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와 전자책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와 전자책
  • 이원섭 (admin@the-pr.co.kr)
  • 승인 2010.10.0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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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러 글들을 보다가 단연 관심을 끈 내용은 세계 최고의 명품 오토바이라 불리는 할리데이비슨 본사 공장 폐쇄와 세계적 석학이라 불리는 니콜라스 네그로폰테 교수의 5년 안에 종이 책이 사라진다는 예측이었다. 언뜻 보면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내용 같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연관성이 있어 보였다.
명품 오토바이의 대명사였던 할리데이비슨이 107년동안 유지해왔던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에 위치한 본사 공장을 다른 곳으로 옮길 예정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할리데이비슨은 1903년 밀워키에 오토바이 제작공장 문을 연 뒤 지금까지 여기서만 제작해 전세계로 수출해 왔다. 그러나 경영상의 이유(급등하는 인건비) 때문에 공장을 폐쇄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로 백인들이 거주하는 밀워키보다는 흑인이나 라틴계 출신 블루 칼라 층이 집단 거주하는 남부 앨러바마주나 뉴올리안즈, 뉴멕시코주 등으로 옮겨 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할리데이비슨이 전자 책, 종이 책과 무슨 연관이 있느냐고 묻는 분이 계실 것이다.

“종이로 된 책, 5년 내 사라진다”
기술이 경제 성장을 어떻게 이끌 수 있는지를 논의하는 컨퍼런스인 테코노미(technomy, technology +economy)가 최근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주 레이크 타호에서 사흘간의 일정으로 열렸다. 이 컨퍼런스에서 우리나라에서 와서 여러 번 강연을 했던 세계적 석학 니콜라스 네그로폰테 교수는 “종이로 된 책은 5년 안에 사라진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받아들이기 어렵겠지만 1980년대 사진기 필름이 없어진다고 했을 때 코닥과 같은 기업들도 이를 부정했었던 전례를 생각해보라”면서 음악도 마찬가지며 청중들이 젊었을 때는 음악이 LP레코드와 같이 물리적인 형태를 갖고 있었지만 지금은 완전히 변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기도 했다.
이러한 견해에 대해 진보학자인 진중권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종이 책이 사라질 것이라는 네그로폰테의 주장에 대해 대안 제시가 없는 그저 무책임한 예언일 뿐이라는 반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네그로폰테 교수의 주장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좀 다르다. 그의 주장은 “종이로 된 책이 죽는다고 해서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전자 책이 종이 책을 대체하면서 책의 형식을 압도적으로 지배할 것”이라는 얘기다. 그의 이런 주장에는 그가 그동안 활동했던 ‘모든 어린이에게 랩탑 한 대를 지급하는 재단’과 관련이 있다. 랩탑 한대에는 수천 권의 책이 저장될 수 있으나 개발도상국 어린이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종이로 된 책을 수천 권 전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취지를 설명하는 과정에 이 같은 전망을 내놓은 것이다.
필자는 네그로폰테 교수의 말에 적극 동조한다. 세계적 도서 판매업체인 아마존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4분기 미국에서의 전자 책 판매가 이미 종이 책 판매를 넘어섰다. 아마존 통계에 따르면 지난 3개월 동안 종이 책 100권이 팔릴 때 전자 책은 143권이 팔렸고 지난 7월에는 종이 책이 100권 판매될 때 전자 책은 지난 3개월의 통계보다도 26% 늘어난 180권이 팔려 증가 추세가 더 높아지고 있다. 전자 책 판매가 종이 책 판매를 추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전자 책 시장도 단말기 문제와 저작권 관리(DRM) 문제 등으로 인해 아직 판매가 미미하지만 디지털 교보문고는 국내 전자 책 시장을 올해 1조600억원에서 2012년에는 2조38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을 정도로 국내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국내에도 애플의 아이패드가 등장하면 그 증가 추세는 더욱 빨라지고 점유율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금 대부분의 유명 출판사들이 전자 책을 이미 개발하고 있으며 잡지사들도 종이 책에 비해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판매를 늘려가고 있는 실정이다. 즉 단말만 더 편해진다면 지금의 몇 배, 순식간 성장은 쉽게 예측할 수 있는 정도다.

