수까지 처벌을 받았다는 뉴스를 접한 일이 있다. 반대로 2010년 월드컵에서 우승한 스페인의 선수들이 처벌을 받아 우승까지 했다는 기사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비슷한 예로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성적이 좋은 프로 선수들을 양성하기 위해 강하게 질책하면서 육성했다는 사례는 거의 보기 드물다.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이런 사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일반적으로 굳게 믿고 있는 ‘성과를 올리기 위해서는 부하를 강하게 몰아 부쳐야 한다’는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실적을 향상시키기 위해 부하 직원들을 부정적으로 보고 강압적인 방법을 사용해 관리하게 되면 일시적으로는 생산성 향상이 가능할지 모르나 부하는 상사로부터 ‘무능한 부하’로 낙인이 찍혔다는 생각에 오히려 업무에 대한 자신감을 잃게 된다. 특히 상사의 부정적인 시각이 오랫동안 지속되면 부하는 자신의 무능력함을 확신하게 되면서 진짜 무능력한 사람이 되고 만다. 아마도 상사가 정말로 이런 결과를 원한 것은 아닐 것이다.
이처럼 상사가 부하를 믿지 못하게 되면 상사는 부하의 부정적인 부분에만 초점을 맞춰 행동을 ‘감시’하게 된다. 이 경우 상사는 자신의 뜻대로 부하를 통제하게 되며, 부하는 마지못해 상사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게 되어 상사는 승자가 되지만 부하는 자신의 뜻을 전혀 반영할 수 없어 패자의 기분을 느끼게 되는 승자와 패자의 관계로 전락하게 된다. 이런 상황이 되면 두 사람은 신뢰를 상실한 관계가 되면서 불신을 전제로 한 관계가 만들어진다. 그러나 상사와 부하 사이에 신뢰를 토대로 서로 협력하며 서로의 발전을 위해 노력할 때 두 사람은 모두 승자가 되는 관계로 발전하게 된다. 이 경우 상사는 부하의 단점을 보기 보다는 부하의 성장과 발전에 ‘관심’을 갖고 부하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게 된다. ‘상사가 자신을 믿는다’, ‘내가 어려운 경우에 상사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을 하게 되면 상사의 믿음에 부응하고자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즉 부하가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상사가 ‘내가 어떻게 지원하면 부하가 고객에게 최선을 다할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추고 부하에게 관심을 기울이면 부하는 자연스럽게 고객에게 집중하게 되고 회사의 경쟁력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리더가 실적을 높이기 위해 가장 먼저 인식해야 할 것은 ‘누가 일을 하는가’이다. 그리고 ‘그 일을 하는 사람이 어떤 방법으로 할 때 가장 효과적인가’를 생각하고 ‘내가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 그것은 ‘관심’이 된다. 누구나 자신이 ‘감시’를 받기 보다는 ‘관심’을 받기 원한다. 관심을 받는 사람만이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줄 수 있고, 이런 관심은 조직원들이 자신의 능력을 최대로 발휘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지금 이 순간, 나는 ‘감시’를 하고 있는가 ‘관심’을 보내고 있는가?

● 최환규 코칭엔진 대표

coaching365@naver.com


고려대/

고려대 일반대학원/

가톨릭대 상담심리대학원/

일본 Kyoei System Bureau/

한국액션러닝협회 인증코치/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

국제코치협회(ICF) 인증코치(A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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