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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언론문제를 ‘내 문제’로 받아들여야”
“국민이 언론문제를 ‘내 문제’로 받아들여야”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4.06.11 0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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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현주소 진단 좌담 ③] 기레기로 전락한 한국 언론, 변화하려면…
▲ 자료사진 ⓒ뉴시스

[더피알=강미혜 기자]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 언론다운 언론의 역할을 사회 전체가 고민하는 지금, <더피알>은 대한민국 언론의 현주소를 밀도 있게 진단하고 개선을 위한 대안과 향후 방향성을 모색하기 위해 각계 전문가와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좌담①] 공영방송 독립성 해법은?
[좌담②] 언론계가 당면한 구조적 문제와 현실적 한계

▲ 참석자 <가나다 순>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한국언론정보학회장, 이하 김 교수)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이하 김 사무처장)
배정근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전 한국일보 기자, 이하 배 교수)
우장균 ytn 해직기자(전 한국기자협회장, 이하 우 기자)
추창근 전 한국경제신문 논설실장(이하 추 실장)
사회-최영택 더피알 발행인

더피알은 매달 주요 이슈에 관한 전문가 좌담을 개최하고 있다. 지난 2월엔 ‘갈등관리’를, 3월 ‘위기 반복, 관리의 부재, 4월 ‘한국적 자살문제, 5월엔 ‘기업홍보 현황’을 주제로 각각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다. 그런데 매달 주제는 달랐어도 공통적으로 언론이 사회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부채질하고 확산시킨다고 지적됐다. 속보경쟁, 클릭유도에 몰두하며 언론으로서 역할을 망각하고 있다는 데 각계 전문가들이 대단히 쓴소리를 냈다. 어쩌다 언론 신세가 이렇게 됐을까.

▲ 배정근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배 교수 언론사들의 경영환경이 악화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본다. 기본적으로 언론은 환경이 뒷받침돼야 좋은 보도, 제 기능을 할 수 있다. 미국언론의 경우 60~70년대엔 돈도 많이 벌면서 사회를 견인하는 역할도 하는 그야말로 황금기였다. 언론이 강했다. 그런데 지금은 재정상태, 광고수익이란 자본논리가 기자 개개인의 머릿속에 스며들 정도로 굉장히 어렵다. 그러다 보니 언론이 광고주(자본)와의 관계에서 광고성 기사나 은밀한 관행 등을 자발적으로 제시하는 지경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봐도 그렇다.

김 사무처장 국민세금으로 운영되는 방송사를 제외하곤 언론이 자본으로부터 독립한다는 건 대부분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공영방송과 같은 지상파의 역할이 중요하다. 세월호 참사를 비롯해 여태 우리사회에 일어난 큰 사건들을 보면 소수자들, 취약계층 중심으로 머무르며 표면화되지 않고 있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분출된 경우가 많다. 곪아서 터지기 전에 언론이 미리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을 촉구해야 한다.

방송사 시사 프로그램 등을 통한 사회고발이 대표적이다. 형제복지원 문제만 해도 10여년 간 계속 문제제기를 해왔지만 해결되지 않고 지지부진하게 있다가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다루니까 늦게나마 여론이 형성되고 기관 개입의 움직임까지 나타났다. 이처럼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제일 힘을 받아야 할 곳은 방송사다. 영향력이 큰 만큼 문제제기와 대안제시를 위해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요즘 방송사들 시사 프로그램을 보면 ‘시사’가 빠져 있다. 대부분 범죄나 사건 중심의 가벼운 사회문제들을 다루는 데 그친다. 언론으로서 기대되는 역할을 안 하고 있는 게 큰 문제다.

김 교수 적어도 선도 언론만큼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사회가 지원을 해줘야 한다. 우리나라도 언론의 상업주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들을 하지 않은 건 아니다. 과거 신문의 위기를 예측하고 지원사업정책을 사회적으로 논의한 적 있다. 그런데 그 자체가 정파적으로 해석되면서 무산돼버렸다. 우파 정부인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도 전국 언론인들을 모아서 언론 생존에 대한 대토론회를 연 바 있다. 그 자체가 유럽 전체의 중요한 화두이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늦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정치적 성향과 상관없이 언론의 요건을 갖춘 신문사들은 생존할 수 있도록 지원해줘야 한다. 방송도 마찬가지다. 경영의 상당 부분을 광고수익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얻는 게 적어지다 보면 지상파들도 이전투구로 갈 수밖에 없다. 더욱이 종편이 등장하면서 기존 업계로 보면 엄청난 자금 압박을 받게 됐다. 이런 언론 실태를 단순히 언론계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추 실장 좋은 의견이시지만 현실적으로 국민세금으로 언론사를 지원한다는 게 가능할 지 의문이다. 한 예로 금융위원회 직원수가 220여명 정도인데 출입하는 등록기자가 그 숫자에 맞먹는다는 얘길 들었다. 인터넷매체를 포함해 국내 언론사가 4000여개에 육박하고, 국회등록기자수만도 1400명에 달한다. 정파적 해석을 배제시킨다 하더라도 지원 언론사를 분류한다는 자체가 물리적으로 힘든 일이다.

