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은 정파적 이해, 신문은 상업적 이해에 얽혀 있어”
“방송은 정파적 이해, 신문은 상업적 이해에 얽혀 있어”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4.06.10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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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현주소 진단 좌담 ②] 언론계가 당면한 구조적 문제·현실적 한계

 

▲ 자료사진=지난 5월 9일 김시곤 보도국장이 사의 표명과 kbs 외압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 후 퇴장하는 모습. ⓒ뉴시스

[더피알=강미혜 기자]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 언론다운 언론의 역할을 사회 전체가 고민하는 지금, <더피알>은 대한민국 언론의 현주소를 밀도 있게 진단하고 개선을 위한 대안과 향후 방향성을 모색하기 위해 각계 전문가와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좌담①] 공영방송의 독립성 해법은?

▲ 참석자 <가나다 순>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한국언론정보학회장, 이하 김 교수)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이하 김 사무처장)
배정근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전 한국일보 기자, 이하 배 교수)
우장균 ytn 해직기자(전 한국기자협회장, 이하 우 기자)
추창근 전 한국경제신문 논설실장(이하 추 실장)
사회-최영택 더피알 발행인


배정근 교수께선 한국일보 기자 출신이기 때문에 언론의 생리를 잘 아신다. 지금은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지만 언론계 출신 학자로서 여러 가지 답답함을 느끼실 텐데, 현재 언론계가 당면해 있는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시나. 과거와 비교해 기자정신이랄까 이런 부분에서 크게 달라진 점이 있는 것인지.

▲ 배정근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배 교수 앞서 얘기한 대로 언론사 속보경쟁은 늘 치열했다. ‘사스마리’(경찰서출입기자) 같이 기수가 낮을수록 그 압박은 더 심하다. 여기에 포털을 기반으로 엄청나게 매체가 늘었고, 언론이 시시각각 생중계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속보경쟁이 점점 더 가속 붙었다.

이제 방송이건 신문이건 기자들이 기사에만 신경 쓸 수 없는 구조가 됐다. 공영방송이 근본적으로 지배구조 문제 때문에 권력으로부터 독립적이지 않다면, 신문 등 대다수 상업언론은 광고 수익 악화로 경영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예전엔 간부급 정도에서 광고유치나 경영에 신경 썼지만, 지금은 일선 기자들까지 나서고 있다. IMF 이전까지만 해도 기자가 기사 외의 것을 생각해야 하는 일은 상상조차 못했다. 방송 내부는 정파적 이해관계로 얽혀 있고, 신문 등은 상업적 이해관계가 기자들의 뇌를 지배하는 상황이다. 언론환경이 달라졌고, 그 가운데서 기자정신이 과거와 같을 수가 없다.

김 교수 언론의 구조적 문제에 대해선 100% 공감하지만, 언론에 그 어떤 외부 간섭이 가해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언론보도가 나아질 수 있을지? 안타깝지만 그렇진 않을 것 같다. 실제로 우리나라 언론들 윤리강령, 실천요강 등 많이 있다. 지켜진 적이 별로 없어서 문제다. 모 언론사 신입 교육에 가보니 윤리강령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 부분을 가르치는 시간이 전혀 없더라. 그저 사스마리하면서 선배들이 했던 전철을 따라 밟는 게 한국 저널리즘의 현주소다. 그래서 언론보도에 장애가 되는 근본적 원인들이 제거돼도 우리나라 언론이 제대로 발전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보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투쟁도 좋지만, 기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언론계가 풀어야 할 또다른 과제다.

추창근 전 한국경제 논설실장께선 오랫동안 경제지에 계셨기 때문에 정치/사회 현안에 대해 조금은 다른 시각을 갖고 계실 수도 있을 것같다. 경제지 출신 언론인으로서 지금의 언론 사태, 언론 문제를 촌평하신다면.

▲ 추창근 전 한국경제신문 논설실장.

추 실장 사건사고 보도에는 경제지와 종합지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경제지는 특정 현안이 터졌을 때 그것이 경제 전반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자본시장이나 기업금융에 미치는 파장 등을 파악하고 기사 비중에 있어서도 그 부분을 중시하긴 한다. 하지만 이번 세월호 참사에 대해선 경제지 출신으로 다른 시각을 갖기가 참 어렵다. 국가 시스템 전반에 걸쳐 모든 게 엉망인 사실이 드러난 게 아닌가.

