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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고는 정말 뜨는 트렌드일까?
복고는 정말 뜨는 트렌드일까?
  • 원충렬 스톤브랜드커뮤니케이션즈 이사 admin@the-pr.co.kr
  • 승인 2014.06.20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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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톤의 브랜드 에세이] 브랜드관리 핵심은 노화방지

[더피알=원충렬] 고도성장의 시대는 끝났다. 샴페인의 김은 빠져버린 지 오래고,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신흥국가가 주도해 온 글로벌 경제 성장도 한계에 봉착했다”며 ‘대감속시대(Age of Great Deceleration)’를 선언했다. 앞만 보고 달리던 시절의 종식이다.

고속도로에서 엑셀을 밟을 때 백미러의 풍경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러나 차에서 내려와 걷다 보면 비로소 앞이 아닌 주위가 들어오고, 걸어온 길도 돌아보게 된다. 우리 사회도 점점 돌아봄의 가치에 주목하고 있다. ‘바야흐로 복고 트렌드가 대세다’라고 미디어가 말하고 있으며, 누구나 특별한 부정 없이 수긍한다. 

그런데 정말 대세일까? 브랜딩이나 마케팅에서도 복고라는 트렌드는 정말로 소비자의 주머니를 여는 만능열쇠가 되고 있을까? 실제로는 트렌드에 대한 관점과 접근이 중요하다.

우선 복고 트렌드가 주목 받는 이유를 생각해보자. 연초에 스톤브랜드커뮤니케이션즈에서는 올해의 브랜딩 트렌드로 4가지를 분석한 바 있다.

고정되지 않은 브랜드 정체성(Preparing thousand faces), 진화하는 진심(All aspects of sincerity), 단순한 재미 그 이상(Think detail, act simple), 현실의 고단함을 벗기 위한 위안(Layering fantasy factor)이라는 경향을 이야기했다. 이 중 복고 트렌드와 관련 있는 것은 4번째이다.

“현실의 고단함은 다른 방향의 위안을 찾게 한다.” (2014 Branding Trend, STONE)

불황이 장기화될 때는 평범한 메시지가 이전만큼 쉽게 통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무의식 중에 기존의 것보다 상당히 다르거나 색다른 느낌을 바라게 된다. 현실과 비현실, 기술과 마법의 경계에 설 때 비로소 소비자들은 다시금 몰입할 기회를 얻는다. 또한 현실에서 조금 떨어진 브랜드에 애착을 갖는 경향이 생긴다. 브랜드의 본질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그 표현만큼은 더 과감하고 혁신적이기를 요구한다. 팍팍한 현실에 거대한 판타지를 중첩시키려는 소비자 니즈는 더욱 심화될 것이기에, 커뮤니케이션만큼은 일상을 뛰어넘는 특별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결국 현실에서 이탈하고자 하는 마음이 복고 소비의 기저에 있다. 이탈의 방식은 회귀이거나 생소함이다. 가장 좋았던 시절, 혹은 어떤 시절의 가장 좋았던 기억을 회상하는 것으로 잠시나마 현실에서 벗어난 위안이 된다. 또한 그 시절을 살지 않았더라도, 과거의 것을 보거나 느끼며 호기심을 충족해가는 경험은 색다른 즐거움이 된다.

이는 미래지향적인 것이 주는 경외나 이질감과 달리 편안함이나 따뜻함으로 안착된다. 이른바 ‘추억팔이’는 감성마케팅이란 측면에서 확실히 구매력이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복고’가 일시적으로 주목 받는 트렌드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복고가 주목 받는 이유

복고는 애초에 언제나 관심 받는 트렌드였다. 검색사이트에서 복고와 관련한 뉴스만 검색해 봐도 알 수 있다. ‘복고가 뜨고 있다’라거나, ‘이번 시즌의 트렌드는 복고’와 같은 기사는 90년대 이전부터 지금까지 해마다 빠짐없이 등장하고 있다. 레트로(Retro)나 리바이벌리즘(Revivalism), 아날로그(Analogue)와 같이 복고를 대변할 수 있는 키워드들은 문화 전반과 패션 스타일에서 매번 반복되는 화두이다.

즉, 복고는 이미 우리 사회에 만연되어 있거나 상존하는 요소라는 것이다. 단순하게 복고라는 트렌드에 올라타려고 접근하게 되면 의외로 아무런 새로움을 줄 수 없게 된다. 마치 한 때 광풍처럼 불어왔다가 어느덧 유통기한이 지난 우유처럼 변해서, 정작 커뮤니케이션 상에서는 소비자에게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하게 된 ‘웰빙’같은 단어처럼 말이다.

물론 특정 시기에 복고열풍이 더 강해지기도 한다. 대체로 사회 환경이 복고에 대한 소비를 부추기거나, ‘세시봉’ 같은 매력적인 문화 콘텐츠가 다시 주목 받으며 크게 촉발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럴 때가 오히려 마케터에겐 좀 더 세심한 관찰과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애초에 새로운 것이 아니라 늘 존재하던 트렌드가 평소보다 더 강하게 소비되는 경우라면, 빠르게 소진돼 식상함과 피로로 쉽게 이어질 수도 있음을 경계해야하기 때문이다.

올해 초의 한 조사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2013년에 주목해야 할 국내 외식트렌드로 ‘힐링, 홈메이드, 복고’를 전망했다. 이 트렌드가 유효하게 작용했는지에 대한 조사가 올해 추가로 이뤄졌다. 조사 결과 과반수 이상이 복고를 2013년의 외식시장에서 실제로 유효했다고 보는 동시에, 무려 49%가 올해에는 이미 지나버린 트렌드로 느낀다고 응답했다. 단기간 복고 콘셉트가 사회적으로 크게 확산되다 보니 오히려 빠르게 식상해진 결과이다.

