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금융’으로 우리가 만드는 세상을 꿈꾼다
‘새로운 금융’으로 우리가 만드는 세상을 꿈꾼다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4.06.23 14: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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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라이브러리] 크라우드 펀딩 ‘와디즈’ 신혜성 대표

 

소통라이브러리는 우리 사회의 소통문화를 새롭게 만들자는 취지에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자유롭게 협력하는 코너로, 이종혁 광운대 교수와 함께 진행합니다. 대중에게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그들만의 방식으로 소통문화를 창출하고 이끌어가는 숨겨진 인물들이 인터뷰의 주인공입니다.

[더피알=강미혜 기자] “여러분 일생에 가장 아름다운 날은 언제였나요? 우리 주위에 사회와 학교로부터 단절되어 힘든 시간을 겪고 있는 청소년 미혼모들이 많이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그들에게 가장 아름다운 날은 언제였을까요? 저희가 그들에게 가장 아름다운 날을 누릴수 있도록 차근차근 돕고 싶습니다.”

작다면 작고 크다면 클 1만원을 후원하면 사회, 학교로부터 단절돼 힘든 시간을 겪고 있는 청소년 미혼모들을 도울 수 있다. 1만원, 3만원, 5만원, 10만원 등 채워지는 금액에 따라 엽서, 스티커, 단행본, 잡지 등이 옵션으로 따라붙는다. 목표액은 500만원. D-51일인 6월 23일 기준 목표액의 절반이 넘는 271만원이 일찌감치 모였다.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www.wadiz.kr)’를 통해서다. 


▲ 크라우드 펀딩 와디즈를 통해 소개된 청소년 교육 프로젝트 홍보 영상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은 글자 그대로 일반 대중(크라우드)이 자금을 제공(펀딩)하는 행위다. 소규모 후원이나 투자를 받길 원하는 이들이 온라인상 플랫폼을 통해 일반 대중들에게 십시일반 자금을 모은다. 페이스북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관계성도 적극적으로 활용되기 때문에 비슷한 말로 소셜펀딩이라고도 불린다.

와디즈는 이런 크라우드 펀딩을 지원하는 인터넷 플랫폼이다. 이 회사의 신혜성 대표는 증권사, 국책은행에서 10년간 쌓은 정통 금융지식을 십분 살려 5년간 크라우드 펀딩을 공부, 지난해 6월 와디즈를 론칭했다. “‘혼자서는 할 수 없던 일들이 우리라는 이름으로 가능해지는 기업’을 만들고 싶다”는 신 대표의 새로운 금융 도전기. 그를 통해 그려지고 있는 새로운 세계를 살짝 들여다봤다.

와디즈 신혜성 대표.
와디즈 신혜성 대표.

크라우드 펀딩은 자금을 모으는 새로운 방식이지만, 과정 자체를 오픈해서 공유하는 만큼 차세대 커뮤니케이션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금융맨으로 잘 나가시다가 갑자기 왜 크라우드 펀딩이라는 낯선 영역에 도전할 생각을 하셨나요?
금융은 ‘좋은 기업’에 자본을 제공하는 일을 합니다. 증권사에게 좋은 기업이란 주가가 많이 뛰어오르는 곳이고, 은행 입장에선 원금을 잘 갚는 안정적인 회사를 선호하죠. 10년간 금융인으로서 나름 보람차게 일했지만 어느 순간 좋은 기업에 대한 정의가 무엇인가 고민스러웠습니다. 시대가 달라져서 이제는 금융사들이 챙겨주지 못하는 좋은 기업들도 많이 생겨나고 있기도 하고요. 사회적기업, 스타트업 같은 곳들 말이죠. 그래서 그런 새로운 좋은 기업들을 위한 금융을 찾다가 크라우드 펀딩에 착안, 5년간 공부하면서 사업을 준비하게 됐습니다.

