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가 좋아 홍보와 사랑에 빠진 끝에…”
“홍보가 좋아 홍보와 사랑에 빠진 끝에…”
  • 강주영 기자 (kjyoung@the-pr.co.kr)
  • 승인 2010.10.12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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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학 박사’ 된 노순석 한국투자증권 전무

재충전을 위해 ‘박사’가 되기로 결심한 끝에 마침내 그 뜻을 이룬 홍보맨이 있어 화제다.
노순석 한국투자증권 홍보담당 전무가 바로 그 주인공.
일반적으로 충전을 위해서라면 여행을 떠나거나 휴식을 취하는 등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고 머리를
식히기 마련인데 공부를 선택했다는 점이 놀랍다.
노 전무는 그동안 쌓아온 실무경험을 바탕으로 학업에 몰두해 ‘미디어평판과 기업평판에 관한 연구’를 주제로 한 논문으로 최근 성균관대에서 언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직에 있으면서 한국PR협회 부회장에 박사 타이틀까지 하나 더 붙은 노 전무를 만났다.

강주영 기자 kjyoung@the-pr.co.kr


 

“재충전이 필요했습니다. 자기 연민이랄까? 명함 하나로 살아온 자신을 돌아보면서 왠지 모를 연민의 감정이 생겼어요. 뭘 하면 좋을지, 스스로 강해지는 방법을 고민하다 결심했습니다. 공부를 다시 시작해보기로요.”
1985년 데이콤(현 LG 유플러스)에 입사하며 홍보 업계에 발을 들여놓은 노순석 전무는 홍보 경력 25년차 베테랑이다. 사반세기 동안 한길을 앞만 보고 달리다보면 어느 순간 마음 한구석이 허전하다는 느낌을 받게 될 것 같은데, 그가 그랬다. 노 전무는 자기만족 차원에서 박사과정에 도전했고 결국 결실을 거뒀다. 5년 걸렸다. 인생의 목표 하나를 달성해서 일까. 업무와 학업을 병행하는 일이 쉽지 않았을 뿐더러 만학의 어려움이 따랐을 텐데도 그는 그동안 고생했던 시간을 힘들었다고만 느끼지는 않는다.
“학업에 대한 열의가 높았다기보다 배움을 향한 갈증이 심했습니다. 기초가 약하다 보니 뭔가 더 배우고 싶었죠. 솔직히 공부를 다시 시작하기도 어려웠지만 실제로 수업을 받으면서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힘들 때도 있었습니다. 과제도 많았고, 논문도 많이 읽어야 했고…. 발표자료를 충실하게 준비하지 못했을 때는 부끄러워 관둬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럴 때 마다 주변의 격려가 큰 도움이 됐습니다. 결과가 좋아 지금 돌아보면 그때의 기억도 아름답네요. 끝을 알 수 없던 터널을 빠져나온 것 같아 시원합니다.”
‘미디어평판과 기업평판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노 전무는 ‘평판’에 대해 연구했다. 홍보인에겐 주요 화두 중 하나다. 그는 미디어를 통해 비쳐진 기업 이미지 등에 대중이 어떻게 반응하는 지를 심층적으로 다뤘다. 증권사의 경우 어떤 점이 투자자나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며, 미디어가 그들을 움직이는 역할을 하고 있는 지 등을 집중분석했다. 연구 끝에 인지도가 높은 미디어에 긍정적인 기사가 많이 게재되면 투자자와 소비자의 신뢰도가 높아진다는 결론을 내놓았다. 어쩌면 당연하게 느껴질 결과일 수 있으나 이번 논문으로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5년간 연구 과정…“끝 모를 터널서 벗어난 느낌”
노 전무는 우리나라에 홍보의 개념이 제대로 자리 잡지도 않았던 시절 홍보 전선에 뛰어들었다. 25년 전 데이콤에 입사해 기업관리실로 배치됐으나 데이콤이 홍보를 강화하기 위해 홍보실을 만들면서 조사홍보실로 바로 자리를 옮긴 것. 홍보와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다. ‘정보화 사회’를 준비하던 시기, 노 전무는 정보화 사회가 무엇인지 등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홍보의 기틀을 잡는 데 일조하고 당시 데이콤이란 기업의 성장을 거들었다는 점에서 그 시절만 생각하면 가슴이 벅차다.
“정보화 사회를 태동시키면서 컴퓨터 관련 네트워크를 만들고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데 기초가 됐던 회사에서 홍보를 담당했다는 점에 굉장한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홍보맨이 되자마자 정말 많은 일을 했습니다.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일은 물론 현장을 이리저리 발로 뛰며 언론관계자들도 많이 만났죠. 그때는 설과 추석을 제외하고는 공휴일도, 휴가도 없었어요. 쉬어본 기억이 없을 정도로 바빴으니까요.”
오랜 시간동안 홍보를 해오며 다른 업무에 한눈(?)을 팔고 싶은 유혹도 있었을 듯 한데. 아니나 다를까. 노 전무는 홍보와 등을 돌리고 싶을 때가 여러 번 있었지만 상황이 따라주지 않아 그럴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그동안 다른 부서로 이동하기 위해 몇 번이고 눈치를 살폈지만 그때마다 대표가 바뀌는 등 예기치 않았던 사건(?)이 터지면서 뜻대로 할 수 없었던 것. 시간이 지나며 언론과의 네트워크가 강화되고 경력이 쌓이면서 홍보계를 떠나기 힘들어졌다. 결국 오랜 시간 홍보라는 한 분야에서 활동하다 보니 지난 6월 한국PR협회 부회장에 선임되기도 했다.

