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를 알면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보인다
선거를 알면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보인다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4.07.10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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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하지만 눈에 띄게, 네거티브보단 진정성으로

‘미니총선’으로 불리는 7.30 재보궐선거가 20일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여야가 사실상 무승부에 가까운 성적표를 받아든 만큼 이번 선거의 승패가 어떻게 나타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국 15개 지역에서 새로운 국회의원을 선출하기에 그 결과에 따라 정국의 주도권 양상이 바뀔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야 모두 국민정서를 고려한 선거전을 준비하기 보다, 당리당략에 함몰된 소모전만 펼치고 있다는 비판이 벌써부터 제기된다. 세월호 참사 앞에 국민 중심, 소통 정치를 부르짖었던 공약이 무색할 정도다.

이 시점에서 <더피알>은 7.30 재보선을 앞두고 6.4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선거커뮤니케이션의 흐름을 짚어보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판단, 대국민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두드러진 특징을 되돌아보고 향후 선거커뮤니케이션의 방향을 전망해 본다.

① 6.4 지방선거 흐름  - 선거를 알면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보인다
② 선거캠페인 케이스 스터디 - 박원순 캠프 소통 전략
③ 선거 커뮤니케이션 리뷰&프리뷰 - 전문가 인터뷰

▲ (자료사진) ⓒ뉴시스

[더피알=문용필 기자] 지난 6월 4일 치러진 제 6회 동시지방선거에서 국민들은 여야 어느 쪽에도 절대적 승리를 안겨주지 않았다. 지방선거에서 가장 우선시되는 광역단체장 선거결과만 놓고 보면 여당은 8곳, 야당은 9곳에서 승리했다.

이번 선거의 최대 화두는 단연 ‘세월호’였다. 지난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는 정부의 초동대처 미숙과 실종자 구조과정에서의 난맥상이 드러나면서 지방선거를 쓰나미처럼 휩쓸었다. 후보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앞다퉈 ‘안전’과 관련된 공약을 내놓았다.

세월호 참사는 선거에서 유권자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2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대한민국은 거대한 장례식장으로 변했다. 지방선거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오히려 민심의 흐름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선거의 특성상 조용하고 낮은 자세의 선거전이 대세를 이뤘다.

선거커뮤니케이션의 두드러진 변화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SNS 활용이 이번 선거에선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족의 든든한 지원을 받아 승리를 거둔 후보자가 있는가 하면, 가족이 SNS로 인한 구설수에 올라 결정적 패인으로 작용한 경우도 있었다.

또한 과거 선거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네거티브 전은 이번 선거에서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했다. 실제 네거티브가 과거에 비해 상당수 줄어들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야권 지지자들의 따가운 비판 속에서도 새누리당의 막판 ‘읍소전략’은 어느 정도 효과를 거뒀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가미된 ‘조용한 선거’

세월호 참사의 파고 속에서 ‘조용한 선거’는 이번 지방선거를 관통하는 하나의 거대한 흐름이었다. ‘역풍’을 우려한 정당과 대부분의 후보자들은 떠들썩한 선거를 포기하고 낮은 자세로 유권자들을 만났다.

▲ 자전거를 이용한 선거운동을 펼친 원희룡 새누리당 제주도지사 후보 ⓒ뉴시스

그러나 ‘표’를 목적으로 하는 선거의 특성상 자신을 어떻게든 알려야 하는 홍보 전략까지 포기할 수는 없었다. 이에 상당수 후보자들은 전통적인 유세방식을 대체하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승부했다.

전체적으로 유권자들에게 조용하게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각종 커뮤니케이션 방법들이 동원됐다. 특히 ‘자전거 유세’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 선거철마다 거리를 누비던 유세차는 이번 선거에서 ‘찬밥신세’를 면치 못했다.

대세가 돼 버린 SNS, 지방선거에서는 후퇴?

지난 2002년 대선 이후 인터넷은 유권자를 만나는 필수적인 매개체가 됐다. 최근에는 트위터와 페이스북과 같이 SNS를 이용한 선거전도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특히 전통적인 유세방법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젊은 세대의 표심을 잡기 위해 SNS 선거전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는 추세다.