지금 시대에 부합하는, 혹은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금융 형태가 크라우드 펀딩이라는 말씀으로 해석되는데요.
전통적인 금융은 수익성이 떨어지는 일에는 절대 투자를 안 합니다. 수익성을 담보하지 않아도 되는 공공재 성격의 물건이나 서비스는 흔히들 정부 몫이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지금 시대는 정부가 하는 그런 역할을 일반 대중이, 평범한 사람들이 직접 실행 할 수 있는 힘이 생겼습니다. 소셜네트워크란 연결고리를 통해서 말입니다. 온라인 플랫폼 안에선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직접 관계를 맺고, 의미 있는 일에 동참하고 스스로 변화를 만들어내길 원합니다. 그런 새로운 소셜 생태계 안에서 적합한 새로운 금융이 바로 크라우드 펀딩입니다.
크라우드 펀딩에 관한 큰 오해 중 하나가 오픈마켓과 비슷한 것 아니냐는 건데요, 오픈마켓은 판매자가 물건을 올려놓으면 소비자들이 와서 사가는 장터라서 판매자 역할은 비용을 들여 눈에 잘 띄는 상단에 노출시키는 것 외 별다른 게 없어요. 반면 크라우드 펀딩은 모금자의 역할이 분명하게 있고, 생태계 작동 원리가 모금자 중심인 플랫폼입니다. 그 점에서 오픈마켓과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돈을 모아 의미 있는 일에 사용된다는 측면에선 흡사 불우이웃돕기와 같은 기부와 유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 기부 개념이 있습니다. 크라우드 펀딩은 크게 리워드형(후원형·기부형)과 투자형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요. 후원형의 경우 주로 문화예술활동, 창작물, 사회공익 프로젝트 등을 지원하고 그 대가로 서비스 사용권이나 시제품, 공연·영화티켓 등을 받거나 기여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식의 보상이 있습니다. 모금자는 자금을 펀딩 받는 기본적인 목적 외에 입소문을 통한 자연스런 홍보도 기대할 수 있고요. 이에 비해 투자형은 참여형 비즈니스입니다. 신생기업이나 벤처기업 등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향후 투자자는 지분 획득 등을 통해 실질적인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미국과 달리 국내 크라우드 펀딩은 아직 후원형·기부형이 대부분입니다. 와디즈는 현재 리워드형을 중심으로 하면서 투자형 모델로 가기 위해 준비하는 단계에 있고요.

모금에는 주로 어떤 분들이 참여하나요.
문화예술 분야에서 작은 영화, 인디 음악을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희는 처음부터 철저히 그런 ‘무명씨’들을 위한 플랫폼을 만들어가자고 생각했습니다. 정치인이나 연예인 등 유명 인사들의 모금은 설사 1만건이 성사된다고 해도 저희로선 큰 의미가 없어요. 그런 분들은 굳이 크라우드 펀딩이 아니어도 충분히 후원 받고 지지받을 수 있으니까요.
세상에는 돈을 필요로 하지 않는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 창업자가 됐건 예술가가 됐건 돈 앞에서 죄인이 되는 경우가 너무 많아요. 아이디어나 사업 아이템이 마음에 안 들면 펀딩을 안 해주면 그만인데, 이상하게 우리사회는 혼을 냅니다. 금융인들만 해도 누군가 자신이 모르는 아이디어를 제시해 투자해 달라고 하면, 그 내용에 대해 잘 모른다고 하지 않고 안 된다고 평가를 해요. 이런 경직된 사회 분위기를 크라우드 펀딩이 바꿔나갈 수 있다고 봅니다. 네트워킹 안에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설명하고, 그에 동참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펀딩을 통해 프로젝트가 실행되면 결코 돈 앞에서 움츠러들 일도, 혼날 이유도 없죠.

신혜성 대표가 꼽은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 버킷리스트 바(bar). 아픈 아이의 10가지 소원을 들어주기 위한 펀딩을 진행, 10가지를 다 실현시켰다. (사진제공= 와디즈)

펀딩 규모는 보통 어느 정도인가요? 무명인들이면 그리 큰 금액은 아닐 것 같은데.
하나의 프로젝트에 보통 500만원 정도의 펀딩을 받습니다. 프로젝트당 참여 인원은 평균 250명가량 되고요. 글로벌 평균치로 보면 펀딩금액은 300만원 정도입니다. 실제 300만원이면 클래식 콘서트나 인쇄물 초판 인쇄 등을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돈이에요. 많은 사람들이 큰 돈이 있어야만 계획한 일들을 실행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모금자들의 면면을 보면 숨은 크리에이터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자기 콘텐츠를 갖고 있으면서도 스토리가 있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이 아니면 이들이 대중과 일대일로 쉽게 만나기는 어려웠을 텐데요, 그런 분들과는 어떻게 컨택이 이뤄졌나요? 직접 발굴하는 건지, 아니면 그쪽에서 먼저 의뢰가 들어오는 건지.
초창기엔 저희가 직접 발로 뛰어 찾아다녔어요. 이후 강연이나 행사를 통해 다양한 분들을 접하게 됐고, 서비스가 인지되면서부터는 먼저 찾아오는 경우가 많아졌고요. 카테고리는 다양한 사람들의 니즈를 채워줄 수 있도록 가급적 모든 영역을 아우르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 같은 플랫폼업체가 각 분야, 모든 분들과 대화코드를 맞추는 건 불가능에 가깝잖아요. 그래서 특정 분야에 대한 지식과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해당 분야의 크라우드 펀딩 업체를 직접 찾아서 성사시키는 ‘컨설턴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자금을 지원 받는 입장에선 당연히 좋은 일이지만, 펀딩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갖게 되는 가치는 무언가요? 가령 작은 영화제작에 투자한다면 말이에요. 후원자로서의 순수한 기쁨? 좋은 일에 참여한다는 일종의 뿌듯함?
펀딩 중에서도 기부 성격이 강하면 보상이 적고, 제품 등 소비 성향이 강할 경우엔 경제적 가치는 있지만 완성품이 만들어질 때까지 기다리는 기간이 요구됩니다. 영화 후원은 해당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 게 대부분이고요.
사람들이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하는 이유는 물건 등의 보상을 바라서가 아닙니다. 그 근간에는 창작자들이 하고자 하는 일이 꼭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응원의 마음이 자리하고 있어요. 그래서 누가, 무슨 스토리를 갖고, 어떤 일을 해 나갈 것인지에 대해 알고자 하는 인터랙션 욕구가 강합니다. 비록 소액을 투자했다고 하더라도 그 돈이 의미 있는 일에 쓰이는 과정을 보고 싶어 하는 거죠. 돈 받은 다음에 새로운 소식이 업데이트되지 않는 프로젝트는 실패하기 쉽습니다. 크라우드 펀딩은 ‘다마고치(일본 완구 제조회사인 반다이사가 1996년 11월 시판한 휴대용 전자 애완동물 사육기)’를 키우는 것과 비슷합니다. 모금자는 지속적으로 자기 콘텐츠에 관심을 갖고 관리하고 업데이트 하는 일에 집중해야 합니다.

