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신뢰 회복 위한 커뮤니케이션 해법은?
국민신뢰 회복 위한 커뮤니케이션 해법은?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4.07.02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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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콘텐츠 못지않게 컨텍스트 고려돼야
▲ 지난 5월 19일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며 눈물을 흘리는 박근혜 대통령 ⓒ뉴시스

[더피알=문용필 기자] 유임이 결정된 이후 첫 일정으로 세월호 실종자 가족을 찾아 함께 눈물 흘린 정홍원 국무총리의 행보는 공감 커뮤니케이션의 좋은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반면,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달 30일 세월호 사고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기관보고 도중 조는 모습이 포착돼 유가족들의 분노를 샀다. 이처럼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의 안전 불감증 뿐만 아니라, 일부 정부 인사들의 ‘공감능력 결여’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평가를 낳고 있다.

지난 4월 20일, 진도 팽목항에서는 누가 봐도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 안전행정부의 송 모 국장이 상황본부의 사고 사망자 명단 앞에서 다른 공무원과 사진을 찍으려고 한 것. 국민에게 봉사하고 사고를 수습해야 할 정부 중앙부처 고위공무원의 어처구니없는 행동에 피해자 가족들은 물론 국민들도 크게 분노했다.

▲ 서남수 교육부 장관(자료사진) ⓒ뉴시스

같은 달 18일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이번 사고로 희생된 안산 단원고 학생의 빈소를 찾았다. 그런데 서 장관과 동행한 한 수행원이 유족에게 살짝 “장관님 오십니다”라고 귓속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 그래도 가족을 잃은 슬픔에 잠겨있던 유족이 크게 반발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이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했던 5월 9일,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순수 유가족’이라는 표현을 써 논란을 자초했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금 유가족 분들이 와 계시는데 순수 유가족 분들의 요청을 듣는 일이라면 누군간 나서서 그 말씀을 들어야 한다고 입장이 정리됐다”고 발언한 것이다. 이 역시 피해자 가족의 가슴에 자칫 생채기를 낼 수 있는 발언이라는 쓴소리가 이어졌다.

피해자 가족들의 아픔에 공감하지 못하는 듯한 이들의 행동은 사고 이후 미흡했던 정부의 대처와 맞물려 국민들의 지탄을 받기에 충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는 “이런 사고에서는 피해자 관점에 선다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인데, 공직자들의 행동이 피해자 관점에서 어떻게 비쳐질지 전혀 생각하지 못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또한 김 대표는 “공직자들의 (부적절한) 행동이 공개적으로 많은 대중에게 비쳐지는 경우가 그렇게 많지 않은데, 이번 사고를 겪으면서 (정부) 부처 여기저기에 있던 것들이 한꺼번에 끄집어져 나온 것”이라고도 말했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는 “정치하는 분들이 기본적으로 국민정서를 파악하거나 상황을 판단하는 능력이 부족한 게 아닌가 생각된다”며 “그만큼 정치가 국민들과 괴리돼 있고 민심에 대한 일상적인 소통이 부재한 상태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일침했다.

대통령의 ‘눈물 담화’ 그 의미가 퇴색된 까닭

피해자 가족, 나아가 국민들과의 공감능력이 결여된 듯한 정부 인사들의 부절적한 언행은 결과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한 대국민담화의 효과를 반감시킨 요소가 됐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오전 발표한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이번 사고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최종 책임은 대통령인 저에게 있다”고 사과했다. 다른 이들을 구출하다 숨진 세월호 의인들의 이름을 부르면서 눈물까지 흘렸다.

박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눈물을 보인 것은 흔치않은 경우인데다가 자신에게 책임이 있다고 사과한 부분, 그리고 ‘해양경찰 해체’ 등 비교적 강력한 후속 대처까지 내놓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졌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담화내용이 미진하다는 평가들도 나왔다. 일례로 SNS 상에서는 박 대통령의 담화를 두고 진정성에 의문을 갖는 목소리들이 이어졌다. 서울대 민주화교수협의회는 시국선언을 통해 “대통령이 뒤늦게 책임을 인정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해경해체만으로 모든 책임을 면하려는 태도는 스스로의 책임을 전가하는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를 두고 정치공학적인 논리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부는 국민의 선거를 통해 선출된 이상 준엄한 민의를 수용해야 한다. 반대하는 이들까지도 설득할 의무가 있다. 이같은 맥락에서 보면 대통령 담화가 국민 전체의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한 커뮤니케이션에는 실패했다는 평가도 가능해 보인다.