이렇듯 큰 파고를 만들면 그만큼의 가라앉음도 생기기 마련이다. 이미 복고를 콘셉트로 하는 브랜드라면 오히려 위기가 될 수 있고, 복고를 콘셉트로 하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을 계획하는 경우라도 쉽지 않은 과제가 될 거란 이야기다. 무엇을 고민해야 할까?

복고라는 트렌드가 지속적으로 마케팅에서 주목 받는 이유 중 하나는 이중 타깃에 있다. 복고라는 제품이나 콘텐츠는 필연적으로 두 그룹의 타깃을 노릴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해당 시절을 실제로 살았던 사람들이 첫 번째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두 번째이다. 예를 들어 ‘응답하라 1994’라는 드라마는, 70년대생들에겐 과거를 회상하는 직접적인 향수를 주고 지금의 어린 타깃들에겐 촌스러움에서 비롯된 생소함이 주는 재미를 느끼게 한다. 타깃층이 넓어질 수 있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유리한 일이다.

하지만 실제로 마케터의 입장에서는 갈팡질팡하기 딱 좋은 환경이다. 제품이나 콘텐츠의 속성은 이중 타깃을 향하더라도, 실제 제한된 세일즈 환경에서 커뮤니케이션의 디테일은 분산되지 않아야하기 때문이다. ‘아빠도 좋아하고 아이도 좋아하는’과 같은 메시지는 두 타깃 모두에게 외면 받기 십상이다. 우선순위를 놓치지 않는 접근과 정교화가 필요하다.

▲ 홍대에 위치한 복고풍 실내포장마차 ‘삼거리포차’

더불어 또 하나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복고는 당연히 그 자체로 시간과의 상관성이 높은 문화이다. 일반적으로 복고는 그 시대에서 20년이 지난 후에 나타난다고 한다. ‘응답하라 1994’, ‘건축학개론’ 같은 문화 콘텐츠가 2013년 복고 문화의 중심으로 떠오른 것도 햇수를 계산해보면 우연이 아니다.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복고의 소비 주체도 사람이기에 해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이다. 이는 특정 세대를 타깃팅 한다는 것의 시한부성을 시사한다. 일시적인 프로모션이나 단기간의 마케팅이라면 상관없다고 보는 것이 맞겠지만, 브랜드 관점에서는 주의가 필요하다. 모든 브랜드는 성장과 수명을 예측해야 한다.

일단 어느 정도 성장한 브랜드라면 이후 지속가능성과 노화방지가 브랜드 관리의 핵심이다. 단순히 연령대가 아니라 고정된 세대에 너무나도 강하게 결부된 브랜드라면 반드시 그들과 함께 자연법칙 그대로 나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현실적으로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소비자의 구매환경 전반은 함께 변화되기 때문에 브랜드를 특정 세대에 한정적으로 관계시키는 것은 장기적으로는 위험하다. 오히려 그 세대로 대변되는 문화나 감성의 본질을 찾아 콘셉트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누구에게 무엇을 전달할 것인가

결국 복고를 통해 누구에게 무엇을 소비하게 할 것인가가 핵심이 된다. 예로 홍대의 유명한 복고풍 실내포장마차인 ‘삼거리포차’에 들어서면 7080의 시간이 펼쳐진다. 그 시절의 음악이 흐르고, 그 시절의 간판과 표어들이 인테리어를 채운다. 하지만 정작 그 곳을 채우고 있는 이들은 홍대 문화에 익숙한 젊은 사람들이다.

삼거리포차에서 7080이라는 코드는 ‘젊은 시절의 문화’라는 테마를 관통한다. 7080세대들이 20대였던 시대의 풍경이 자아내는 재미가 지금 젊은 세대들의 문화 속에서 재생산되는 구조이다. 원기소나 보물상회 간판이 인테리어 된 과거의 공간에서도 홍대 특유의 젊은 문화는 자연스럽게 융합된다. 공간의 물리적 특성은 7080이지만, 그 안에서 소비되는 소프트웨어(서비스나 스토리텔링)는 젊은 타깃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무엇을 말할 지가 명확해질 때 보다 보편적인 타깃 접근이 가능해지기도 한다. 스포츠 브랜드 리복은 1994년 처음 출시되어 큰 인기를 끌었던 펌프 퓨리의 탄생 20주년을 기념해 예전 모습 그대로를 복각한 ‘인스타펌프 퓨리 오리지널’을 출시했다. 당시 가장 혁신적이라 평가 받던 디자인과 기능의 제품이 20년이 지나 클래식이란 이름으로 소비된다.

이는 단순히 복고가 과거의 추억을 통한 단기간의 매출증가에만 기여하는 상술이 아니라, 브랜딩 자체에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의 것을 현재에 가져오는 방식을 통해 지속되는 브랜드 가치를 보다 선명하게 드러내는 것이다. ‘더 퓨쳐 컴스 프룸 패스트(The Future Comes From Past)’라는 이 제품의 콘셉트는 올드 타깃이나 영 타깃 모두에게 동일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복고라는 트렌드를 활용하고자 할 때, 사실상 중요한 것은 과거보다 현재이다. 과거는 축적된 아이템이며 누구나 언제라도 가져올 수 있다. 문제는 현재가 진행형이란 점이다. 움직이는 타깃을 제대로 겨냥하기 위해서는 눈동자도 함께 움직여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브랜딩과 마케팅에 있어 복고라는 것은 현재라는 동시간대의 상황에 맞춰 그 의미를 재해석하는 과정이 필수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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