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 향한 맥도날드의 도발
맥도날드 향한 맥도날드의 도발
  • 박재항 (admin@the-pr.co.kr)
  • 승인 2014.06.02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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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항의 C.F.] 공격 vs. 방어…광고캠페인 신경전

칼럼명인 C.F는  커머셜 필름(Commercial Film)과 기업 파일(Corporate File)의 중의적 표현입니다. 커뮤니케이션에서 기업의 ‘비밀파일’을 뽑아내며 브랜드 전략을 읽어가고 있습니다.

[더피알=박재항] 미국의 패스트푸드 체인 업계에서 5위권인 타코벨(Taco Bell)이 부동의 1위인 맥도날드를 정면으로 겨냥한 광고를 내놓아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이 광고는 사람들이 얼마나 타코벨의 아침 메뉴를 좋아하는지 ‘아주 특별한 사람들’에게 물어봤다며 시작된다. 미국 전역의 평범한 사람들이 하나 둘 등장해 자신의 이름을 말한다. 타코벨이 새롭게 출시한 아침 메뉴를 포함, 다양한 아침메뉴를 먹어본 이들이 이구동성으로 정말 맛있다고 한다. 25명의 인물이 나오는데 하필이면 이들 이름이 모두 ‘로날드 맥도날드(Ronald McDonald)’였다.

▲ 미국 패스트푸드 체인 업계 5위권인 타코벨(taco bell)이 부동의 1위인 맥도날드를 겨냥, ‘맥도날드’라는 이름을 가진 25명을 내세운 광고를 선보여 화제를 일으켰다. 사진은 해당 광고 스틸컷.

아주 도발적인 광고캠페인이었다. 처음 이 광고가 나오고 놀라움과 화제로 떠들썩했던 순간이 지나자마자 관심은 세 가지로 모아졌다. 첫째 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 것인가, 둘째 이런 식의 비방광고가 얼마나 화제가 될 것인가, 셋째 맥도날드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따지고 보면 세 가지 모두 별개의 사항이 아니고 서로 연결된 것이다.

이 광고가 처음 전파를 탄 시기는 1/4분기가 끝나가는 3월 26일이었다. 그러니까 분기 실적과는 별 연관이 없었는데,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는 식으로 맥도날드의 미국 시장 1/4분기 매출이 1.7% 감소했다. 공교롭게도 전체 실적의 25%를 차지하는 아침 메뉴의 부진이 결정적이었다는 분석도 잇따랐다.

퍼블리시티에 능한 타코벨 마케팅

이번 타코벨의 광고가 화제가 되면서 이전에 사용했던 기법의 모방이란 얘기가 나왔다. 역시 패스트푸드 체인인 ‘잭인더박스(Jack in the Box)’에서 2002년에 진행한 광고 캠페인이다.

새로운 버거를 내놓으며 평범한 한 인물의 집으로 찾아가 시식을 권한다. 인사를 나누는데 그 집에 사는 인물의 이름이 다름 아닌 ‘로날드 맥도날드’. 그가 맛있다며 계속 버거를 먹고 ‘로날드 맥도날드까지 좋아하는 잭인더박스의 새로운 버거’라는 멘션이 나온다. 차이라면 타코벨은 한 사람이 아니라 미국 전역의 25명의 로날드 맥도날드를 모았다는 점이다. 어느 광고 잡지에서는 미국 서부 지역이 주력 시장이고 광고도 모두 비슷한 지역의 회사에서 만들었는데 이렇게 비슷한 광고물이 나올 수 있느냐 개탄하는 듯한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코벨은 ‘모방이다’ ‘유치하다’는 등의 평가에 별 반응을 보이지 않을 듯싶다. 퍼블리시티를 노린 해프닝을 기획하는 데 이력이 났고, 효과적으로 활용해 온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2001년 초 러시아의 우주정거장인 미르(Mir)가 수명을 다해 우주에서 폭발하고 그 파편들이 지구로 떨어질 것이라는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흥분하고 겁에 질렸던 적이 있다. 그때 타코벨은 태평양에 다트 과녁판 같은 부유물을 설치, 미르의 잔해가 그 곳으로 떨어지면 모든 미국인에게 공짜 타코를 제공한다고 했다. 거의 일어날 수 없는 확률이었지만 공중파 뉴스에서 꽤 오랜 시간을 두고 보도할 정도로 큰 화제를 일으켰다.

