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키는 사람이나, 남는 사람이나…
시키는 사람이나, 남는 사람이나…
  • 박형재 기자 (news34567@nongaek.com)
  • 승인 2014.06.27 0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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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솎아보기] ‘정홍원 유임’ 황당한 개그, 슬픈 코미디

27일 종합일간지 사설 최대 이슈는 ‘정홍원 유임’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26일 정홍원 국무총리의 사표를 반려하고 ‘경질 총리 유임’이란 기상천외한 결정을 내렸다. 총리 지명 문제를 놓고 두 달 동안 난리법석을 떨더니 ‘도로 정홍원’으로 마침표를 찍은 셈이다. 두 명의 총리후보자가 연이어 낙마하면서 국정공백이 장기화하고, 국민 눈에 드는 후보 찾기가 어렵다는 건 알지만, 세월호 참사 책임을 지고 시한부로 업무를 수행하던 총리가 유임된 것은 참 난감한 상황이다.

11개 종합·경제지 모두 사설을 통해 “황당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조선일보는 “총리 유임에 대해 대통령이 국민에게 직접 설명해야 한다”고 비판했고, 중앙일보는 “비정상의 정상화를 외치는 대통령이 이렇게 비정상적인 일을 할 만큼 급한 사정이 있는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경향신문은 “이쯤이면 막가자는 것”이라고 비판했고, 한겨레는 “시키는 사람이나, 남는 사람이나… 황당한 개그, 슬픈 코미디”라고 평가했다.

다음은 27일자 전국 종합일간지 사설이다.

<주요 신문 사설>(27일 조간)

▲ 경향신문 = 정홍원 총리 유임…말문이 막힌다 /염치없는 새누리당의 '인사청문회 흔들기' /정부의 무능ㆍ무대책 드러낸 연비 뻥튀기 판정
▲ 국민일보 = 구관이 명관이라지만 인재풀 그렇게도 좁나 /인사수석실 신설은 문제 해소의 시작일 뿐 /부동산시장 염두에 둔 대출확대 신중해야
▲ 동아일보 = 60일 만에 '도로 정홍원 총리' 갈 길 멀고 험하다 /인사청문회 타령 말고 '밀실 인사'부터 없애라 /자동차 연비, 국토부와 산업부 누구 말이 맞나
▲ 서울신문 = 정 총리 유임 부른 인사 검증과 청문의 난맥 /개방직 공무원 선발위 공정성 담보가 관건 /임플란트 건보 수혜 '그림의 떡' 안 되게 해야
▲ 세계일보 = 두 달 만에 유임된 총리, '국가 개조' 어디로 가나 /사상 최대 금융계 징계, '금융 개조' 출발점 삼아야 /엇갈린 정부 연비검사 결과, 소비자는 어디 있나
▲ 조선일보 = 정 총리 유임, 대통령이 국민에게 직접 설명하는 게 옳다 /청와대 '문고리 권력' 논란 끊이지 않는 이유가 뭔가
▲ 중앙일보 = 흔들리는 대통령…국정의 위기 /북핵 해결 못하는 한ㆍ중 관계 격상은 의미 없다
▲ 한겨레 = 시키는 사람이나, 남는 사람이나… /고발 대상은 '교사'가 아니라 '정부'다 /쌀 관세화, 밀어붙이기 아닌 공론으로 정해야
▲ 한국일보 = 총리에 '책임' 주고, 비서실장에 책임 물어야 /복지부동 잡겠다는 감사원의 다짐 주목한다 /학생체벌은 직접이든 간접이든 분명한 폭력
▲ 매일경제 = 곤혹스러운 정홍원 총리 유임과 인사시스템 개편 /경제 활성화 신발끈 다시 죄는 朴대통령 /日 아베의 집단자위권ㆍ북한 밀착 더 견제해야
▲ 한국경제 = 청와대가 용기를 버렸기에 빚어지는 이 혼란 /미국이 원유 수출국이 되면서 다가올 충격 /관치에 찌든 금융계의 끝없는 모럴 해저드

한국일보는 ‘총리에 '책임'주고, 비서실장에 책임 물어야’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정홍원 국무총리를 유임시키기로 전격 결정했다. 정 총리가 세월호 참사 부실대응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지 60일 만이다. 사의표명 후 후임자 임명 때까지 시한부로 업무를 수행하던 총리가 유임된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경륜과 도덕성 개혁성을 두루 갖춘 새 총리감을 기다리던 국민들로서는 당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전했다.