 

펀딩에 후원자를 참여시키는 일이 핵심이지만, 후원을 받는 모금자들이 끊임없이 관계 관리하도록 독려하는 것도 성패의 중요한 관건이 되겠네요.
그렇습니다. 가장 고민하는 부분도 사실 모금자 관리입니다. 기본적으로 기업이 투자를 유치할 땐 대표가 나서서 기업설명회(IR)를 근사하게 하잖아요. 이에 비해 크라우드 펀딩 모금자들은 IR을 어떻게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저희쪽에서 펀딩 기간, 목표 달성률을 두 가지 축으로 메트릭스를 촘촘하게 짜서 스테이지별로 행동수칙을 제시합니다. 모금자 역할과 플랫폼(와디즈) 역할이 같이 가면서 성공률을 높이는 것이죠.
저희는 사업성에선 절대 딴지를 걸지 않지만, 펀딩을 위한 적극성은 꼭 당부합니다. 콘텐츠 노출 시엔 반드시 모금자의 얼굴을 노출시켜 달라고 요구하고요. 투자를 받으려면 그 정도의 신용은 필수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체면을 중시하는 문화가 강해서 그런지 노출 자체를 싫어하는 분들이 있으세요. 심지어 자기 페이스북에도 관련 포스팅을 일절 안하기도 하고….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나름 묘안을 생각해낸 게 소셜금융 정책입니다. 온라인(소셜)상에서 모금자의 활발한 활동으로 콘텐츠가 많이 공유될수록 수수료를 떨어뜨리는 거지요. 페이스북 ‘좋아요(Like)’를 크게 늘리면 수수료 0% 즉, 무료로 플랫폼을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 있으세요? 금융맨 길을 접고 이 일을 시작하길 정말 잘했다 싶을 정도로 뿌듯했던.(웃음)
결과가 좋았을 때, 또 과정이 너무 힘들었을 때 등등 여러 프로젝트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데요,(웃음) 최근 진행됐던 ‘버킷리스트 바(bar)’를 얘기할 수 있겠네요. 이 프로젝트 모금자는 나이 서른에 바(bar)를 세 개나 가지고 있는 능력자입니다. 그것도 마음씨가 너무 좋은. 크게 아프면서 시련을 겪은 그 친구는 병원에 있으면서 자신보다 더 아픈 어린 환자들을 보게 됩니다. 그래서 ‘퇴원하면 이 아이들을 위해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해보자’며 버킷리스트를 작성합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버킷리스트 바였습니다. 아픈 아이의 10가지 소원을 들어주기 위한 펀딩을 진행했고, 결과적으로 10가지를 다 실현시켰습니다. 그가 제안한 ‘착한술집’에 많은 이들이 동참하면서 실질적인 아웃풋을 만들어 낸 것이죠. 무명씨들의 작은 마음, 작은 움직임들이 모이면 우리가 원하는 세상을 조금씩 조금씩 만들어나갈 수 있다는 희망을 본 사례입니다.

‘우리가 조금씩 힘을 모으면 우리가 원하는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다’는 말씀이 깊이 와 닿습니다. 앞으로 와디즈표 크라우드 펀딩, 어떻게 만들어가고 싶으세요?
궁극적으로 사람들이 원하는 제품, 서비스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솔루션이 되었으면 합니다. 꿈이나 목표 달성을 위해 자금이 모이는 플랫폼. 그렇게 되면 크라우드 펀딩이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역할을 할 수 있겠죠.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라도 와디즈를 성장시켜 나가야 한다는 책임감이 큽니다. 잘 돼서 물론 와디즈 식구들 월급도 더 많이 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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