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묻다. “언론은 왜 반성에 인색한가”
세월호 묻다. “언론은 왜 반성에 인색한가”
  • 김광태 (doin4087@hanmail.net)
  • 승인 2014.06.13 1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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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태의 홍보 一心] ‘진실 보도’ 회복 할 때

[더피알=김광태] 세월호 참사로 대한민국의 실상이 드러났다. 사회 전체가 어디 하나 성한 데가 없다. 사회 정의를 실현해야 할 언론의 모습은 어떤가?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내긴 마찬가지다. 오죽했으면 피해자 가족들이 ‘기레기(기자+쓰레기)’라고 부르며 “거짓 언론 물러가라”고 했을까.

30년 넘게 홍보를 하면서 언론을 가까이 지켜보았지만 이렇게까지 참담한 모습을 본적이 없다. 오보에 선정적 보도는 물론 왜곡보도까지 남발해 언론의 신뢰도가 그야말로 바닥까지 떨어졌다. 피해자 중심에 서야 할 언론이 정부 발표 받아쓰기에 바빴으며, 사고의 원인 규명과 정부에 대한 책임 추궁보다는 권력의 눈치 보기에 급급했다.

▲ 자료사진=지난 5월 8일 세월호 희생자 가족이 서울 여의도 kbs 앞에서 항의하던 모습. ⓒ뉴시스


‘전원 구조’라는 엄청난 대형 오보를 하고도 일부 신문사를 제외하곤 대부분 정식 사과 없이 어물쩍 넘어 갔다. 취재 욕심이 앞선 나머지 갓 구조된 어린 학생에 마이크를 들이대고 인터뷰를 시도하는가하면, 생사 여부조차 확인도 안 된 상황에서 보험금을 먼저 운운하는 등 언론으로서의 기본 윤리조차 지키지 않는 모습이 속출했다.

이번 참사는 어찌 보면 예견된 사고다. 언론이 해운업계 민관유착비리를 한번이라도 파헤쳐 사회에 경종을 울렸더라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 참으로 안타깝다. 참사 후에도 언론은 자신의 잘못에 대한 사과와 반성에 인색했다. 오히려 책임의 화살을 업체와 정부로 돌리고 자신들은 죄를 묻는 심판자로 나섰다.

모 대학 언론학부 교수는 “책임지지 않는 게 한국 언론이고, 고발만 있지 감시는 전혀 작동하지 않는 게 한국 언론”이라고까지 말한다. 국민들 입장에서 보면 직무 유기다. 국민의 눈과 귀를 막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세월호 사태는 언론 역시 그 죄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은 통절한 반성과 사과를 했다. 그리고 ‘관피아(관료+마피아)’를 없애고 국가 개조를 하겠다고 국민들에게 약속했다. 언론도 이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허나, 좌우 진영논리로 양분된 한국의 언론 상황에서 제대로 협조가 될까 의문이다.

한국의 4개 분야인 기업, 행정, 정치, 언론 중 제일 낙후된 부문이 언론이라 했다. 과연 언론이 권력을 감시 하고 제대로 된 비판을 할 수 있을까? 용기만 있다면 가능하다. 권력의 문제가 아니라 언론 스스로 선택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KBS 전 보도국장이 기자 총회에서 청와대에서 보도 자제 요청이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청와대 요구를 걸러 내거나 소화하는 것은 KBS 내부에서 결정할 일이다. 기업 홍보 담당자가 매일 같이 언론사에 보도 협조를 요청하는 것과 청와대에서 보도 요청을 하는 것이 무엇이 다른가.

언론이 자신의 가치관과 신념 없이 권력의 눈치만 보고 그들의 입맛에 맞춘 것이 문제라면 문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언론도 스스로 구태를 벗고 거듭나서 국민 곁으로 돌아와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는 데 동참해야 한다.

언론의 본질은 국민을 위한 보도에 있다. 보도의 기본은 무엇보다 진실성이다. 국민의 알권리에 부합되는 진실 보도를 해야 한다. 그래야 나라가 바로 선다.

세월호 사태에서 손석희 앵커가 진행하는 JTBC 뉴스9이 MBC 뉴스 시청률을 추월한 바 있다. 신생채널인 종편이 공중파를 넘어선 것. 충격이다. 이는 JTBC가 피해자 입장에서 사실과 진실을 보도하는 데 중점을 뒀기 때문으로 풀이되지만, 공중파 뉴스가 공정성을 갖지 못하고 편파 보도를 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지금 세월호는 이야기 하고 있다. 앞으로 참된 언론만이 살아남는다고. 공익보다는 수익을 쫓는 기자들, 권력은 감시 대상이 아니라 보호 대상이고 기사는 곧 돈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진정 우스갯소리로만 그치길 빈다.



김광태

온전한커뮤니케이션 회장
서강대 언론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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