이번 선거에서도 인터넷 홈페이지와 SNS는 유권자들과 접촉하는 좋은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됐다. 오랜기간 ‘파워 트리터리안’으로 활동해온 후보부터 지역 의원 후보자들에 이르기까지 SNS를 이용해 후보자의 공약과 생각을 알리는 방식은 이번 선거에서도 하나의 공식처럼 자리 잡았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SNS를 이용한 선거전이 오히려 이전만 못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치컨설턴트인 이재술 인뱅크코리아 대표는 “과거보다는 SNS가 선거에서 그렇게 활성화되지 않았다”면서 그 이유로 세월호 참사를 꼽으며 “SNS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큰 아젠다가 있으면 안 된다. 세월호 참사의 여파가 워낙 크니까 지방선거 보다는 세월호에 대한 관심이 더 컸고, 그러다보니 세월호 이슈에 SNS가 묻혔다”고 주장했다.

▲ 고승덕 서울시 교육감 후보의 기자회견 후 공개된 고 후보와 고 후보의 딸 캔디 고씨의 메신저 대화내용 ⓒ뉴시스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와 고승덕 서울시 교육감 후보는 자녀가 SNS에 올린 글이 악재로 작용한 케이스다. 반면,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후보의 차남 조성훈 씨는 한 포털사이트 정치토론방에 올린 글을 통해 아버지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이 글은 수십만건에 달하는 조회수를 올렸고 결국, 조 후보는 초반 열세를 딛고 당선됐다.

‘힘빠진’ 네거티브…의외의 성과거둔 ‘읍소전략’

또한 이번 선거에서 네거티브전은 별다른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심상민 교수는 “세월호 사건 이후 사회 전체 분위기가 자숙하는 모드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재술 대표는 “네거티브가 먹히려면 (유권자들이) 네거티브 자체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데 세월호 사건보다 네거티브에 대한 관심이 적었던 것”이라는 생각을 전했다.

반면, 새누리당이 선거전 막판에 선보인 이른바 ‘읍소 커뮤니케이션’은 어느 정도 효과를 거뒀다는 분석이다. 당 지도부와 주요 당직자들은 전국 각지에서 ‘도와주십시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등의 문구가 담긴 피켓을 들고 거리에 나섰다. 1인 시위방식에 읍소를 결합한 셈이다.

▲ “도와주세요”라는 문구가 담긴 피켓을 들고 서울 광화문 광장에 선 윤상현 새누리당 사무총장 ⓒ뉴시스

이에 대해 이재술 대표는 “보수층이 세월호 정국을 지나치게 이용하는 야권에 대해 위기의식을 느꼈다고 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정권을 제대로 끌고 나가기 위해서는 보수가 결집해야 하는 것 아니냐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읍소가 먹혔다”고 분석했다.

아젠다와 미디어, 그리고 프레임의 퇴조

그렇다면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커뮤니케이션의 특징적 양상이 다음 선거에도 이어질까. 당장 이달 말에는 ‘미니총선’을 방불케 하는 7·30재보선이 치러진다. 전문가들의 전망은 엇갈린다.

이재술 대표는 “앞으로 열릴 재보선이나 이후 선거에서도 이번 지방선거와 같이 조용한 선거를 치르지 않을 것이라는 측면이 더 강하다”며 “이번 선거는 세월호(여파) 때문에 한시적으로 그런 영향을 받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반해 익명을 요구한 한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는 이번 선거가 새로운 정치문화의 변곡점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아마 다음 선거부터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선거 캠페인 테마나 슬로건부터 일방적인 구호보다는 유권자와 공감하는 방식으로 거대한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심상민 교수는 향후 선거 커뮤니케이션의 흐름에 대해 “소위 말하는 프레임 논쟁이나 대결은 점차 퇴조할 것으로 본다”며 “이념적이거나 진영논리를 기반으로 한, 프레임을 구분하는 관련 선거 전략은 이미 공급자 논리에 맴돌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미디어 선거전의 중요성도 강조됐다. 김창남 경희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는 “미디어 선거로 갈 것”이라며 “인쇄매체 보다는 TV나 SNS, 모바일 등 전자미디어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이 점점 더 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자세한 내용은 <더피알> 매거진 7월호를 통해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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