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유무 차이, PR의 성패 가른다
공감 유무 차이, PR의 성패 가른다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14.07.03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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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장악만 신경 쓰다 역풍…‘대중 마음읽기’ 병행돼야

[더피알=안선혜 기자] 중년 남성을 주 고객으로 삼는 보험사에서 가장이 죽고 보상 받은 10억원이란 돈으로 행복한 가족들의 모습을 그려 고객 심기를 건드리고, 젊은 여성들에게 어필해야 할 화장품 브랜드에서 명품 가방을 가지려면 남자친구를 사귀면 된다는 왜곡된 시각을 그대로 반영하는 등 기업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간혹 어이없이 터져 나오는 허점들…. ‘비겁한 변명’을 늘어놓게 되는 불편한 상황을 피하려면 지금 ‘공감’에 주목하라.

“그냥 지나가지 마시고 한 번만 유심히 봐주세요. 우리 샛별이 꼭 찾아야 해요. RT 부탁 드려요”

▲ sbs 드라마 ‘신의 선물’에서 트위터 상에 올린 홍보용 실종 아동 전단 캡처컷. 극중 실종된 아동의 사진이 삽입돼 있고, 트위터 계정 역시 극중 아이의 엄마로 나오는 주인공의 이름을 따 만들었다가 비판을 받았다.
지난 3월 김수현이란 이름으로 올라온 트위터 계정(@14days_soohyun)엔 이같은 글과 함께 ‘실종된 아동을 찾습니다’란 제목의 전단 이미지 하나가 올라왔다. 보호자 휴대전화와 서울 강남경찰서, 경찰청 실종 아동 찾기 센터 전화번호가 나와 있었고, 강남경찰서와 경찰청의 전화번호는 모두 실제 번호였다.

누리꾼들은 RT(리트윗의 약어. 해당 이미지나 글을 널리 퍼뜨려달라는 의미다)를 눌러댔고, 해당 트윗은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하지만 이 전단은 SBS 월화드라마 ‘신의 선물-14일’ 홍보를 위해 제작된 이미지로, 김수현(이보영 분)이란 계정 역시 극중 주인공의 이름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해당 전단 하단에는 작은 글씨로 ‘드라마 소품용으로 제작됐으며 실제 사건이 아님을 알려드린다’라고 적혀 있었지만, 이를 미처 보지 못한 누리꾼들은 실제 전단으로 생각하고 RT에 적극 동참했다. 급기야는 경찰청 공식 트위터에서 나서서 확산 자제를 부탁하기도.

뒤늦게 홍보물임을 알게 된 누리꾼들은 공분했다. “무리한 홍보방법이다” “실종된 아이를 찾기 위한 진짜 전단을 드라마 홍보물인 줄 알고 지나치면 어떻게 하느냐”며 비난이 쏟아졌다. 한 누리꾼은 “만들기 전 한번만이라도 더 실종 아동 가족들의 마음을 헤아렸다면 이런 일은 안 생길 것 같습니다. 해프닝이 아니라 이건 실종 아동 부모들의 마음을 찢어 놓는 것입니다”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김영욱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이런 말도 안 되는 홍보가 일어나는 배경에는 커뮤니케이션의 2C(control·compassion) 중 너무 컨트롤(control)만 추구하는 데 있다”며 “내가 뭔가를 해서 상황을 ‘장악’하려는 커뮤니케이션(control)만 추구하는데, 내가 전하려는 메시지에만 치중하기보다 남을 배려하고 공감하는 컴패션(compassion·연민)도 병행돼야 제대로 된 커뮤니케이션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강함수 에스코토스 대표는 “소셜미디어 상에서는 우리가 전하는 메시지와 상대의 생각이 어긋날 경우 TV 등의 다른 매체보다 더 즉각적인 반응과 확산이 이뤄진다”며 “문제가 직접적으로 드러나고 부정적 피드백이 동시에 확산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에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공개 동시에 사라진 광고…타깃층 정서 고려 못한 ‘죄’

과거에도 소비자들의 정서를 읽지 못하고 기업들이 자충수를 둔 일은 몇 차례 있어 왔다. 푸르덴셜생명은 지난 2007년 남편이 죽고 받은 10억원의 보험금으로 행복하게 사는 미망인의 모습을 담은 광고를 제작, 여론의 비난을 맞고 곧바로 해당 광고를 내린 바 있다.

회사 측에선 보험가입의 필요성과 더불어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고 10억원을 내주었던 점을 어필하려 했지만, 소비자들의 눈에 비친 건 남편의 죽음과 맞바꾼 10억으로 행복을 누리는 부인의 모습과 어딘지 부적절한 관계(?)를 연상시키는 미망인과 라이프플래너의 활짝 웃는 모습이었다. 게다가 월 156만원을 15년간 납입해야 받을 수 있는 10억원이라는 돈은 대다수 서민들의 정서와도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2년여 전 걸그룹 소녀시대의 유리를 모델로 한 마몽드 광고 역시 명품백을 가질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남자친구를 사귀는 것이란 내용을 담으면서 ‘된장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사측은 사과와 함께 해당 광고를 중지시켰다. “마몽드 광고는 한마디로 젊은 여성들의 삶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는 광고다”라는 한 누리꾼의 비판을 보더라도, 주 타깃 층이 되는 여성 소비자들의 정서를 고려하지 못한 일이었다.

