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도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브랜드도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 김지헌 세종대 교수 (admin@the-pr.co.kr)
  • 승인 2014.06.26 1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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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헌의 브랜딩 인사이트] 고객 말 듣되, 정체성 잃지 말아야

[더피알=김지헌] 세월호의 침몰은 전 국민들에게 너무나도 아픈 상처를 남김과 동시에 큰 교훈을 일깨워준 사건이었다. 특히 통합 재난안전 컨트롤타워의 중요성이 인식되면서 지방자치단체와 정당들이 앞다퉈 새로운 정책과 시스템 구축에 노력하고 있다.

브랜드도 하나의 생명체와 같아서 세상에 첫발을 내딛고 살아가면서 온갖 시련과 아픔을 겪게 된다. 그때 방향을 잃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컨트롤타워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브랜드 인셉션(brand inception)>의 저자 쟈코 발피스(Tjaco Walvis)는 과거와 달리 오늘날의 브랜드자산 구축은 단지 30%만이 기업과 소비자의 관계를 통해 이루어지며 70%는 소비자와 다른 소비자의 관계를 통해 이루어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 나아가 2006년 미국의 광고잡지 <애드에이지(Ad­Age)>는 소비자를 올해의 광고대행사로 선정했는데, 이는 기업에 속한 브랜드 관리자의 역할이 축소되고 소비자의 역할이 더욱 강조됨을 의미한다.

실제로 기업의 업무시간이 종료된 새벽 시간에도 소비자들은 커뮤니티를 통해 브랜드와 관련된 정보를 서로 공유하며 브랜드와 관련된 새로운 지식들을 만들어가고 있다. 심지어 브랜드 동호회 회원들은 브랜드의 탄생일에 함께 모여 기념행사를 개최하기도 한다.

하지만 브랜드에 미치는 소비자의 영향력 증대는 반드시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브랜드가 출시되기도 전에 소비자들의 악성 댓글 도배로 곤욕을 치르기도 하고, 소비자들이 한번 툭 던진 의견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여 브랜드의 정체성을 잃게 되기도 한다.

기업 브랜드 관리자가 컨트롤타워 역할 할 수 있어야

따라서 브랜드가 길을 잃지 않고 궤도를 유지하도록 도와주는 컨트롤타워로서 등대의 역할을 하는 기업 브랜드 관리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얼마 전 필자의 지인 Y씨가 계동에 로스터리 커피 전문점을 오픈하면서 브랜드 론칭을 위한 자문을 요청한 적이 있다. 카페의 이름은 이미 결정했고, 인테리어작업을 마쳤으며 다음 주 오픈 할 예정이라고 했다. Y씨는 바리스타 자격증을 가지고 커피분야를 오랫동안 공부해 최고 품질의 원두를 합리적인 가격에 수입할 수 있는 유통망도 개척해둔 상태였다. 한 가지 고민이 있다면 커피 이외의 다른 음료도 함께 팔아야 할지를 정하지 못한 것이었다. 주변 커피 전문점들이 모두 다른 음료들을 함께 팔고 있었고, 카페를 찾는 모든 소비자들이 커피만을 원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많은 고객을 놓치게 되지는 않을까 걱정하고 있었다.

한참 동안 얘기를 들으면서 필자는 Y씨가 걱정해야 되는 것은 다른 음료를 원하는 고객을 놓치는 것이 아니라 커피를 원하는 고객을 놓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커피 전문점으로서의 브랜드 콘셉트(Brand Concept)가 정해지지도 않은 채 이미 너무 많은 일들이 추진됐기 때문이다.

이후에 좀 더 얘기를 나누면서 Y씨가 생각하는 커피전문점의 브랜드 콘셉트는 ‘최고의 맛’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른 커피전문점에서 커피 한 잔을 내리는데 원두 7g을 사용하는 것과 달리 맛에 대한 고집으로 무려 25g의 커피를 사용한다는 점, 바리스타라면 누구나 한번쯤 사용해 보길 원한다는 최상의 커피 머신을 이용한다는 점, 다른 곳에서 맛보기 힘든 스페셜티 원두를 사용한 핸드드립 커피 메뉴를 주력으로 한다는 점 등 최고의 맛을 가진 커피를 제공하려는 Y씨만의 확고한 철학과 고집이 있었다.

커피전문점의 콘셉트를 이해하게 된 필자는 Y씨에게 이제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카페의 이름은 최고의 맛이라는 브랜드 콘셉트와 일치하나요? 인테리어는? 메뉴는? 커피 이외의 음료를 팔아야 할까요? 질문에 대한 답을 고민하던 Y씨는 브랜드 콘셉트에 맞는 브랜드 론칭 전략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좀 더 준비를 한 후 한 주를 늦춰 커피 전문점을 개점하기로 했다.

변화 앞서 브랜드 콘셉트 점검

얼마 후 필자가 조언해 준 커피전문점의 모습이 궁금해 매장을 직접 방문하게 됐고 커피를 시음한 후 매장분위기와 잘 어우러진 커피의 맛은 Y씨가 최고의 커피로 자부할만하다고 생각됐다.

하지만 이어진 Y씨의 두 가지 고민을 듣고 커피전문점이 아직도 길을 잃고 방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 고민은 인근 직장인들이 저가의 아메리카노 커피를 찾고 있어 저가메뉴를 개발해야 하는지에 관한 것이었으며, 두 번째 고민은 주변에 디저트 가게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어 케이크나 초콜릿 등 디저트 품목을 늘리고 싶다는 것이었다.

필자는 또 다시 브랜드 콘셉트와 맞는지 생각해보라는 대답을 했다. 덧붙여 첫 번째 고민에는 소비자들이 저가의 아메리카노 커피를 마시면서도 최고 맛의 커피라고 생각할 수 있는지, 또 이 메뉴가 주력상품이 돼 브랜드 콘셉트를 해치지는 않는지 생각해보라고 조언했다.

이후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인근 직장인이 아메리카노 커피를 선호했던 이유는 가격보다는 핸드 드립커피를 추출하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3~4분 정도의 추가시간이면 가능하기 때문에 맛있는 커피를 위해 소비자들이 몇 분을 더 기다려줄 수 있는지 양해를 구하는 편이 더 좋은 전략이라고 권유했다. 두 번째 고민에는 최고의 커피 맛에 어울리는 최고 맛의 디저트를 제공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고 그것이 가능하다면 커피전문점으로서의 브랜드 콘셉트를 흔들지 않는 선에서 시도하라고 조언했다.

물론 소비자들이 주도하는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의견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필자는 지나치게 강조되는 소비자의 역할로 인해 자칫 기업의 브랜드 관리자들이 너무 쉽게 브랜드 전략을 변경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된다.

새로운 브랜드 전략이 바람직한지 고민될 때 그 전략이 브랜드 콘셉트와 일치하는지를 스스로에게 먼저 물어본다면 대부분의 답을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컨트롤타워로서의 브랜드 관리자는 단 한 가지 원칙, ‘브랜드 콘셉트’가 지켜지고 있는지를 끊임없이 모니터링하고 조정해나가야 함을 기억해야 한다.



김지헌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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