 

“투명하면서도 상대 도우려는 자세 필요”
사실 잠깐씩 외도한 적이 있긴 하다. 데이콤 천리안 마케팅부장과 사업부문장, 멀티미디어인터넷 대표이사 등을 지냈지만 당시 근무한 햇수를 따지면 한 손으로 꼽힌다. 이후 팬택계열 기획홍보실 상무를 역임하고 2005년 한국투자증권으로 옮겨 현재 홍보본부 본부장으로 활동 중이다. 홍보 인생을 살아온 데 후회는 없을까. “후회요? 지금 후회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게 되지만, 하나를 얻는 것은 잃는 것보다 더 큰 가치를 지닙니다. 지금까지 계속 홍보를 하고 있다는 것은 결국 홍보를 좋아하고 사랑했다는 게 아닐까요?”
노 전무에게 홍보를 무엇이라고 생각하는 지에 대해 묻자마자 돌아온 대답은 ‘소통’이었다. “홍보는 소통이라는 개념 뒤에 정직과 이해라는 단어들을 숨기고 있다고 봅니다. 투명하면서도 상대방을 도우려는 자세가 필요하고, 상대와 공감할 수 있어야 하죠. 모두의 가치를 최대한 살려 이익을 거두는 수단이 소통, 즉 홍보라고 생각합니다. 진부한 얘기일 수 있으나 홍보를 잘 하려면 상대방을 존중해야 하고 상대에게 우리가 가진 가치를 제대로 이해시켜야 하는데, 이것이 바로 소통의 과정입니다.”
노 전무의 신조는 ‘안분지족(安分知足)’이다. 자기상황에 만족해 다른 데 마음을 쓰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그가 현실에 안주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경력은 많지만 앞에 나서지 않겠다는 의미다. 단, 같은 길을 걷는 후배들과 홍보에 대한 여러 가지를 공유하고 공감하면서 홍보를 통해 기업을 빛내는 방법 등을 함께 고민해보고 싶은 바람이 있다.
“소원이요? 음…. 무엇보다 직장생활을 오래하고 싶어요(웃음). 기회가 되면 학문적 연구와 현장경험을 후배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크리스천으로서 신학자 아닌 평신도 입장에서 목회자와 신도들 간 커뮤니케이션 방법에 대해서도 연구해보고 싶고요. 멘트용이긴 하지만, 여기에 한 가지 더 보태자면 앞으로 후배 PR인들이 존경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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