타코벨은 비슷한 ‘내기’ 식 이벤트를 꾸준히 진행해 왔다. 월드시리즈에서 도루에 성공하거나 후원하는 NBA 팀 경기에서 홈팀이 100점 이상을 득점하면 관중들에게 공짜 타코를 제공하는 식이다. 이에 비춰볼 때 이번 맥도날드 광고도 퍼블리시티 측면에서는 앞선 일회성 이벤트들 못지않은 효과를 이미 거두었다고 보인다.

▲ 타코벨의 도발에 맥도날드는 타코벨의 상징인 치와와를 쓰다듬는 한 장의 사진으로 쿨하게 맞불을 놓았다. 사진출처=맥도날드 공식 트위터
맥도날드는 오랜 기간 압도적 1위이다 보니 덩치가 훨씬 작은 경쟁자들의 도발에 이리저리 시달려왔다. 잭인더박스가 2002년에 내놓은 로날드 맥도날드 이름 광고 말고도 버거킹에 찾아온 로날드 맥도날드 등 비슷한 도발 사례들이 이어져 왔다.

1위 기업의 대응은 쿨~하게

타코벨의 경우는 지난 2009년, 20년 동안 맥도날드가 후원해 오던 NBA 스폰서십을 꿰차면서 맥도날드가 공격대상임을 명확히 했다. 미국 전역의 25명의 진짜 로날드 맥도날드를 이용한 광고에 묻힌 감이 있지만 맥도날드를 겨냥한 다른 패러디 광고도 하나 선을 보인 바 있다.

‘박첨지는 밭 있어, 그래 그래서. 그 밭에 오리 있거든, 그래 그래서~’로 번안돼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불린 동요의 원제목은 ‘올드 맥도날드 해드 어 팜(Old Mac­donald had a farm)’이다. ‘1984년부터 에그맥머핀을 먹어왔지’로 개사된 노래를 부르는 모델은 30년 전인 1984년에 젖어 사는 완전 구시대 인물로 그려진다. 그랬던 그가 타코벨의 새로운 메뉴인 와플타코를 먹으면서 트렌디한 인물로 변신한다. 이 광고에 대한 반응은 미지근하지만, 타코벨의 마케팅 이력 등을 봤을 때 맥도날드를 향한 도발은 계속되리라 보인다. 그래서 맥도날드가 어떻게 반응할 지가 중요하다.

맥도날드는 자신의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제법 ‘쿨’한 반응을 보였다. 얼굴이 보이지 않는 로날드 맥도날드가 타코벨의 상징인 치와와를 쓰다듬고 있다. 치와와는 겁에 질린 것처럼 보인다. 삐에로 분장으로 고정돼 있지만 로날드 맥도날드의 표정이 무척이나 궁금해진다. ‘아첨의 지순한 형태가 바로 모방(Imitation is the sincerest form of flattery)’이라는 한 문장으로 깔끔하게 포스팅 했다.

공중파가 아닌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이용해 혹여나 경쟁사의 화제를 재생산하는 것을 최소화하려 했던 것 같다. SNS여서 그랬는지 맥도날드와 같은 조직논리를 중요시하는 대기업으로는 아주 빠른 반응이었다. 약자로 보일 수밖에 없는 경쟁 기업들의 도발에 1위 기업은 격하게 반응해선 안 된다. SNS는 그런 면에서 알맞은 무대이다. 한동안 진행되거나 잊을 만하면 툭 튀어나올 맥도날드에 대한 타코벨의 다음 도발이 기대된다. 


박재항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미래연구실장
前 이노션 마케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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