▲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김 사무처장 지금은 언론이 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한 최소한의 인식이 생산자인 기자에게도 없고 소비자인 국민에게도 없는 듯하다. 이번 세월호 사고가 터졌을 때에도 유가족이나 실종자 가족들을 클로즈업하면 안 된다, 피해자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보도를 해야 한다는 자성이 나왔지만 사실 이 문제는 과거 고(故) 최진실씨 자살보도에서도 많이 지적됐던 내용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 개선이 안 되고 있다. 사건 터지면 그때그때 반짝 논의하는 분위기에서 벗어나, 언론이 하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만들어가야 한다. 설령 자극적·선정적 기사로 돈 벌고 싶어 하는 언론이 많다 하더라도, 지켜야 할 최소한의 것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묵시적 동의가 사회적으로 되어 있으면 언론들도 신중히 보도할 수밖에 없다.

배 교수 세월호 앞에 온 국민이 아픔을 느끼는 동시에 죄의식을 가지고 있다. 우리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놓고 정부도, 언론도, 국민도 그 누구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인식이 더 이상 이런 재난이 반복돼선 안 된다는 강한 열망으로 나타나고 있다. 몇몇 언론들도 자사 보도에 대해 반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상당히 드문 일인 만큼 세월호가 언론의 윤리적·도덕적 판단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한다.

교편을 잡고 있는 학자로서도 스스로를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지금껏 가급적이면 많은 학생들을 언론사에 (취업시켜) 보내려고만 했지, 언론인이 돼서 지켜야 할 윤리, 가치에 대한 부분을 제대로 가르치진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근본적으로 중시해야 할 부분을 경시해 오진 않았나 하는 자기반성을 해 본다.

기업 홍보 임원(담당자)들을 만나보면, 언론이 돈을 쫓아 장사 개념으로 지면을 사고파는 데 혈안이 돼 있다고들 토로한다. 광고/협찬을 위한 무리한 기사, ‘조지는’ 내용을 앞세우는 ‘기사 폭력’, ‘기사 왜곡’이 심해 급기야 광고주(기업)들이 나서서 ‘반론보도닷컴’까지 만들었다. 언론이 바로 서는 과정에서 기업을 옥죄는 이런 풍토 역시 개선시켜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추 실장 돈벌이에 급급한 건 소위 얘기하는 사이비매체나 신생언론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금은 주류 언론들도 거기에서 자유롭지 못한 게 현실이다. 아무리 황당한 내용이라고 하더라도 한 번 기사화되면 사실인 것처럼 급속히 확산되는 인터넷 환경 속에서 기업들은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다. 근본적으로는 거대 포털의 문제도 크다. 사실 확인이 안 된 자극적 기사, 제목이 그대로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기사를 유통시키는 포털의 책임을 강화하는 논의와 실효성 있는 방안들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 최영택 발행인(왼쪽)과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김 교수 반론닷컴이 잘 되길 바라지만 과연 제대로 기능을 할 수 있을까, 일반 대중들이 반론을 보기 위해 반론닷컴을 찾을까, 접근성 면에서 유의미한 결과가 담보될까 하는 의문이 든다. 결국은 기업들의 반성이 뒤따라야 할 일이다.

부도덕한 기업이라면 그 어떤 반론을 한다 하더라도 하이에나 같이 작정하고 덤벼드는 언론들을 결코 막을 수 없다. 당장은 약간 손해를 보더라도 부당한 기사 공격엔 저항할 수 있을 정도의 자기건강성을 기업들이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고로케닷컴’이라고 낚시제목이 많은 언론사 순위를 노출시키는 사이트가 있었다. 개인이 운영했다. 기업들이라고 못할 것이 없다. 문제 있는 기사에 대해 저항하면 충분히 사회적으로도 반향을 일으킬 수 있다. 법적 호소도 현실적 방안이다.

국민 입장에선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중도의 매체를 기대하는데, 한국 언론은 이념을 떠나 각자 진영에서 한쪽으로 쏠려 있는 듯하다. 중도를 지향하는 매체가 대한민국에 존재한다고 보는지, 없다면 등장 가능성은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 우장균 ytn 해직기자.