이유는 무엇일까. 정부인사들의 부적절한 언행도 한 몫을 했지만 직접적인 대국민 사과가 너무 늦은 까닭이다. 박 대통령의 담화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한 달가량 지난 시점에서야 나왔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 4월 29일 “이번 사고로 많은 고귀한 생명을 잃었는데 국민 여러분께 죄송스럽고 마음이 무겁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박 대통령의 발언은 기자회견이 아닌 국무회의 석상에서 나왔다. ‘간접사과’라는 여론의 비판이 이어졌다.

이와 관련, 김택환 경기대 언론미디어학과 교수는 “청와대가 민심과 여론에 민감하게 대응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사과 시점이) 계속 밀려서 (직접적인 대국민 사과를) 한 달 만에 한 것”이라며 “그러다보니 비판여론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김윤철 교수는 “(대통령) 담화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이를 만들어 내는 과정들이 국민들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갈 수 있었느냐 하는 부분에서 아쉬웠던 것”이라며 “소통은 소통의 콘텐츠도 있지만 그 과정을 어떻게 밟아 왔느냐도 중요한데 그런 부분에서 아쉬운 측면이 크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김호 대표는 사과 커뮤니케이션의 측면에서 “사람들이 사과를 받아들일 때는 사과 전후의 행동을 놓고서 사과를 평가한다. 사과문 내용만 놓고 평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사과를 하기 전 국민들과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했느냐를 봐야 하는 것”이라며 “처음부터 피해자들과 공감하고 구체적인 조치를 내놓지는 못하더라도 국무회의가 아니라 피해자들을 만나 진심으로 사과했다면 똑같은 사과를 하고도 훨씬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김 대표는 “(직접적으로) 사과하기 이전에 보여줬던 것이 이미 국민들과 괴리가 있었기 때문에 청와대가 의도한 만큼의 사과효과를 가져오지 못한 것이 아쉬운 부분”이라며 “대통령을 둘러싼 사람들의 실수가 이번 사과 이전에 사과의 맥락을 상당히 악화시켜 놓은 부분이 있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여론악화 부채질한 정부인사들의 부적절한 언행

세월호 참사 이전에도 현 정부의 소통 및 공감능력에 의문을 표시하는 시선은 이미 존재했다. 시작부터 그랬다. 극우성향 논란에 휩싸인 언론인 출신 윤창중 씨를 청와대 대변인에 임명한 것, 그리고 ‘의혹백화점’이라고 불릴 정도로 갖가지 의혹이 제기됐던 김병관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을 국방부장관에 발탁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였다.

연일 비난을 퍼붓던 야당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도 곱지 않은 시선이 나왔다. ‘불통인사’라는 표현이 언론을 뒤덮었다. 결국 김병관 후보자는 자진사퇴했고 전 정부의 마지막 국방부장관이었던 김관진 장관이 유임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국민적 정서에 공감하지 않은 인선이라는 평가가 잇따랐다. ‘역사관 논란’에 휘말린 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는 총리후보자 지명 14일만인 지난달 23일 자진사퇴했다. 청와대는 ‘정홍원 유임’카드를 꺼내들었다.

▲ 지난달 24일 사퇴기자회견을 마치고 엘리베이터에 탑승한 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 ⓒ뉴시스

현 정부의 인사논란과 관련, 김윤철 교수는 “(현 정부) 출범 이후 인사정책이 불거졌는데 폭넓은 소통과 의견을 수렴해 정책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고 계속 고집스럽게 (대통령)자신이 고립하는 정책을 추진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택환 교수는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수없이 낙마하지 않았느냐. 국민들에게는 그들만의 리그로 보여지는 것”이라며 “그야말로 청렴하고 (국민) 대통합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을 인사에 등용하지 않고 (공직 후보자가) 재산이 너무 많거나 위장전입 등의 의혹이 불거지는 것은 국민들이 공감하지 않는다”고 쓴소리를 했다.

윤진숙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현 정부에서 국민과의 공감커뮤니케이션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였다. 박근혜 정부의 첫 해수부장관으로 임명된 윤 전 장관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해수부 현안과 관련된 질문에 “잘 모른다”는 답변을 계속 내놓아 직무수행능력에 의문을 자아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윤 전 장관에 대한 임명을 강행했다.

