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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에 꽂히고 ‘병맛’에 물들고~
‘B급’에 꽂히고 ‘병맛’에 물들고~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4.06.09 14: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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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성과 황당함으로 무장한 ‘B급코드’, 대중문화 넘어 광고계 강타

[더피알=문용필 기자] 하루가 멀다하고 트렌드가 변화하는 시대에 대중들의 관심을 잡아끌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멋있고 세련된 것들은 넘쳐난다. 단순한 웃음을 주는 콘텐츠도 식상하다는 평가를 받기 일쑤다. 대중들은 더욱 자극적이고 원초적인 재미를 원한다.

최근 대중문화계 전반에 불고있는 ‘B급코드’ 혹은 ‘병맛코드’ 바람은 이같은 대중들의 니즈와 무관치 않다. 처음에는 일부 젊은 마니아층이 향유하던 ‘B급 문화’가 이제 틈새시장을 넘어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만화, 대중음악, 영화, 심지어 광고에 이르기까지 B급 코드와 병맛코드는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B급’ 혹은 ‘병맛’이라는 표현은 단어 그자체로 ‘2류같다’ ‘촌스럽다’는 느낌을 준다. 그러나 대중문화 전반에 이같은 코드들이 자리잡으면서 B급과 병맛은 새로운 문화트렌드를 일컫는 비교적 긍정적인 용어로 바뀌고 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요즘에는 사람들이 감각적이고 자극적이고 재미있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다보니 B급코드가 인기를 끄는 것”이라며 “우아하고 멋있는 것이 아닌 엽기적인 것을 좋아하는 인터넷 흐름이 2000년대 초반부터 있었는데 그것이 대중문화에서 B급코드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예상되는 유머라면 미리부터 식상해진다”

B급코드와 병맛코드가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대중문화 분야는 만화다. ‘마음의 소리’(조석) ‘이말년 씨리즈’(이말년) ‘목욕의 신’(하일권) 등 예상치 못한 결과로 황당 웃음을 선사하는 웹툰들이 대중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병맛코드가 담긴 웹툰은 꾸준히 양산되고 있다. 독특한 그림체와 방귀같은 엽기적 소재를 앞세운 작품 ‘소년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로 ‘병맛웹툰’계의 신성으로 떠오른 컷부 작가는 최근 편강한의원 광고에 참여한 데 이어 미국에서도 소개되는 등 인기를 얻고 있다.

‘웃지않는 소년’ 왕진지가 한 예술고등학교 개그반에 들어간 후 벌어지는 해프닝을 담은 현용민 작가의 ‘웃지않는 개그반’도 독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현 작가는 병맛코드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이유에 대해 “뭔가 일반적이지 않은 곳에서 웃음이 터지기 때문인 것 같다. 예상되는 유머라면 미리부터 식상해지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나타냈다.

가요계도 ‘B급코드’ 바람이 불기는 마찬가지다. 대표주자는 크레용팝과 오렌지캬라멜이다. 이들은 대중들의 웃음을 자아내는 의상콘셉트와 발랄한 음악을 내세우며 ‘섹시코드’로 무장한 여타 걸그룹과 차별화된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2012년 ‘강남스타일’로 전세계를 춤추게 만들었던 싸이의 음악들 중 상당수도 B급코드에 맞닿아있다는 평가들이 많다.

▲ tvn 'snl코리아'의 한 장면.(사진제공=tvn)

최근 인도풍의 디스코 곡 ‘카탈레나’로 인기를 얻은 오렌지캬라멜은 초밥과 삼각김밥 등 각종 음식을 콘셉트로 한 의상으로 화제를 모았다. 크레용팝은 헬멧과 트레이닝 복, ‘직렬 5기통 댄스’를 선보이며 지난해 ‘빠빠빠’를 크게 히트시킨 데 이어 올해에는 신곡 ‘어이’를 발표하면서 모시옷과 고무신 등 기존 걸그룹이 상상하기 힘든 의상을 입고 나와 눈길을 끌고있다.

크레용팝의 소속사인 크롬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처음부터 ‘우리는 B급 가수야’라던가, ‘B급 콘셉트로 가자’고 결정을 내리고 콘셉트를 정한 것은 아니다”면서도 “수많은 걸그룹과 아이돌이 경쟁하는 가요계에서 대중들에게 어필하기 위해선 차별화된 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독특한 콘셉트를 시도한다는 점에서 솔직히 처음에는 걱정도 됐다. 독특함은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장점과 대중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는 단점 모두를 지닌 양날의 검이기 때문”이라며 “다행히 독특함과 동시에 친근함을 가진 그룹이기 때문에 대중들에게 큰 거부감없이 다가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B급코드, 젊은 층에 가장 빨리 스며들 수 있는 장르”

방송계도 B급코드 바람에서 예외일 수 없다. 대표적인 예는 tvN의 ‘SNL코리아’다. 미국 NBC 방송사의 인기프로그램 ‘SNL’의 포맷을 수입해 지난 2011년부터 방송된 ‘SNL코리아’는 지난 3월부터 시즌 5를 방송하고 있다.