소비자들의 공감을 요하는 건 비단 직접 노출되는 홍보물이나 광고에만 국한되는 건 아니다. CEO들의 행동 또한 기업의 이미지를 결정짓는 주요한 요소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과거 버스전용차로를 이용하기 위해벤츠에서 나온 미니버스를 타고 다닌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의 비난을 받았다. 시간이 돈인 그룹 오너 입장에서 출퇴근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서란 해명이 있었지만, 상당수 여론은 ‘꼼수’라는 비판을 제기했다. 출퇴근 시간 막히는 교통상황을 매일같이 겪는 직장인들에게 시간 단축을 위해서란 해명은 설득력을 얻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반면, 오너의 선행에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기업에 대한 호감도가 함께 상승한 사례도 존재한다.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은 지난 3월 한 택시가 서울신라호텔 출입구 회전문을 들이받는 사고를 내면서 호텔직원과 투숙객 등 4명이 다쳤을 때 4억원 가량의 변상 의무를 사측이 직접 해결토록 했다.

사고를 낸 택시기사가 고령에다 가정형편이 좋지 못하다는 보고를 받으면서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 이 소식은 뒤늦게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화제를 불러일으켰고, 이 사장의 통 큰 결정에 많은 네티즌들이 박수를 보냈다. 과거 신라호텔 뷔페식당서 한복 출입을 제재한 일이 생겼을 때 누리꾼들이 제기했던 비난과 원성을 생각한다면 일반 대중의 마음을 아우르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다시금 되새겨봄직하다.

최근엔 기업에 어떤 부정적 이슈가 발생했을 때 CEO들이 전면에 나서 사과하는 모습을 자주 보이곤 하는데, 이때도 대중의 마음을 아우르는 자세가 필요하다. 지난 2011년 해킹 공격으로 고객정보 유출 사고를 당한 일본 전자회사 소니는 ‘늑장 사과’에 CEO의 사과문 내용 또한 부실해서 오히려 화를 자초했다. 그의 사과는 고객들의 공감을 사지 못하고, 잘못을 인정하지 않은 채 자기 변명에만 일관했다는 평을 받았다.

▲ 자료사진: 영국 유명인사들에 대한 사생활 도청취재 사건과 관련해 루퍼트 머독 뉴스코퍼레이션 회장이 지난 2011년 7월16일자 영국 일간지에 게재했던 사과 광고.

세계 최대 온라인쇼핑몰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CEO는 지난 2009년 전자책 ‘킨들’에 삽입한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와 <동물농장>의 사본을 공지 없이 삭제한 건에 대해 정공법으로 승부했다. 해당 출판물에 대해 당시 판권을 갖고 있는 출판사로부터 허가를 받지 않은 점을 지적받아 즉시 삭제한 것이었으나, 갑작스런 조치에 고객들은 충격과 분노를 표했다.

제프 베조스 CEO는 “우리 해결책은 어리석었고 경솔했고 원칙에서 벗어났다. 전적으로 우리가 자초한 일이며 비난받아 마땅하다. 이번 실수를 교훈삼아 앞으로 더 나은 결정을 내리도록 하겠다”며 변명 없이 자신의 탓임을 깔끔하게 인정했다. 삭제에 나름의 이유가 있었으나, 이를 내세우기보다는 고객들이 받은 혼란을 먼저 아우른 처신이 돋보인 사례다.

CEO 사과에도 국민 정서 담아야…“어떻게 보다 왜를 생각”

이와 관련 강함수 대표는 “리더가 메시지를 전할 때 ‘어떻게’ 보다는 ‘왜’에 대한 고려가 먼저”라고 조언했다. “무조건 사과, 혹은 전적 사과라고 타이틀만 박는다고 해서 사과가 받아들여지는 건 아니다”며 “사과의 맥락을 이야기하고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피해자가 잘못이 없다는 걸 분명히 이야기하고, 전사적으로 피해자들의 상황을 충분히 파악해 추가적인 피해가 없도록 하겠다는 맥락적 이야기와 함께 공감이 만들어지면, 우리가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해 주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기업이 신경 써야 하는 건 외부 공중만이 아니다. 어떤 중대한 결정을 내릴 때 내부 직원들과의 공감대 형성은 필수적이다. 위니아만도는 최근 KG그룹으로의 매각에 직원들이 반대하면서 생산직과 관리직에 있는 700여명의 전 직원이 파업에 동참했다. 결국 파업 열흘 만에 매각은 철회됐고, 이 결정에 만족한 직원들은 파업이 종료된 시점부터 자진해서 주말 출근도 불사하며 공장 정상화에 노력을 쏟아 부었다고 알려진다. 현재 위니아만도는 냉장고, 제습기 등 여름철 성수기 가전제품의 생산과 배송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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