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존재’의 아름다운 영향력에 대해
소중한 ‘존재’의 아름다운 영향력에 대해
  • 이슬기 기자 (wonderkey@the-pr.co.kr)
  • 승인 2014.06.27 17: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화나들이]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


[더피알=이슬기 기자] “악몽에게 빌어/ 제발 나를 놓아달라고/ 제발 나를 찾지 말라고”
인간이기보다 살상무기가 되길 요구받는 6.25 전쟁통, 싸워야 할 대상도 명분도 모호한 상황 속에 맹목적인 폭력만이 난무한다. 서로가 서로의 포로가 된 남과 북의 병사들은 무인도에 난파하는 극한의 상황에서 조국으로 돌아가겠다는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고자 의기투합한다. 비록 실질적 목적지가 달라 아슬아슬하다 할지라도.

무인도를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배를 수리할 수 있는 순호의 비위를 맞추는 것뿐이다. 정신줄을 놓아버린 순호가 얼떨결에 내뱉은 여신님의 존재를 믿어버리자, 병사들은 ‘여신님이 지켜보고 계시는 세계’를 구축해나간다. 이야기를 그럴듯하게 만들수록 이들의 하루하루에도 인간미가 스민다.

나아가 점점 여신님은 순호만의 존재가 아니게 된다. 저마다 자신의 여신님을 떠올리며 서로를 보듬고 하루하루를 견뎌낸다. 전쟁이란 마취에서 풀린 인물들은 여신의 마법 속에서 자신을 되돌아본다. 무대 위 병사들이 가슴에 품은 소중한 이들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동안, 관객도 어느덧 자신의 소중한 존재를 꼽아보게 된다.

그 여신은 예쁘지 않아도 좋고 여자가 아니라도 좋다. 다만, ‘여신’을 희망으로 상정한 작품은 우리를 보다 나은 사람으로 살게 하는 존재는 결국 ‘사람’이라고 말한다.

우리의 봄을 압도한 참사 이후 <여신님이 보고 계셔>를 힐링 뮤지컬로 꼽는 이들이 부쩍 많다. 작품은 그만큼 인간적이고 따뜻하다. 작품속의 여신은 우리 모두의 가슴속에 품은 소중한 이의 다른 이름이며 이들의 존재가 사람에게 미치는 아름다운 영향력에도 미소짓게 될 것이다.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소재지만 극을 능수능란하게 주무르는 연출력 덕분에 고리타분하지 않다. 톡톡 튀는 배우들의 매력도 적재적소에 배치했다.

혹여 <여신님이 보고 계셔>라는 제목과 ‘여신님’ 외에 남자배우들로만 꾸려진 캐스팅에 막연한 반감을 느끼는 이에게도 추천할만하다. 2011년 CJ 크리에이티브 마인즈 선정작이며, 이미 지난해 상반기와 하반기에 무대에 올려 큰 호응을 받은 작품이다. 김종구, 정문성, 조형균, 신성민, 전성우, 슈퍼주니어 려욱, 이재균 등이 출연한다. 7월 27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5만~7만원.

당신 곁에 ‘여신’을 잊지 말길

전쟁이라는 참혹한 배경에 인간적인 이야기를 담아냈다. 작품을 구상하게 된 계기는.
작품을 구상한 작가의 이야기를 전하자면, 아멜리 노통브의 <황산>이라는 작품을 이야기해야 한다. 작가가 읽은 그 소설에 로맹가리에 관한 짧은 일화가 나온다. 일화는 포로수용소에 갇혀 있을 때, 귀부인이 있다고 가정하고 그 귀부인과 함께 지내기 위해 지켜야할 수칙들을 지키며 지내다보니 자신들의 인간성을 지켜낼 수 있었다는 내용이다. 6.25전쟁을 겪고 여전히 휴전상태인 우리나라에도 적용하기 좋은 소재라는 생각에서 차용하게 됐다. 전쟁의 참혹함은 여러 곳에서 보여줬으니 우리 작품은 그 참혹한 환경을 어떻게 하면 견뎌낼 수 있을지에 대해 이야기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작품을 몇 개의 키워드로 설명해준다면.
우리 작품에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여신’이다. 저마다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소중한 존재들, 다시 말해 희망 같은. 어머니, 누이, 짝사랑하던 누나 등 그들은 제각각 당시 가장 낮은 계층의 인물들로 설정돼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여신 같은 존재일 수 있다. 여신은 화려하게 예쁘기보다는 수수하게 피어나는 들꽃 같은 존재로 설정했다. 우리 작품이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건 누구나 마음속에 자신만의 여신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또 ‘보고 계셔’를 꼽고 싶다. <여신님이 보고 계셔>라는 제목에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다 들어가 있다. 누군가 지켜봐준다는 것 자체로 인간은 좋은 사람이 되고자 한다. 처음엔 순호를 속이기 위해 시작한 거짓말이었지만, 어떤 존재가 지켜봐준다고 믿는 것만으로 인물들이 용기를 얻고 변화해 가는 과정은 그 자체로 굉장한 힘을 지닌다.

세 번째 올리는 창작극인데 관객들의 반응이 상당히 좋다. 비결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이야기의 힘이 아닐까 한다. 이야기에 잘 맞는 음악들과 함께. 제작진이 오랜 시간 같이 의견을 나누며 준비한 작품이라 호흡이 잘 맞는다. 배우와 스텝들이 서로 못할 이야기가 없는 편인데, 준비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의도나 생각들이 접점을 잘 찾아나갈 수 있는 강점으로 작용한 것 같다. 또 그 이야기를 온전히 받아주시고 좋은 평을 해준 관객들이 가장 큰 힘인 것 같다.

살다보면 누구에게나 극중 ‘여신’과 같은 존재가 간절한 순간이 있다. 지금 그런 상황에 있는 이들에게 한마디 전한다면.
여신과 같은 존재는 언제나 바로 옆에서 당신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당신 또한 누군가에게는 여신 같은 존재일 수도 있고요. 저 또한 작품을 하며 그런 생각을 많이 하다 보니 조금은 더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게 되더군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