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2-05-27 09:31 (금)
기업 홍보인의 미래는 있는가?
기업 홍보인의 미래는 있는가?
  • 김광태 (doin4087@hanmail.net)
  • 승인 2014.07.08 1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광태의 홍보 一心] 낮아지는 위상, 떨어지는 사기…영역 파괴도 가속

[더피알=김광태] 요즘 기업에서 홍보를 하고 있는 후배들을 만나보면 사기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홍보인으로서 미래가 안 보인다고들 말한다. 옛날에는 기자들과 스킨십으로 쌓아놓은 관계가 통했는데 이젠 오로지 돈이란다.

그러다 보니 경영진에서의 홍보맨에 대한 평가도 인색해질 수밖에 없고, 홍보 전문가로서의 위상도 많이 추락했다고. CEO는 “홍보임원이 매일 돈 타령인데 돈 안 쓰고 홍보하라고 월급 주는 것이지 돈 다 대주면 누굴 앉혀놓아도 되는 자리 아니냐”며 현실적 어려움을 애써 외면한단다.

▲ 자료사진.

홍보임원의 일과만 보아도 비생산적이다. 하루의 많은 시간을 언론사 ‘협찬 도우미’로 보낸다. 그나마도 어느 정도 예산이 있는 경우다.

예산이 턱없이 부족한 중견기업 홍보임원은 매일 언론을 피해 술래잡기 놀이를 해야 한다. 메모리 안 된 전화번호는 아예 받지도 않는다. 전화가 와도 협찬 용건 같으면 그냥 ‘회의 중이니 나중에 전화하겠습니다’는 메시지로 전환시켜 놓고는 그것으로 끝낸다.

홍보 실무자들도 사기가 바닥이다. 모 금융사 홍보맨 이야기다. “언론 매체가 많이 늘어 나다보니 기자들 수준도 예전 같지 않아요. 일부 상위 매체를 제외하곤 스펙이나 능력 면에서 볼 때 저보다도 많이 떨어져요. 그런 기자들에게 ‘기자님’이라는 존칭까지 붙여 가며 응대를 해야 하니 자존심이 많이 상합니다.” 하루 속히 홍보를 떠날 생각이란다.

홍보위상도 많이 낮아졌다. 2년 전만 해도 대기업의 경우 홍보 최고 책임자가 부사장급이 많았는데 이젠 전무나 상무급으로 격이 낮아졌다. 비전문가를 홍보임원으로 발령 내는 경우도 종종 눈에 띈다. 업무도 언론 홍보업무 중심으로 강화되고 기업광고, 전시, 출판 기능은 약화되거나 다른 부서로 이관됐다.

아웃소싱도 많이 이뤄진다. 회사 보안에 관련된 사항을 제외하곤 PR회사(홍보대행사) 활용이 늘어나고 있고, 마케팅PR이나 SNS홍보도 전문 업체에 맡기는 추세다. 전체적으로 홍보 조직 슬림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홍보 임원 선발에서도 기업 내부 홍보맨보다 기자 출신을 선호 한다. 사태를 직시하고 분석하는 능력이나 문제 핵심을 빨리 파악하는 점, 폭넓은 대인관계, 뛰어난 소통 능력이 장점이란다. 이러한 기자 선호 현상은 기업이 언론사 급여 수준을 훨씬 능가하고 언론의 미래가 어둡다는 기자들 생각과 맞물려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홍보 전문가 영역도 파괴되고 있다. 이름 있는 법무 법인의 몇몇 변호사들은 홍보 전문가 뺨치는 홍보 전략을 구사한다.

수임 받은 그룹 총수의 법정 출두에 기자들 답변에서부터 표정 관리, 복장, 휠체어 등장에 이르기까지 세세하게 코치를 한다. 동정심을 최대한 끌어내 보자는 전략이다. 법무가 홍보를 소화하는 셈이다. 언론의 문턱이 낮아지니 홍보도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고 보는 ‘홍보 대중화 시대’가 열린 셈일까?

사실 홍보엔 정답이 없다. 상황이 그때그때 다르기 때문이다. 오로지 감각적인 순발력이 필요할 뿐이다. 미국의 조지 메이슨대 칼 보탄(CARL H.BOTAN) 교수는 홍보는 전략 커뮤니케이션이라 했다. 상대에 따라 자신이 카멜레온처럼 변해야 소통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런 의미에서 홍보하는 사람을 감정 노동자라고 부른다.

얼마 전 홍보 임원 후배들과 소주 한잔 하면서 나눈 이야기 중에 이구동성으로 나온 말이 있다. 언론이 무너지니 홍보전문가라는 명성도 사라지고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푸념이다. 그래서 은퇴 이후 삶이 불안 하다는 것이다.

모 기업 CEO 말은 더 슬프다. “요즘의 최고의 홍보 전문가는 나쁜 기사를 막고 좋은 기사를 키우는 게 아니고 무수한 언론사 청탁에 상대방이 기분 좋을 정도로 거절의 테크닉을 발휘해 비용 낭비를 막는 홍보맨이 최고”라고. 홍보 전문성의 상실이다.

그래서일까. 최근 1~2년 사이에 많은 기업 홍보인이 쏟아져 나왔지만 그냥 세월만 낚고 있다.



김광태

온전한커뮤니케이션 회장
서강대 언론대학원 겸임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