SNL 코리아는 각종 TV프로그램은 물론, 게임에 이르기까지 기발한 아이디어를 담은 패러디로 시청자들의 웃음을 자아내고 있다. 개그맨 신동엽과 영화감독 장진, 최일구 전 MBC 기자, 작곡가 유희열 등 무게감을 가진 크루들이 몸담고 있거나 거쳐갔다. 김슬기, 김민교 등 ‘흙속의 진주’같은 스타들을 배출하기도 했다.

안상휘 tvN CP는 SNL코리아를 제작하게 된 이유에 대해 “기성방송과 다른 코미디를 하고싶었다. 인터넷이나 웹툰은 발달하고 있는데 TV는 거기에 못 미치는 것 같아서 이같은 시도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풍자와 패러디가 (프로그램의) 기본정서에 깔려있는데 대부분 기성세대를 비꼬는 경우가 많다. 이것이 병맛코드나 B급정서와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안 CP는 “너무 개연성 없이 논리적이지 않고 전혀 엉뚱하게 진행되는 코미디의 경우에는 처음에는 (시청자들이) 웃지만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식상해한다”며 “저희 프로그램은 기본스토리가 있는 상황에서 병맛코드와 세태풍자를 녹이면서 좀 더 대중과 가까운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밝혔다.

▲ 배달의민족티저광고의한 장면.(사진제공=(주)우아한형제들)

‘말타는 류승룡’…광고계도 B급 바람

트렌드에 민감한 광고계도 B급코드와 병맛코드를 적극 활용하는 분위기다. 15초~30초 남짓한 짧은 시간 안에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어야 하는 광고의 특성을 감안할 때 자극성과 중독성이 강한 B급코드와 병맛코드는 비교적 쉽게 반응을 얻어내는 촉매제가 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 심리마케팅 칼럼니스트인 범상규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B급코드는 잠재고객층을 형성하고 있는 젊은 대중들에게 가장 빨리 스며들 수 있는 장르”라며 “기업의 의도를 계산적으로만 보지 않고 순수하게 보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분석했다. 또한 “심리적 문턱을 낮춰 친근하고 신뢰가 가는, 막역한 기업이나 브랜드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반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배달전문 어플리케이션인 배달의민족은 최근 고구려 무용총 벽화를 패러디한 티저광고를 선보였다. 특히 충무로에서 최근 가장 핫한 배우로 꼽히는 류승룡을 모델로 기용해 눈길을 끌었다. 철가방을 들고 열심히 말을 달리던 류승룡이 알고 보면 벽화 배경 위에 누워 허우적거리고 있었다는 내용이다. 키치적인 콘셉트와 류승룡의 유쾌한 이미지가 더해진 것.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지금까지 배달의민족이 쌓아온 키치적인 느낌과 역시 배달의민족은 재미있다고 할 만한 영상이 미리 나오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전했다. 아울러 “(배달의민족의) 타깃이 혼자 자취하는 직장인이나 직장 내에서 실제로 배달을 시키는 막내직원들이다 보니 이들이 재미있어 하고 자주 볼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덧붙였다.

아모레퍼시픽의 화장품 브랜드 마몽드가 최근 출시한 ‘연꽃 마이크로 클렌징 폼’의 온라인 광고는 은근한 B급 코드가 묻어난다는 평가다. 배우 박신혜와 SNL코리아를 통해 인기를 얻은 배우 고경표가 출연했다.

미세먼지로 괴로워하는 박신혜 앞에 사제복장을 한 고경표가 나타나 ‘연꽃이 필요해. 미세먼지’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진다. 그날 밤 고경표는 날개를 단 ‘연꽃 클렌징 요정’이 돼 다시 한번 박신혜 앞에 나타나고 이들은 ‘연꽃 클렌징 송’에 맞춰 인도풍의 춤을 선보인다. 중독성있는 멜로디와 웃음을 자아내는 춤사위, 그리고 고경표의 천연덕스러운 연기가 재미를 선사한다.

이와 함께 인기 걸그룹 씨스타를 ‘세일러문’으로 변신시킨 인터넷 쇼핑사이트 11번가의 광고와 배우 이서진, 이승기가 마치 이소룡 영화에 출연한 듯한 색다른 모습으로 관심을 모았던 소셜커머스 위메이크프라이스의 광고도 세련미보다는 ‘B급정서’가 엿보인다는 평가다.