지금은 실수를 만회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사후에 잘잘못을 따져 고칠 건 고치고 바로 잡을 건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언론이 역할을 해줘야 한다. 그런데도 국가기간 방송으로서 재난보도에 책임을 져야 하는 KBS부터가 외압과 내홍으로 책임을 지는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기존 언론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는 것과 동시에 뉴스타파, 고발뉴스 등의 대안매체가 부상하고 있다. 여기에 세월호 참사에서 JTBC 뉴스9의 시청률도 급상승했는데, 이 현상에 대해 김서중 교수께선 어떻게 보시는지. 대안언론이 주목받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와 또 앞으로 언론계에 미칠 영향을 전망하신다면.

▲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김 교수 최근의 KBS 사태를 보면 기자들이 제작거부라는 최후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가 있지 않았나 싶다. 방송사 안에서 기자들이 보도투쟁을 하는 건 당연한데 그게 좀처럼 관철되지 않다 보니 바깥으로까지 문제가 불거져 나온 게 아닌가. KBS를 비롯한 공영방송의 이런 현실 자체를 우리사회가, 국민이 좀 더 정확하게 알아야 할 필요가 있겠다.

언론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안매체라고 불리는 작은 매체들이 등장하고 있다. 사실 대안매체는 여러 조건이라든지 영향력에서 제한이 있기 때문에 주류매체가 될 순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처럼 대안매체가 힘을 발휘한 적은 없는 듯하다. 뒤집어서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 언론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대안매체 중에서도 뉴스타파의 등장은 꽤 의미가 있다고 본다. 그간의 대안매체는 주류언론이 메우지 못했던 빈 곳을 채워주는 역할을 했는데, 뉴스타파는 출발과 경영구조에선 대안매체 성격이 강하지만 그 안에서 나오는 콘텐츠들은 주류매체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이런 측면에서 대안매체의 콘텐츠를 확실히 평가하고 그것을 소비하는 것이 주류매체에 대한 견제구를 던지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세월호 사태에서 JTBC 뉴스가 보여준 보도행위도 지상파 등을 견제하는 역할이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뉴스 소비자(수용자)들이 뉴스의 질을 갖고 선택하는 수준까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소비자운동 차원에서라도 좋은 뉴스 소비하기, 좋은 언론 소비하기 등의 운동을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의 언론이 권력과 자본에 종속 돼 있기 때문에 언론으로서의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큰데, 언론개혁을 위한 단체에 속해 있는 입장에서 김언경 사무처장께선 이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 우리나라 언론이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다고 보시는지.

▲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왼쪽), 우장균 ytn 해직기자.

김 사무처장 올해로 민언련이 30주년을 맞았다. 20년 전 언론모니터링을 시작할 때만 해도 10년만 지나면 이거(언론모니터링) 안 해도 되지 않겠나 하는 꿈이 있었다. 우리가 열심히 지적하고 싸우면 언론도 바뀌겠지 하는 생각. 하지만 지금 언론 상황을 보면 그때와 비교해 크게 좋아지지 않은 것 같다. 물론 굴곡은 있었지만 공영방송의 경우엔 과거 20년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고 할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다.

그렇지만 세월호 참사를 통해 국민들이 조금씩 언론문제를 알아가면서 개선에 대한 일종의 희망은 보인다. 지금까지는 언론이란 말 자체가 일반 시민들에게 쉬운 말이 아니었다. 대다수 사람들이 언론문제를 ‘내 문제’로 느끼지 않았다. 나와는 상관없는, 그저 언론시민단체나 몇 개의 언론종사자들의 고민쯤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런데 세월호를 겪으면서 언론문제가 너무 심각하게 드러나다 보니 국민들도 이제야 조금씩 알게 됐다. 한 번도 언론문제에 고민하지 않던 주변 지인들까지 전화해서는 놀랬다, 언론이 이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반응을 전해온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국민 인식이 바뀌었다고 해도 언론이 문제가 있다는 점을 알게 된 정도지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는 여전히 잘 모른다. 권력이 자발적으로 방송 장악력을 내려놓고, 언론이 자본과 스스로 거리를 두는 것을 기대하긴 어렵다. 시민들이 언론에 대해 잘 알고, 개선시켜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을 때 결국 언론도 바뀔 수 있다고 본다. 언론운동도 앞으로는 좀 더 대중적으로 다가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좌담③] 기레기로 전락한 한국 언론, 변화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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