우 기자 전 세계 어느 국가를 봐도 개인별로 사안에 따라 OX가 갈린다. 10가지 기준을 놓고 봤을 때 자기 생각이 5대5면 중도고, 6대4면 보수고 하는 식의 논리는 기본적으로 성립될 수가 없다. 다만 우리나라는 미국과 다르게 정파주의가 너무 심각하다. 지금 2000일이 넘도록 해직기자 신분인데 개인적으로도 이 정파주의 때문에 해직이 됐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보수하기가 너무 쉽다. 반공만 하면 된다. 길환영 KBS 사장도 사퇴 못하는 이유가 종북좌파 노조에 맞서기 위해서라고 하질 않았나. 정파주의가 이렇게 만연한 사회 분위기 속에선 언론인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기가 결코 쉽지 않다. 언론의 자유와 독립성이 담보되기 위해서라도 레드컴플렉스 같은 정파주의부터 반드시 극복돼야 한다.

김 교수 전 세계를 놓고 봤을 때 우리사회에 진보가 있느냐 하는 물음에 대해선 동의하지만, 다른 차원에서 문제를 바라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우리사회는 주장은 있지만 토론은 없다. 언론이든 개인이든 각자 생각에 따라 해석하고 주장하는 건 표현의 자유다. 다만 동일한 사안에 대해 다른 쪽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비교해서 검토하는 정도의 일관성은 갖고 있어야 하는데, 오로지 자기 기반에서의 주장만 전달하고 스스로 만족하는 수준에 그쳐버리니깐 문제가 생긴다. 서로 다른 의견이나 주장들을 소통할 수 없는 구조, 권력들이 보여주는 그런 정파주의에 언론 자체도 매몰돼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언론이 바로 서기 위해선 무엇부터 달라져야 할까. 변화와 개선을 위한 출발점을 어디에서부터 찾아야 할지, 좌담을 마무리 하며 한 말씀씩 해 달라.

김 사무처장 무슨 일이든 필요한 모든 것을 다 갖춰 놓고 시작할 순 없다. 일단은 공영방송부터 정권이나 자본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도록 당근과 채찍이 동시에 가해져야겠다. 국민들이 알아야 한다. 언론이 나의 삶과 밀접하다는 사실을. 정치를 혐오해서 무관심한 국민이 많을수록 민주주의가 후퇴하듯이, 언론문제도 관심을 갖고 개선을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서 무조건 썩었다 비판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언론문제가 나의 문제, 국민의 삶과 직결된다는 점을 알 수 있도록 우리 같은 시민단체도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우 기자 언론인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뛰다 보니 해직이라는 경험도 하고 여기까지 왔다. 언론 내부적으로 아무리 윤리교육을 한다고 해도 현장에서 기자가 바로 서지 않으면 관철되기 어렵다. 무엇보다 기자로서 최소한 얼굴에 먹칠은 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자기반성을 통해 양심을 지키는 노력들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배 교수 세월호 사고에서도 중요한 내용은 언론취재 보단 희생된 아이들의 SNS를 통해 대부분 알려졌다. 이제는 언론이 사회 전체를 계도하고 권력을 파헤치고 무엇을 리드해 보자 하는 식의 큰 목표를 갖기보다, 언론 자체의 프로페셔널리즘을 갖춰야 할 것이다. 프로페셔널리즘에서 제일 중요한 건 팩트 체크(사실 확인)다. 무엇이 사실이고 사실이 아닌지, 수많은 주장 속에서 무엇이 더 사실인지를 발굴해 내는 일만 정확히 해도 언론의 역할은 충분한 일 아닌가. 팩트체킹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지금 언론계에 필요한 일이고, 기자들도 그런 인식을 가져야 한다.

▲ 추창근 전 한국경제신문 논설실장.

추 실장 윤리문제를 강조하고 싶다. 어느 언론사에나 기자 윤리강령이 있는데 대개 정확한 보도, 공정한 보도, 취재원 보호, 개인 사생활 존중, 취재원으로부터 금품이나 특권을 제공받지 않는다 등의 금과옥조가 다 모여 있다. 하지만 기자들 중에서 그런 내용을 제대로 잘 알고 지키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언론으로서, 기자로서 윤리문제를 지키는 게 제대로 된 언론이 되는 첫걸음이다.

김 교수 거듭 얘기하지만 사회의 기준점을 제시하는 선도 언론이 있어야 할 것이다. 방송에선 공영방송이 그 역할을 당연히 해야 하고, 신문도 보수 진보를 떠나 누구에게나 존경받는 언론이 되기 위한 노력들을 해야 한다. 또 하나 중요하게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시민의 역할이다. 좋은 언론이 살아남게 하려면 무엇보다 사회 구성원들의 의식 변화가 뒷받침돼야 한다. 좋은 언론을 소비하기 위한 의도적인 운동이 전개될 필요도 있겠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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