윤 전 장관의 커뮤니케이션 실수는 계속 이어졌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동문서답을 하는가 하면 예산을 잘못 이야기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 2월 발생한 여수 기름유출 사고 현장을 찾은 윤 전 장관은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했는데”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져 비난여론에 휩싸였다.

현장 피해자들의 타들어가는 속마음을 생각하면 주무부처 장관의 입에서 나오기에는 부적절한 발언이었다는 평가다. 급기야 윤 전 장관은 국회에서 열린 사고관련 당정협의회의에서 사고의 1차피해는 정유회사이고 2차 피해는 어민이라고 말해 또다시 비판을 받았다.

같은 달 3일에는 <JTBC 뉴스9>에 출연해 “왜 자꾸 구설에 오른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인터넷에서 윤진숙이라는 이름이 뜨면 자주 보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며 “인기 덕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어이없다는 반응들이 이어졌다.

▲ 지난해 10월 해양수산부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고있는 윤진숙 전 해양수산부 장관 ⓒ뉴시스

‘박근혜정부 1호 인사’였던 윤창중 전 대변인도 현 정부의 대표적 인사실패 사례로 남게 됐다. 우선 소통능력에 의문이 제기됐다. 그가 청와대 대변인으로 재직 중이던 지난해 3월 <미디어오늘>과 한길리서치가 청와대와 새누리당 출입기자 중 청와대발 기사를 쓰는 기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와대에서 소통이 가장 잘 되는 인사를 묻는 질문에 불과 1.6%의 응답자만이 윤 전 대변인을 꼽았다.

1위는 42.9%가 선택한 이정현 당시 정무수석이었다. 김행 당시 대변인은 22.2%, 이남기 당시 홍보수석은 4.8%였다. 청와대의 ‘입’이 돼야 할 대변인 등 홍보라인의 대언론 소통능력이 정무라인보다 못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었다. 윤 전 대변인은 박 대통령의 방미기간 중이었던 지난해 5월 성추행 의혹에 휩싸이면서 경질돼 현 정부에 날카로운 상처를 남겼다.

“청와대, 대화 채널을 일상적으로 열어야”

박 대통령 스스로도 불통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박 대통령의 소통방식에 대한 문제제기가 나왔다.

취임 후 11개월이 지난 올해 1월에서야 대통령으로서의 첫 기자회견을 가진 것은 불통논란에 방점을 찍는 장면이었다. 현안에 대한 입장표명은 국무회의 등 회의석상에서 주로 이뤄졌다. 세월호 참사 관련 대국민담화에서도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고 담화문만 읽은 후 자리를 떠났다.

이와 관련, 김윤철 교수는 “(대통령이) 대면접촉의 필요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지 못한 것 같다”며 “그런 것이 소통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언급했다. 이어 김 교수는 “기본적으로 청와대가 대화의 채널을 일상적으로 열어놓아야 한다. 여당도 대통령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에게 사회적인 요구들을 전달하는 역할을 제대로 해야한다”며 “다른 무엇보다도 대통령이 직접 국민들과 접촉할 수 있는 장치들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올해 1월 기자회견에서 ‘불통논란’에 대해 “소통과 관련해 여러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단순한 기계적 만남이나 국민의 이익에 반하는 주장이라도 적당히 수용하거나 타협하는 것이 소통인가. 그것은 소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또한, 박 대통령은 “그동안 우리 사회를 보면 불법으로 막 떼를 쓰면 적당히 받아들이곤 했는데 이런 비정상적인 관행에 대해 원칙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소통이 안돼서 그렇다’고 말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진정한 소통을 위한 전제조건은 모두가 법을 존중하고, 법을 지키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법이 공정하게 적용, 집행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의 이같은 ‘원칙론’과 관련해 김택환 교수는 “원칙도 지나치게 강조되면 고집과 아집이 된다.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소통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대통령을 포함한 장, 차관들이 군림하는 것이 아니고 국민들을 위해 헌신하고 봉사하는 민주주의 의식을 뼈저리게 느끼기를 바란다”고 충고했다.

과연 박근혜정부가 남은 임기동안 불통논란, 불신정부라는 오명을 씻고 국민들과 공감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보여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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