10년 전과는 하늘과 땅 차이
지구촌 최고의 IT 기업으로 성장한 구글도 이런 추세에 동참하고 있다. 조만간 선보일 ‘구글 에디션스’가 그것으로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모든 기기에서 전자 책을 볼 수 있는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별도의 단말기를 구매하지 않아도 기존의 넷북, 스마트폰, 컴퓨터 노트북, 태블릿PC 등 모든 기기에서 구매한 전자 책 콘텐츠를 바로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애플도 OS(운영체제)를 iOS4로 업그레이드하면서 ‘아이북스’ 서비스를 선보이고 아이패드나 아이폰, 아이팟 터치에서 모두 볼 수 있도록 했다.
전자 책과 종이 책 논란은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10년 전 불꽃 튀는 논쟁을 일으키며 주목을 받았던 이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그 주장이 맞았느냐는 반론으로 지금의 현실을 바라보면 큰 오산이다. 그 때와 지금의 뷰어(단말) 수준은 하늘과 땅 차이다. 종이 책보다 더 좋고, 더 편리하고, 더 저렴하다면 소비자들은 주저없이 전자 책을 택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서재를 좋아하는 종이 책 매니아들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종이 책을 더 선호하고 더 가치를 느끼는 사람들이 있는 한 종이 책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마치 할리데이비슨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미 전자 책이 종이 책 판매를 추월하기 시작한 시점에서 종이 책 사업자(출판사)들은 할리데이비슨과 같은 어려움에 곧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출판업이 영세한 수준에서는 그 속도가 더욱 가속화될 지도 모른다.
분명하고 확실한 사실은 전자 책의 발전 속도가 지금 보다 더 빨라지고 질도 더욱 높아진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종이 책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도 분명 있다. 책의 특성을 살린 아름다운 디자인과 수집, 그리고 서재가 주는 매력 등이 있지만 대중과 사업화라는 측면에서 점점 사라질 것이 분명하다. 머지않아 아이들이 가벼운 전자 책 단말만 들고 학교에 등교할 지도 모른다. 비싼 종이 책을 구입하는 매니아들의 매출이 점점 급감할 일도 예측 가능하다. 이미 출판사들이 준비에 들어갔고 상당 부분 제작도 완료한 업체들을 여럿 보고 있다. 이제 종이 책 기업들은 기존 저작권에 대한 관심으로 전자 책 시대에 대비해야 할 것이며 장차의 비즈니스는 할리데이비슨의 모델을 벗어나는 것으로 대처를 해야 할 것이다.

이원섭

월간 컴퓨터 비전, 마이크로 소프트웨어, 정보경제 기자,편집장(한국 잡지협회 편집인상 수상)

한국 사보기자협회 우수 사보상/우수 웹진 수상, 2000

한국 IMC 연구회 총무이사

마케팅커뮤니케이션 전략수립 컨설팅 전문회사 IMS Korea 대표 컨설턴트


강의 : 행정자치부 공무원 연수원, 교육고학기술부, 이화여대, 한신대, 외대 대학원, 숙명여대, 동의대, 동서대, 한국병원홍보협회, 한국 여성과학인협회, IT Leaders,CEO Club, 흑자경영연구소, 한국출판인협회 등

저서 : 인터널 마케팅(2007, 공동 번역), 온전한 기업(2008, 공동번역)

연재 : 경영과 컴퓨터, 디지털컨텐츠(2005), 게임신문, 컴퓨터월드 등

블로그 : “ 이원섭의 通하는 마케팅, 通하는 커뮤니케이션”

http://space4u.egloos.com, http://blog.naver.com/wonsim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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