이어 “불가피한 사정을 모르는 바 아니다. 두 명의 총리후보자가 연이어 낙마하면서 국정공백이 장기화하고, 적폐 척결과 국민안전시스템 마련 등 시급한 국정과제가 산적해 있는데 국정동력이 급속히 상실되고 있다. 국민들의 검증 잣대가 한층 높아져 이른 시일 내에 적격의 새 총리후보자를 지명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은 더 이상의 국정공백을 막는다는 명분에서 정 총리 유임이라는 고육책을 선택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은 “그러나 세월호 참사 대응 과정의 무능, 무책임에 대한 문책 차원에서 수용했던 정 총리 사의를 되물리는 것은 책임정치 실종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총리경질을 세월호 참사로 극명하게 드러난 온갖 적폐를 척결하고 국가 대개조를 추진하는 출발점으로 삼겠다는 박 대통령의 당초 다짐과 약속이 뿌리부터 흔들리는 것이기도 하다. 야당으로부터는 검증의 벽을 넘을 수 없는 총리후보 하나 내세우지 못하는 무능 정권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여당 내부에서도 ‘장고 끝에 악수’라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고 강조했다.

중앙일보는 ‘흔들리는 대통령… 국정의 위기’라는 사설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이 정홍원 총리를 유임시키기로 결정한 것은 여러 중요한 의문을 던진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외치는 대통령이 이렇게 비정상적인 일을 할 만큼 급한 사정이 있는지, 그런 사정이 다른 분야엔 영향을 미치지 않을지, 그런 사정이 없다면 대통령은 무슨 심리로 이렇게 결정했는지, ‘식물총리’였다가 유임된 총리가 국정의 동력을 살려낼 수 있을지··· 의문이 한둘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은 다시 총리 후보를 고르는 게 정도(正道)였다. 인선난이라고 하지만 회자되는 후보 중에는 청문회를 통과할 만한 이들도 적잖이 있었다. 청와대는 국정 공백을 걱정했다고 하는데 시간이 걸려도 새롭거나 검증된 이에게 지휘봉을 맡기는 게 훨씬 중요한 일이었다. 대통령이 정 총리를 유임시킨 건 정치권과 사회에 대한 일종의 시위로 보여진다. 국가개조의 중요성, 정권의 새로운 기운, 원칙의 실천, 인재발탁 능력의 입증은 중요하다. 대통령이 이런 것들을 미뤄놓고 항변과 시위에 매달리면 매우 심각한 문제다”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정 총리 유임, 대통령이 국민에게 직접 설명하는 게 옳다’는 사설에서 “청와대가 총리 교체를 비롯한 인사 쇄신을 약속을 내팽개치는 것은 국민에 대한 기본 예의가 아니다. 박 대통령이 직접 국민에게 정 총리를 유임시킬 수밖에 없는 배경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것이 순리다”라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60일 만에 ‘도로 정홍원 총리’ 갈 길 멀고 험하다’라는 사설에서 “국민의 눈높이가 달라진 것도 사실이지만 5000만 국민 가운데 총리감 하나 못 구한다는 것은 변명이 될 수 없다. 결국 박 대통령은 ‘과거와 현재의 잘못된 것들과 비정상을 바로잡겠다’던 세월호 참사 한 달 뒤의 대(對)국민 담화와 달리, 대통령 자신은 달라지지 않았고 만기친람의 국정 운영도 계속하려는 것 아닌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시키는 사람이나, 남는 사람이나…’라는 사설에서 “개그라면 너무 황당한 개그고, 코미디라면 너무 슬픈 코미디다. 박근혜 대통령은 26일 정홍원 국무총리의 사표를 반려하고 ‘경질 총리 유임’이라는 기상천외한 결정을 내렸다. 총리 지명 문제를 놓고 두 달 동안 난리법석을 떨더니 ‘도로 정홍원’으로 마침표를 찍어 버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향신문은 ‘정홍원 총리 유임… 말문이 막힌다’는 사설을 통해 “이쯤이면 막가자는 것인가. 다른 사건도 아니고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 총리를 재신임했다. 국가 수반으로서 대통령의 인사권은 권한이기에 앞서 국민이 부여한 무거운 의무이다. 맘대로 포기하고 말고 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식물 총리’에 권위와 국정의 동력이 생길 리 만무하다. 박 대통령에게 김기춘 비서실장만 있으면 만사형통이고, 만기친람식 1인 통치의 기조를 밀고가겠다는 대국민 포고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기사제공 논객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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