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와 PR의 차이
홍보와 PR의 차이
  • 신인섭 (1929insshin@naver.com)
  • 승인 2014.07.07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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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섭의 글로벌PR-히스토리PR] 영역 파괴 속 혼재된 개념 짚어볼 필요 있어

[더피알=신인섭] 최근 몇 년 새 세계 마케팅 커뮤니케이션계에서 부각되는 이야깃거리 중 하나를 꼽으라면 광고와 PR의 ‘키재기’를 들 수 있다.

작년부터 주로 미국을 중심으로 한 광고계에서 주요 화두가 되고 있는 것이 ‘네이티브 광고(Native Advertis­ing)’다. 뉴욕타임즈, 월스트리트저널, 워싱턴포스트, 포브스 그리고 영국의 가디언 등 유력지가 이를 시작했고, 짭짤한 재미(수익)를 보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네이티브 광고가 애드버토리얼(Advertorial·기사형 광고)의 일종이며, 오래 전부터 있어왔던 형태였다고도 말한다.

애드버토리얼이란 애드버타이징(Advertising)과 에디토리얼(Editorial)을 조합한 말이다. 광고와 기사의 ‘혼혈아’인 셈이다. 물론 광고란 뜻이다. 하지만 단어 속에 분명 기사의 의미도 들어 있으니 기사를 활용한 PR의 한 유형일 수 있다. 네이티브 광고가 등장한 것은 신문 등 인쇄매체의 부수 감소와 광고수익 격감 등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2년 전 한국광고협회 연차회의 때 몇몇 학자들이 연구한 광고 범위에 대한 발표가 있었는데, 이에 따르면 PR도 광고의 범주에 포함됐다. 광고주 입장에서 보면 광고가 됐든 PR이 됐든 효과가 높으면 큰 상관이 없다. 다만 혼재된 개념 속에서 그 의미를 한 번 짚어 볼 필요는 있을 듯싶다.


광고(廣告), 선전(宣傳)

한국에 근대 광고가 등장한 것은 1876년 개항 이후 일본으로부터 들어왔다. 광고(廣告)란 말은 일본 사람이 만든 것으로, 지금은 한문 문화권에서는 통일된 의미로 쓰인다. 광고가 널리 퍼지기 시작한 것은 1896년 독립신문이 나온 뒤이다.

과거 광고와 혼용됐던 선전(宣傳)이란 말은 조선조 시대 관직 가운데 선전관(宣傳官)이란 직책에 쓰였다. 물론 지금의 선전이란 뜻과는 거리가 있다. 선전이란 말은 일제시대에 많이 사용됐다. 일본에서는 지금도 ‘선전’과 ‘광고’를 같은 의미로 섞어 사용한다. 반면 한국에서 선전은 영어의 프로파간다(Propaganda) 의미가 됐다. 정부 기구에도 ‘선전과’가 있었는데 뒤에 없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아직도 선전을 광고, 홍보, PR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공보(公報)

공보(公報)라는 말이 언제부터 사용되었는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한 문서의 이름으로 나온 것 가운데 1907년 조선통감부가 발행한 ‘공보 제1호(公報 第1號)’가 있다. 공보는 퍼블릭 인포메이션(Public Information·공공정보)의 뜻으로 사용됐다. 광복 이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뒤에 줄곧 공보실, 공보처, 공보부 등이 존재해 왔다.

홍보(弘報)

▲ 1978년 럭키그룹(現 lg그룹) 하우스에이전시로 출범한 희성산업(現 hs애드)은 창립 당시 그룹 홍보선전실이라고 불렸다. 사진은 희성산업 마크.

PR과 유사하게 가장 많이 사용되는 홍보(弘報) 역시 일본에서 만든 말이다. 연구가 부족하지만 홍보라는 말은 한국과 중국어 사전에도 없었다. 우리나라 신문에 이 낱말이 등장한 것은 1923년인데, 조선일보에서 일본 황실 소식을 전하는 기구를 보도하면서 ‘홍보실 신설(弘報室新設)’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 뒤 1936년에 ‘만주 언론 통제차 홍보협회를 설립’이란 같은 신문의 기사가 있다.

홍보라는 낱말이 자주 등장하는 것은 1970~1980년대이며 급증한 시기는 신문발행이 자유화된 88년 서울올림픽 이후다. 홍보를 PR의 의미로 사용했는데, 아마도 좋은 예가 1978년 럭키그룹(現 LG그룹) 하우스에이전시로 출범한 희성산업(現 HS애드)이 창립될 때 그룹 홍보선전실이라고 한 점이다. 다만 수년 전 한국홍보학회가 한국PR학회로 이름을 바꾸었는데, 그 이유는 홍보가 PR(Public Relations·공중관계)이란 낱말의 뜻을 온전히 전하지 못한다는 데에 있었다.

광보(廣報)

▲ pr(public relations)과 광고(廣報)가 동의어라고 풀이한 일본 덴츠광고사전.

일본에서는 광보(廣報)를 PR과 같은 뜻으로 사용한다. 그런데 왜 홍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았을까? 일본이 항복한 뒤 미국 군정기간에 점령군 사령부는 일본정부기구에 PR 담당부서를 두도록 지시했다. 이유는 민주주의 제도에서 정부가 하는 일을 국민에게 알리는 역할을 하는 곳이 해당 부서였기 때문이다.

이때 PR이라는 말을 번역할 때 처음에 등장한 말이 홍보였다. 당시 일본에서는 홍보란 말의 어감이 매우 부정적이었다. 만주에서 홍보협회를 만들어 한 일이 정부의 일방적 언론 통제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홍보의 대안으로 나타난 말이 광보다. 일본 최대의 광고회사 덴츠(電通)가 2008년에 발행한 전통광고사전(電通廣告事典)에는 ‘PR=광보’로 되어 있다. 다만 이 낱말은 한국에서는 별로 사용되지 않는다. 예외가 있다면 중앙대학교의 광보학과일 것이다.

PR(Public Relations)

PR의 원조 격인 미국에서조차 이 낱말의 통일된 풀이가 없다. 세계 최대의 PR 단체인 미국PR협회(Public Rela­tions Society of America)는 지난 2012년 30년 만에 이 낱말의 정의를 바꾸었다. 러시아의 경우 공산주의 붕괴 후 PR이란 업무가 퍼질 무렵 번역 때문에 고생하다 결국 PR이란 영어를 그대로 쓰고 있다고 한다. 독일 역시 영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관례다. 영어가 공용어인 인도도 PR을 그대로 사용한다. 중국은 ‘ 시’(關係·간자가 없어 번자를 썼다)로 번역했다.

PR이란 낱말이 한국에 처음 등장한 것은 1945~1948년 미국 군정기간이었다. 홍보, 선전, PR이 때로 혼용되는 원인은 PR이라는 말에 대한 연구와 통일화를 위한 노력 부족이었다고 생각된다.

신인섭

중앙대학교 신문방송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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