팔도가 지난해 용기면 ‘왕뚜껑’을 리뉴얼 한 이후 선보인 광고는 B급 코드가 담긴 패러디 광고의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 베가 아이언 광고를 패러디한팔도왕뚜껑 광고.(사진제공=팔도)

‘단언컨대’라는 유행어를 낳았던 팬택의 스마트폰 ‘베가아이언’ 광고를 패러디한 작품이다. 베가아이언 광고의 특징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패러디 코드와 가미하고 여기에 왕뚜껑의 상징인 ‘뚜껑’의 특성을 녹여냈다. 여기에 베가아이언’ 광고의 모델이었던 배우 이병헌의 연기를 개그코드로 소화해 낸 개그맨 김준현도 히트에 한 몫을 했다.

팔도 측은 “베가 아이언 광고가 영상이 독특하고 광고카피가 좋아서 두 부분을 어떻게 패러디할 지를 가장 많이 고민했다”며 “독특한 영상을 그대로 살리고 싶어서 ‘베가 아이언’ CF감독과 여배우를 다시 한 번 섭외했다. 촬영장소, 의상, 음악, 심지어는 촬영장 바닥에 고여있는 물기까지 거의 그대로 재현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광고는 팬택 측과의 사전 미팅과 ‘패러디 허락’을 거쳐 탄생했다는 것이 팔도 측의 설명이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해당 광고는 지난해 ‘대학생이 뽑은 좋은 광고’ TV CF부문 1위로 선정됐다. 팔도 측에 따르면 왕뚜껑은 리뉴얼 이후 지난해 7월부터 9월까지 100억원의 판매고를 올렸는데 이는 직전 3개월(4~6월)보다 30%이상 신장한 수치다. 해당 광고가 전적으로 이같은 결과와 직결된다고는 할 수 없지만 어느 정도 판매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은 가능해 보인다.

‘B급코드’ 사랑받는 이유는?…“젊은 층들의 불만 표출”

그렇다면 ‘B급코드’와 ‘병맛코드’가 담긴 콘텐츠들이 대중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범상규 교수는 “치열한 경쟁사회 속에서 성장하는 20~30대 젊은 층은 경쟁이라는 피로도가 매우 큰 집단인 데다 사회진출과정에서 많은 좌절을 겪는 이중고 속에 놓여있다”며 “젊은 층의 내면속에 일류가 아닌 정상적이지 않은 풍조나 사회현상을 비꼬는 시류에 깊은 공감을 보냄으로써 자신의 반감을 표출하고자 한다”고 진단했다.

범 교수는 “앞으로 경쟁의 강도는 더욱 세지고 흔히 엄친아만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게되는 상황에서 주류에 속하지 못하는 많은 젊은 층은 그 분출구로 여전히 병맛코드에 열광할 것”이라며 “그 지속성은 단발성에 머물 가능성이 있으나 전체적인 비주류 B급 문화는 하나의 문화코드로 콘텐츠나 콘셉트가 바뀌면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SNL코리아의 안상휘 CP도 비슷한 의견을 나타냈다. 안 CP는 “대중들은 새로운 재미를 찾으려고 하는 것 같은데 그 중 거대하게 형성된 것이 병맛코드인 것 같다”며 “취업도 잘 안되고 사회적 불만도 있는 상황에서 젊은 층들의 불만이 이러한 (B급)문화로 폭발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워낙 사람들이 자극적인 것을 원하는 시대이기 때문에 B 급코드의 흐름은 앞으로도 더 강해질 것 같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과도한 B급코드와 병맛코드는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하재근 평론가는 “병맛이 너무 과할 경우에 사람들의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이런 것이 인기를 끈다고 해서 너무 그쪽으로만 강하게 가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범상규 교수도 “친근감을 주고 쉽게 공감을 얻기 위해 접목한 B급코드는 장기적으로 볼 때 기업의 이미지와 다를 것”이라며 “단기적인 이슈끌기엔 적당할지 몰라도 브랜드나 기업의 핵심가치를 형성하는 데는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범 교수는 “기업이 추구하는 이미지와 차용하고자 하는 B급코드 이미지가 너무 이질적이면 안된다”며 “광고는 기업이미지에 가장 직접적이고 강렬하게 영향을 주는 요소이므로 눈앞의 이슈화만을 위해 B급코드를 접목하려는 시도는 위험하다”고 충고했다. 또한, “B급코드는 비주류의 성격을 보여주기 때문에 기업의 이미지나 위상을 B급으로 가져가지 않을 계획이라면 보조적인 콘텐츠로 한정짓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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